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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잠시만녀 May 09. 2024

알. 테. 쉬. 에 빠지다.  3부

환경 파괴 하시는 중이십니다.



그러고 보니 나는 졸지에 환경파괴범 대열에 합류해 지구에게 빨리 황천길 가시라고 열렬히 부채질하고 있었던 것 아닌가.






3부. 맥시멀리즘의 사투




파죽지세 알리 익스프레스 테무  앱 과도한 개인정보수집 활용에 대한 문제가 뜨겁게 제기되고있다.






    물건들이 집을 점령하면 할수록 어느새 집이 쓰레기 재활용 센터가 되어가는 기분이 들었다.

잡동사니들이 집 구석구석에 자리 잡았고 주방 상부장과 여유 있던 서랍장은 꽉 차서 몇 번 쓰고 버려야 할 의미 없는 물건들로 넘쳐났다. 나는 일 년 만에 맥시멀 리스트가 되었다.


   미니 소형 가전제품은 대부분 수명이 짧았고 

한두 번 쓰고 작동을 멈추거나 얼마 못쓰고 전원이 나가버리는 황당한 경우도 있었다.

    행주 퀴퀴한 냄새가 나는 옷이나 신발, 커피 매트는 눈이 따가울 정도로 강한 고무의 화학물질 냄새가 한 달 넘게 빠지지 않았다. 카드뮴이나 납성분, 발암물질에 대한 뉴스 기사를 보고 안 그런 게 어딨냐며  픽- 하고 웃어 넘겼지만, 구매가 이루어질수록 매쾌한 냄새뿐만 아니라 저렴한 물품 원재료에 불편한 의심이 생겨났다. 


     간혹 반품된 불량품을 막무가내로 재포장해서 보내 실망하기도  했으며, 문제의 사진을 첨부하여 컴플레인을 해도 호락호락하게 환불해주지 않았다. 반품해 준다는 판매자는 일단 구매승인을 누르면 100% 전액 돌려주겠다 회유한다. 그런 식으로 버젓이 사기를 친다던지, 반품 요청하고 기다리다 보면 판매가의 70%만 돌려주고는 구매자인 나와 협의도 없이 일처리가 끝났을 땐 아주 약이 올랐다.  플랫폼과 판매자에 따라 보내는 물건도, 환불처리 방법도 다 달랐다.  


     중국과 미국의 먼 거리를 고려하면 교환 따위는 의미가 없다. 무료 반품 조건을 내걸어 놓아값싸고 저렴한 물건을 반송하기는  애매했다. 


   중국앱 알테쉬 에서 구매를 한다는 건 반품뿐만 아니라 물건에 대한 복불복, 여러 리스크를 감수하는 암묵적인 이해가 녹아 있다 본다. 그런 이유로 값나가는 물건은 소비하지 않는 게 아무래도 안전하겠다. (물론 각자의 결정이고 책임이다. 후에 하소연도 소용없을 확률이 높다.)


   불량, 고장, 배송 중 파손된 물건 등  모두 모아 필자가 직접 쓰레기로 처리해야 했다. 그리고  사이즈가 도무지 맞지 않는 대체로 어린아이 사이즈의  계절별 옷들은 착용도 못하고 새 옷 그대로 '굿윌' (Good will 요즘 쉬인 SHEIN 텍이 달린 새 옷이 많더라. 아마 나 같은 기부자가 많은 것 같다.)이나 주차장에 설치된 새파란 도네이션 박스 일명 '체통' 서랍지체 없이 보내버렸다.


    내다 버리는 물건들이 늘어가다 보니 물건의 소중함은 이미 사라진 지 오래였, 정리에 정리를 해도 테가 나지 않아 청소할 때마다  한숨이 늘어 갔. 볼 때마다 왜 샀는지 기억 안나는 물건과 어느 자리로 가야 할지 길을 잃은 물건들 모두 한데 모아놓은 종이 박스가 거실 공간의 여백을 점령했다. 그 박스조차 점점 양과 부피가 커져 넘쳐 가는 걸 인식했을 땐 분노와 물건에 대한 환멸이 일기 시작했다.






   '이 시간에도 중국 공장에서는 수천수만 개의 똑같은 물건을 찍어내는 기계가 쉼 없이 돌아가겠지.' 물건이 사뿐히 미국에 있는 소비자와 나에게로 와서 가차 없이 쓰레기로 즈려 밟히고 버려지는 것은 결국 스트레스였다. 어쩌면 엄청난 양의 옷이 버려져 아프리카 케냐 바다에 두둥실 떠다니는 충격적인 장면을 뉴스에서 보았음에도 나는 태연하게 환경파괴에 일조한 것 일지도 모른다. 


    양심이 있으면 조용히나 있어야지... 자비 없는 기상이변에 날씨가 대체 왜 이러냐고 하늘을 올려다보며 타박하고, 죽은 고래 아가미부터 몸속 가득 들어찬 플라스틱 병과 쓰레기를 보고 깜짝 놀라 적잖이 안타까워할 자격이 있는지 자조하며 진정 나에게 되물었다.

그러고 보니 나는 졸지에 환경파괴범 대열에 합류해 지구에게 빨리 황천길 가시라고 열렬히 부채질하고 있었던 것 아닌가.





인간이 버린 바다 쓰레기를 먹고 죽은 고래의 뱃속에서.                 대략 40kg 양이되는 플라스틱 나왔다고 한다.




   , 물론 목표한 금액과 저축하겠다던 다짐은 불 보듯 뻔하게도 물거품이 되었다. 모르긴 몰라도 그동안 오육 백만 원은 족히 쓴 것 같은데... 

   "알. 테. 쉬 그깟 얼마" 하며 깨진 독에서 물이 줄줄 듯했었고, 적은 돈이라 쉽고 우습게 봤다. 값싼 물건들과 나의 원 달러 뭉텅이들은 허공을 가르며 산산이 부서져 결국 허무를 남겼다.

    사람은 돈을 모으기보다 어떻게 쓰는지 방법을 배워야 한다 읊조리며 타산지석 삼는다. 어차피 후회한들 늦었다.


    나는 물건이  박스를 씁쓸하게 마주 보며 거실에 앉았다. 등뒤로 떨어지는 햇살은 이미 몇 개월 전부터 여러 개의 그림자를 만들고 있다.

   '이중에 내가 꼭 필요했던 건 무엇이었나.' 


     휴대폰을 올려 들고  빨간 알리 앱과 테무, 쉬인 앱에 차례대로 들어갔다. 구매내역 스크롤을 내려 과욕을 부린 과오를 직시하며 눈으로 하나, 둘 세어 다. 대부분 편리해 보여서, 궁금해서, 저렴해서, 언젠가 쓸 것 같아서, "그냥" 산 물건들이 주를 이는 구나. 스크롤이 최근으로 올라 갈수록 물건의 가격도 쥐똥만큼씩 올랐었다. 백 원씩 십전씩 눈치채지 않게.


    앱 내의 결제카드나 주소, 이름 기재된 나의 개인정보를 씁쓸히 정리하내성했다.  절제하고 검소한 생활로 돌아 가리라. 깊이 다짐한다.


    알리, 테무, 쉬인,  알테무  앱을 삭제하려 왼쪽 엄지손가락 끝에 꾸-욱 힘을 준다.

참... 아쉬움이 남는 거 보니 우리가 꽤 정은 들었나 보다. 

즐거웠다. 알. 테. 쉬 야. 

고마웠다.

헤어지자.

날씨와 바다 위해.

고래를 위해. 

나를 위해. 

바이.




   물건을 사용하다 보면 가치가 하찮게 느껴지는 물건도 그것쓸모가 있고 생각보다 더 수명이 길다. 그러니 물건 하나로 충분히 오래 사용할 수 있다. 생각해 보면 우리는 그리 많은 물건이 필요하지 않다. 욕심에 젖어서 더 편리함을  찾으니 이미 멍든 지구에 물건이 맥시멀 하게 쌓여간다.

    언급했듯, 마음에 드는 좋은 물건을 오랫동안 사용하는 것만큼의 검소함이 어디 있으며, 나와 오랜 인연이 된 낡은 물건이 항상 자리에서 자신의 역할을 해주는 것만으로도 감사한 일이다.


   물건에 대한 탐닉이 과소유와 중독을 야기한다.

어떤 소유든 넘침은 차라리 부족함만 못하다.

물건에 치이고 치여 정신과 마음이 산란해지는
경험을 하고 나면 여백의 여유를 몹시 갈망하게 된다.

    알. 테. 쉬. 중국 앱에 얼큰하게 취해 헤매다, 맥시멀리즘이 되 중독에서 빠져나왔을 때 비로소 진정한 미니멀리즘의 길이 열릴지도 모르겠다.


    전 세계가 중국앱에 흠뻑 빠져가고 있음에는 부인하지 못할 것이다. 알리와 테무 쉬인의 파죽지세 얼마나 덩치가 더 커지고 잠식될지. 중국 이커머스의 출현이 과연 미래에 장점이 클지, 단점이 클지 독인지 득인지 지켜봐야겠다. 

     환경과 개인정보 만큼은  해결되지 못할 이슈가 예상되니 쇼핑의 즐거움과 편리함에 어떤 부작용이 따를지 예상되는 바이다.


    나의 지난 과오로 인한 쇼핑 흔적들은 집안 곳곳에 자리 잡고 있지만, 뭐.. 이것도 인연이니.. 우리 인연이 된 이상. '가는 날'까지 너도 나도 발암 없이 자기 자리에서 자기 몫 잘-하며, 되도록 오-래 함께 지내보자.


끝.











필자의 생각을 기록한 글이니 사전 서면 허락 없이 영리적, 비영리적 인용이나 개제를 금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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