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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잠시만녀 May 16. 2024

사기 공화국

1. 법 위에 선 사기꾼과 욕먹는 피해자




요즘 범죄자들은 사기 친 주제에 뭐가 그리 당당한지 할 테면 해보라지 식의 오만불손한 언행이 뿌연 모자이크를 뚫고 나온다. 








       필자는 예전에 친구들에게 돈 꿔주고, 밥 사주고 그것을 우정이라 단정 했다. 그때 나를 읽었는지 못된 친구 하나가 몇만 원 정도만 급히 빌려 달라고 요청해 왔다. 돈을 빌려간 친구는 어김없이 며칠 뒤에 되갚았다. 그렇게 빌리고 갚고, 빌리고 갚고, 빌리고 갚고를  서너 번 하며 금전적 신뢰를 쌓아가다 점점 액수가 커질 때 라락- 연기처럼 사라져 버렸다.

     서서 빌려주고도 넙죽 엎드려 받아내야 하는 기회마저 나에게 주어지지 않았다. 미련에 며칠을 연락하고 메시지를 남겨 보았다. 친구는 바보 같은 나를 애저녁에 차갑게 차단해 버렸다. 쏟아진 물 위에 자빠져 꼴이 우습게 된 나는, 엎어져  누운 채 삼 개월 가량 끙끙댔다. 나 자신을 자책하고 할퀴며, 친구의 우정과 신뢰를 한탄한 경험이 있다.

친구는 떠나고 상처와 기억만 남았다.

      나는 적당히 한몫 챙긴 그분께 작심하고 밤새 저주를 퍼부었다.

"3대가 변비와 치질로 개고생이나 해버려라." 

  ..... 그것 말고 내가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오래 지나도록 친구의 소식은 감감무소식. 행방에 대해 들은 적이 없으나 어디서 변비와 치질로 개고생 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참... 요즘같이 흉흉한 세상에 믿을 놈 하나 없다. 가까운 사람도 돈 앞에서는 한순간 적이 된다. 참 씁쓸하다.






  나는 몇 년 전 중고나라에서 사기를 당한 적이 있다. 이렇게 말하니 프로 피해자 같은데 그건 아니다. 카메라를 사려고 선입금하니 수수료 문제로 추가 입금을 요청 해댄다. 돈이 묶여 출금을 할 수 없다는 게 이유였다. 황당했다. 어쩌라고, 내 사정도 아니고. 차라리 다시 환불해 달라는 말에 사기꾼은 꽁지 빠지게 메시지 창에서 종적을 감추어 버렸다. 앗, 할 땐 늦었다. 맞춤법도 틀린 문자에 속아 넘어가다니... 힌트가 있었다. 그 순간 나의 촉은 매우 무뎠었다. 사기를 당하는 찰나의 순간에는 모른다. 지나서야 '아차' 한다. 지금은 뻔하디 뻔한 수법이지만 그 당시에는 신박했고, 암암리에 이루어지는 신종 사기 행태였다. 이제는 소형가전 추가입금은 흔한 사기형 태이로 알려졌다. 말이 되나? 흔한 사기 라니.


    나는 지인과 가족에게 숨겼다. 피해자이지만 왠지 몇만 원 더 싼 것 찾다 호구된. 뭐, 그런? 사람 취급 당하거나 욕먹 것 같아 어디 가서 말도 꺼내지 못했다.   나는 마음속으로  '거지 똥꾸멍에서 콩나물 빼먹는 사기꾼아. 삼대가 빌어먹어라.' 어김없이 저주만 냅다 퍼부으며 며칠간 뜨거운 눈물을 삼켰다.


     사이버 수사대 나 중고 사기 신고 하는 방법을  찾다가 '더치트'라는 앱을 알게 되었다. 들어가 사기 폰 번호와 계좌를 찾아보니 이미 나와 같은 피해자가 한 트럭이다. 사기당한 금액도 고액까지 천차만별이다. 그 안에는 온라인 피해자만 해도 천 트럭은 족히 될 것으로 보였다. 보고 있잖아 한숨이 난다. 이젠 직거래도 눈앞에서 사기 친다니 중고거래도 앞으로 쉽지 않겠다.


www.thecheat.co.kr
"더 치트" 사기 방지 검색 플랫폼
선확인 후거래.


   더 치트 마저도 등록이 되지 않은 사기계좌가 판을 친단다. 메이저가 아닌 생소한 계좌 은행도 일단 의심해야겠다. 나는 증권계좌였다. 그리고 "거래직전 약간의 조건만 바뀌어도 그게 무엇이든 간에 거래를 중단하는 게 낫다고 본다".


     사기 피해가 해가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먹고살기 힘들수록, 아낄수록 사람들은 값싼 걸 찾고 그 틈을 이용해 등처 먹는 사기꾼이 지뢰처럼 숨어있다. 여러번 성공을 맛본 놈은 뻔뻔하게 턱을 치켜들고 플렉스 하며 거리를 활보하고 다닌다.

요즘 범죄자들은 사기 친 주제에 뭐가 그리 당당한지 할 테면 해보라지 식의 오만불손한 언행이 뿌연 모자이크를 뚫고 나온다. 막장이다.

저 사람들이 티브이에 나올 정도면 전적은 얼마나  화려하겠나. 내 중고 카메라 사기꾼일지도 모를 일.

      사기꾼은 형량이 미미하다. 일벌백계하여 하나하나 과거 형량을 더하고 모든 돈은 전부 회수되어야 한다. 개탄스럽다. 한국이 언제부터 사기 공화국이 되었나. 




보이스피싱 사기꾼 부자의 돈 세탁과 '전직 경찰' 탈옥 도망친 사기꾼 일명 김미영 팀장


     일반인도 나쁜 마음먹으면 한순간에 사기꾼이 된다. 그러지 마라. 제발 정신 차려라. 자신의 업보는 자신에게 아니면 가족에게 혹은 대대로 내려간다. 한순간이다. 순간의 이익을 위해 타인의 인생을 휘젓고 자신을 망치지 않기를!


    뉴스를 보면 사기 피해 기사는 하루 걸러 하루 나오니, 오늘 기사가 어제 것 인지 새로 나온 것 인지 헷갈릴 지경이다. 대략 일 년 전부터 봇물 터지듯 수천억 대 전세사기 기사가 터져 나올 때는 미간이 펴질 날이 없었다. 전세사기는 전국으로 전염병처럼 퍼져 나갔다. 

피해자는 돈이라도 회수되어 돌려받으면 용서해 주고 잊어버릴 테지만. 사기당한 자는 모르는 것도 죄고 욕심부린 것도 대역죄라 사기꾼 보다 더 지독하게 두드려 맞는 것이 통상 한국의 피해자들이다. 말 그대로 사기 안치고 사는 사람은 바보 되는 세상. 

    사기 피해에 대한 뉴스 보도가 나오면 '욕심부려서 그렇지. 그걸 믿었다고. 그걸 왜 당하고 앉았냐. 바보 아냐?' 쏟아지는 인신공격 무시와 조롱하는 댓글이 참으로 아프고 서글프다. 실은 아쉬움에 던지는 말이 라고 해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안 한 만 못한 말들. 모진 악담 같은 댓글은 피해자의 가슴을 두 번 세 번 베어 버리, 역설적으로 사기꾼에게 뜻 모를 힘을 실어 다. 그 런 글 뒤에 숨어 승리의 미소를 짓고 있을지도.



      사기를 당한 후 재기를 못하고 일상생활을 영위하기 힘든 지경에 이르거나 목숨을 내려놓는 안타까운 일도 오랜 기간 비일비재 했다.

    법은 다른 범죄에 비해 사기를 가볍게 다루지만 사기는 피해자의 영혼과 정신을 살해한다.



    방심하는 순간 낚아 챈다. 누구도 사기를 당하기 전에는  내 차례가 될 거라 상상조차 하지 않는다.







다음화 2. 사기꾼 천조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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