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싹 속았수다> 엄마와 함께

드라마를 보고

by 일밤열


폭싹 속았수다. 정말 수고하셨습니다.
드라마를 만드신 모든 분 정말 수고하셨습니다.
애순과 관식의 사랑, 그 가지가 뻗어 나가 열매를 맺은 금명, 은명, 동명의 이야기까지 어느 하나 마음에 스며들지 않는 것이 없었습니다.
4부작을 보면 그 이야기가 너무 알차서 다음엔 어떤 내용이 저를 흔들고 갈지 궁금함의 연속이었습니다. 그 궁금함이 막을 내리고, 애순과 관식의 삶도 어느덧 유채꽃이 지는 늦봄처럼 쓸쓸 쌀쌀해지는 것을 보니 그들이 모두 우리의 과거, 현재, 미래였나 봅니다.


가장 아름답게 피어
가장 찬란하게 흔들리다
가장 반짝하게 지는

저렇게 행복했고
이렇게 품어왔던
우리 모두의 이야기였습니다.

사랑으로 얼룩지고 사랑으로 꿰매어진 마음들이 모여 만들어낸 이야기였습니다.

저는 드라마를 엄마와 함께 보았습니다. 매주 목요일에 집에 오면 금요일, 토요일, 일요일 동안 함께 보았습니다. 울고 웃으며 꼭 서로와 보았습니다. 엄마는 짜증 내는 금명이를 보며 너와 꼭 닮았다고 했습니다. 저는 집으로 내려가는 딸에게 바리바리 싸주는 애순을 보며 엄마와 꼭 닮았다고 생각했습니다.

서로를 떠올리며 보는 건 참 재미있는 일이었습니다. 엄마는 엄마의 엄마도 떠올렸을까요? 나중에 제가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으면 언젠가 다른 이를 떠올리게 될까요?

아직은 잘 모르겠습니다. 너무 먼일처럼 느껴집니다. 하지만 곧이겠지요. 새로운 만남과 뜻하지 않은 이별 모두.

저는 이 드라마가 애순과 관식, 금명, 은명, 동명이의 이야기로만 기억되지 않을 것 같습니다. 나와 엄마, 엄마와 나의 이야기로 기억될 것 같습니다. 함께 일주일을 손꼽으며 같은 자리에 앉아 도란도란 이야기하며 서로를 이해하고 함께 눈물짓는 그 모든 순간이 함께 기억될 것 같습니다.

울렁울렁하다 퐈하고 몰아치는 거센 파도처럼
모든 걸 앗아가도 다시 모든 걸 내어주는 저 바당처럼
주고받는 게 인생이라지만
내 모든 것이 너무 소중해서 꼭 쥐고 싶은 이 마음은
제 욕심인 걸까요?

정말 그런 게 인생이라면
저는 더 많이 줄 겁니다.

한 번에 마음을 담아 최대한 양껏.
그렇게 주다 보면 더 이상 잃을게 없어질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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