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의 암 진단이 8조원 가치의 AI 기업을 만들다

Tempus AI 이야기

by Just Hang

프롤로그: 한 기업가의 절망과 희망


2014년, 시카고의 성공한 연쇄 창업가 에릭 레프코프스키(Eric Lefkofsky)는 인생 최고의 정점에서 예상치 못한 시련을 마주합니다. 그의 아내 리즈(Liz)가 유방암 진단을 받은 것입니다. 그루폰(Groupon)을 공동 창업하며 억만장자의 반열에 오른 그였지만, 아내의 치료 과정에서 그는 깊은 무력감과 좌절을 느꼈습니다.


최첨단 시대에 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내의 치료는 파편화된 데이터와 단절된 정보 속에서 길을 잃고 있었습니다. 의사들은 유전체 데이터, 임상 기록, 영상 자료 등 방대한 데이터를 통합적으로 활용하지 못했고, 치료 결정은 종종 과거의 경험과 제한된 정보에 의존했습니다. 그는 ‘왜 아내의 치료에 데이터가 제대로 활용되지 않는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기 시작했습니다. 이 질문이 바로, 훗날 기업 가치 8조 원에 달하는 AI 헬스케어 기업, 템퍼스 AI(Tempus AI)의 시작이었습니다.


연쇄 창업가의 마지막 도전: 돈이 아닌 사명을 좇다


에릭 레프코프스키는 이미 그루폰, 에코 글로벌 로지스틱스(Echo Global Logistics), 미디어오션(Mediaocean) 등 여러 기업을 성공적으로 창업하고 나스닥에 상장시킨 입지전적인 인물입니다. 그런 그가 2015년, 또다시 창업에 뛰어든 이유는 돈이나 명예가 아니었습니다. 바로 아내의 고통을 통해 직접 목격한 의료 시스템의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절박한 사명감이었습니다.


그는 자신의 모든 경험과 자원을 쏟아부어 ‘암과의 전쟁에서 데이터를 무기로 활용하는 회사’를 만들기로 결심합니다. 템퍼스는 그렇게 탄생했습니다. 그의 목표는 명확했습니다. “모든 환자가 적시에 최적의 치료를 받아 더 오래, 더 건강하게 살 수 있도록 돕는다.”


템퍼스는 무엇을 하는 회사인가? : 데이터로 암을 정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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템퍼스는 간단히 말해 ‘AI 기반 정밀의학 플랫폼’입니다. 기존 의료 시스템에 흩어져 있던 방대한 양의 의료 데이터를 한곳에 모으고, 인공지능으로 분석하여 의사들이 환자 개개인에게 최적화된 치료법을 찾도록 돕습니다.


템퍼스가 구축한 ‘멀티모달 데이터 라이브러리’는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합니다. 여기에는 다음과 같은 데이터가 포함됩니다.


•유전체 데이터 (Genomic Data): DNA, RNA 염기서열 분석을 통한 암세포의 유전적 특성 정보


•임상 데이터 (Clinical Data): 환자의 치료 기록, 약물 반응, 진단 정보


•병리 데이터 (Pathology Data): 암 조직 슬라이드 이미지


•영상의학 데이터 (Radiology Data): CT, MRI 등 의료 영상


템퍼스는 이처럼 다양한 종류의 데이터를 통합하고 구조화하여, AI가 숨겨진 패턴과 인사이트를 발견하도록 합니다. 의사는 템퍼스의 플랫폼을 통해 특정 유전자 변이를 가진 환자에게 어떤 항암제가 가장 효과적이었는지, 비슷한 유형의 암 환자들이 어떤 치료에 좋은 반응을 보였는지 등을 손쉽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템퍼스의 비즈니스 모델: 선순환을 만드는 ‘데이터 플라이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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템퍼스의 비즈니스 모델은 ‘데이터 플라이휠(Data Flywheel)’이라는 개념으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이는 한번 가속도가 붙으면 저절로 돌아가는 바퀴처럼, 사업이 성장할수록 경쟁 우위가 더욱 강화되는 구조를 의미합니다.


1.유전자 검사 서비스 제공: 병원에 정밀 유전자 검사 서비스를 제공하며 방대한 환자 데이터를 수집합니다.


2.데이터 라이브러리 확장: 데이터가 쌓일수록 AI 모델은 더욱 정교해지고, 분석의 정확도가 높아집니다.


3.서비스 가치 상승: 더 정확해진 분석 결과는 의사와 환자에게 더 큰 가치를 제공하며, 더 많은 병원이 템퍼스의 서비스를 찾게 됩니다.


4.데이터 라이선싱: 이렇게 축적된 고품질의 비식별화 데이터를 신약 개발에 목마른 제약사에 라이선스 형태로 판매하여 추가 수익을 창출합니다.


이 구조의 핵심은 ‘데이터 수집’이라는 비용이 발생하는 활동을 ‘유전자 검사’라는 수익 사업으로 전환하고, 그렇게 모인 데이터를 다시 ‘데이터 라이선싱’이라는 고수익 사업으로 연결했다는 점입니다. 구글, 소프트뱅크 등 세계적인 투자사들이 템퍼스의 성장성에 베팅한 이유도 바로 이 강력한 데이터 선순환 구조 때문입니다.


폭발적인 성장과 성공적인 IPO


창업 이후 템퍼스는 무서운 속도로 성장했습니다. 2020년 구글 벤처스의 투자로 기업 가치 81억 달러를 인정받았고, 수많은 글로벌 제약사들과 대규모 데이터 파트너십을 체결했습니다. 그리고 2024년 6월, 마침내 나스닥에 성공적으로 상장하며 4억 1천만 달러(약 5,500억 원)의 자금을 조달했습니다.


매출 성장세는 더욱 놀랍습니다. 2025년 3분기에는 전년 동기 대비 84.7% 증가한 3억 3,420만 달러의 매출을 기록하며 시장의 기대를 훌쩍 뛰어넘었습니다. 특히 데이터 라이선싱 사업은 40%가 넘는 성장률을 보이며 회사의 핵심 성장 동력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에필로그: 기술은 어떻게 인간을 향하는가


템퍼스의 이야기는 한 개인의 절박한 문제의식이 어떻게 세상을 바꾸는 혁신으로 이어질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가장 극적인 사례 중 하나입니다. 에릭 레프코프스키는 아내의 고통 앞에서 좌절하는 대신, 자신이 가장 잘할 수 있는 ‘기업가 정신’과 ‘기술’을 통해 문제 해결에 정면으로 맞섰습니다.


이제 템퍼스는 종양학을 넘어 신경정신의학, 심장학, 감염병 등 더 넓은 영역으로 데이터 기반 정밀의학의 혁신을 확장하고 있습니다. 기술이 인간의 가장 절실한 문제, 즉 생명과 건강을 향할 때 얼마나 위대한 힘을 발휘할 수 있는지, 템퍼스의 여정은 우리에게 깊은 울림을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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