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샹궈를 먹은 지는 불과 몇 년 전이다.
경험한 적 없는 이국적인 음식엔 묘한 두려움이 있다. 덥석 입에 넣었을 때, 무방비 상태의 혀에 처음 겪는 이국의 향신료가 닿는 기분은 유쾌하지 않았다. 맛에 있어서만은 모험적이지 않던 나는, 이름조차 대륙의 어느 귀퉁이 지방에서 출발했을 이 음식에 눈길을 주지 않았더랬다. 그러다 서른이 된 지 얼마 되지 않은 어느 날. 앞자리가 바뀐 나이에 새로운 도전의식이라도 들었는지 당시 여자친구와 허름한 중식집에서 마라샹궈를 시켰다. 마치 샤브샤브와 비슷한 시스템 같지만 낯선 재료들에 불안감은 커져갔고, 무표정의 점원은 말없이 가져온 재료들을 말없이 어디론가 데려갔다. 그렇게 몇 십 분을 기다린 뒤 붉게 뒤범벅된 완성물, 알싸한 마라향은 '이 길이 맞나'란 생각을 들게 했다. 조심스레 내 젓가락은 그나마 나약해 보였던 정경채로 향했고, 음식도 궁합이 있다란 걸 처음 알았다. 그 주에만 나는 세 차례 마라샹궈를 먹고 나서야 제정신이 들었는데, 그 뒤로 내 배민 순위에서 짜장면을 제치고 마라샹궈가 상위권을 차지한다.
수 백개의 고민 속에 수 십 개의 행동을 취한다. 내 두려움 속에 사라져 간 그 선택들은, 사실 나와 더할 나위 없이 잘 맞았을 수도 있었겠지. 마라샹궈는 기적같이 맞아떨어진 몇 개의 선택 중 하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