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는 졸업했어

커리큘럼 수료완주:)

by 모모문

2019. 전 세계를 덮은 코로나 펜데믹 -

오프라인 행사가 매출의 주요인이었던 내 영역에 어둠이 비춰지고 있었다.

매출은 월마다 전년대비 -50% 연이은 역성장의 폭은 줄어들지 못했다.


장기화로 이어지던 작년 8월 여름 시원한 아메리카노 한잔 마시고

회사로부터 '해고예정 통지서'에 서명을 했다.




한달만 남은 직장인 삶을 선고 받고 믿지 못하겠지만 기쁨의 환호성을 질렀다.

'이제 정말 졸업시켜 주는구나. 회사야 그동안 고마웠다'


2017년에 출간된 저자 이나가키 에미코 도서 '퇴사하겠습니다'에서 다음과 같은 문장이 나온다.

-회사는 사랑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적당히 좋아하면됩니다.

-회사는 나를 만들어 가는 곳이지 내가 의존해 가는 곳이 아닙니다.


사실 책을 읽어본 건 아니였고, SBS 스페셜에서 방송으로 보게되었다.

50살 인기 칼럼리스트가 10년동안 퇴사를 준비하고 실행한 후의 시각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그 내용 중 회사와 사이가 나빠질 필요는 없다고, 다만 회사를 떠나게 될 때는

졸업한다는 마음으로 그동안의 회사에게 고마워하면 된다고 하였던 부분에서 그때부터

회사에 대한 다른시각으로 철저히 3년간 퇴사를 준비하고 있었던 것 같다.


"수고했어. 9년 일했으니, 이제 1년쯤은 쉬도록해.'


2011년 6월 첫 이직 후 10년 후엔 출근버스에 몸을 싣는 삶은 만들지 말자고 나와 약속했다.

옮겨다니면 채용자가 안좋게 볼 수 있다는 어른들의 이야기가 중요했던 때였고,

원래 선천적으로 한번 취직하면 크게 문제 없이 오래 다니는 체질이라 그당시 안정적으로 높은

병원에서 5년 직장생활을 겪어냈다.


개인병원에서 보수적인 업무지시에 불규칙한 점심시간, 오르지 않는 급여때문에 고민이 깊어졌다

무엇보다 함께 근무했던 50대 초반 엄마 또래의 상담실장님, 그뒤 30대 초반 결혼 후 임신 8개월까지

출근하셨던 동종계 여성직장인 상황이 미래의 내 모습으로 잔상을 비춰보니 정신이 번쩍 들었다.


무엇보다도 여자로서 결혼 후에도 꾸준히 수입이 있을 수 있는 안정적인 직업이라는 타인의 권유로

지낸 시간이였지만, 그 안에서도 자격증 취득을 위해 간호학원도 등록하고 실습을 통해 영양제는

해마다 놓아드릴 수 있던 딸의 역할을 했던 고마운 경험으로 묻어두기로 했다.


이번엔 내가 좋아하는 일, 제조-유통-판매까지 할 수있는일, 10년 후엔 다른 직장으로 옮기지 않아도 되어

자립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이 있을까?... 우선 내가 좋아하는 것! 배워보고 싶은 것! <의류매장 오픈> 점주!


카테고리를 의류매장으로만 걸고 공고문을 둘러보았다. SPA판매원 모집!

갓 런칭된 브랜드 스탭채용 공고문이 눈에 띄어 이력서를 넣은 며칠 후, 본사에서 면접을 보았다.


본인의 장단점, 근무하고 싶은 매장 단 두가지 질문에 답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그날 버스안에서 살면서 여느때 보다 더욱 간절하게 합격을 기도했던 기억이 난다.


전보다 움직이는 일이 많아 퇴근 후 몸은 고되고 힘들었지만 , 하루하루 업무는 즐거웠다.

간단하지만 함께 근무하는 직원들끼리 원팀이 되던 브리핑시간 메모했던 노트는 지금도

책꽂이 한켠을 차지하고 있을 것이다.


제일 절실했고 회사에서 살아남아야 했던 의지가 강했던 터라 앞만 보고 일에만 매달렸다.

덕분에 각 파트별 업무는 금방 꿰뚫었고, 1년도 되지 않아 승진하여 직급도 업그레이드 되었다.


한달에 한번 꼬박꼬박 들어오는 급여가 감사했다(그 당시 첫 월급이 병원급여보다 높았다..;;)

직급에 따라 업무도가 숙련된 만큼 급여인상으로 더욱 일에 자신감을 갖고 애사심은 높아졌다.


그렇게 한두곳씩 매장 확장에 오픈지원도 나가 직원교육도 해 보고,

단순 판매뿐 아니라 진열, 인사관리까지 섭렵하고 , 내가 총괄이 된 매장도 맡았다.


나와 직원들이 쌓아올리는 하루하루 매출은 모두 회사의 몫인 걸 깨닫기까지 오래 걸리지 않았다.

내가 총괄관리자가 되고 보니 내가 하고 있는 건 관.리.자 였던 것임을 ..

어제보다 높은 매출이 나와도 내 급여는 동결이 되었고, 입사때 보다 훨씬 성장한 회사에게

나는 부품처럼 느껴졌다. 이렇게는 힘들어 회사에 다른 후임자 채용을 부탁드렸지만 거절당했다.


그렇게 얼마후, 전 세계를 혼란에 빠트린 그 바이러스가 다가왔다.

그리고 몇개월 뒤 퇴사를 거절했던 담당자가 찾아와 해고 예정통보서를 내밀었다.


한달 뒤 졸업한다는 회사생활 수료완주 증서로 보였던 서면에 당당하게 서명을 했다.



"점장님~ 이렇게 되니 아쉽네요. 앞으로 어떻게 하실거예요?"

"언니~ 내가 매장 잘 정리 해 두면 한번 와~ 밥먹자"

"실업급여 기간 좀 줄이고 명품매장 관리직 한번 생각해 봐요~ 자리 하나 있어서 생각나서 연락했네요"


평소엔 그닥 내 안부에 인색했던 관계자들이 참 다양하게도 위로를 던져왔다.

이게 현실이구나, 이게 보통 직장에서 그만 두게 된 상황에서 듣게 되는 현실소리들이구나.


-다행이죠, 지금이라도 정리되서 얼마나 즐거운지 몰라요, 앞으론 제가 하고 싶었던 일을 해야죠

-이것저것 당장 처리하고 배울 것들이 많아서 시간이 날지 모르곘네.

-그동안 감사했어요, 근데 한 1년은 쉬려구요. 이제는 그래도 되지 않아요?! (웃음)


억지로 얼버무르는 대답이 아닌 자신감 가득찬 어투로 되받아치고 있는 내 멘탈이 든든했다.




그렇게 한달 뒤 나는 출근하지 않아도 되는 하루를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