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번 다시 마주치지 말았으면 좋겠다.

지나간 끝사랑

by 모모문

5년전쯤 이었나봐요. 그날은 오랜만에 오전근무를 마치고 오후 6시 정시퇴근을 하고, 예정시간 보다 조금 늦게 도착한 버스에 탑승하고 붐비는 승객 좁은 틈에 서서 버스 손잡이를 잡고 창밖넘어 지는 노을을 보았죠.


그런거 있잖아요. 어두워진 터널 밑을 지나면 창에 뒷사람이 비춰지는 순간이요.

만난지 얼마 안되었는지 조심스레 손을 맞잡은 연인이 보였어요. 그리고 꽤 익숙한 실루엣이요.

혹시나 하고 뒤를 돌아봤는데 분명 10년전 그 사람이였어요. 단정하고 캐주얼한 차림에 평온한 미소도 그대로였죠. 어찌나 넋을 놓고 봤을까요. 혹시나 알아볼까 자연스럽게 뒤를 돌아봤죠. 다행히 못알아봤어요.

알아보기도 애매한 상황이였을거예요. 다행이더라구요. 평범하게 다정한 연인이 있었으니까요.


한편으로는 씁쓸했어요. 월급을 받고 비싸지도 않은 작은 백을 선물했는데 그걸 메고 있었거든요.

어떻게 헤어졌는지 기억조차 없어요. 하지만 함께 보낸 추억은 아직도 가끔 기웃기웃거리네요.

대학로에서 공연도 보고, 커플티도 맞추고, 기념일엔 맛있는 거 먹고 멋진곳에 데려다 주었어요.

모든 순간이 행복 그 자체였죠. 오래오래 갈거라고 믿으면서요. 보통 연인들이 그러하듯 그렇게요.


개인적으로 힘든 상황이 왔는데, 그걸 함께 나눴다면 조금 나아졌을까요?

지금도 그때와 같은 상황이 온다면, 선택에 변함은 없을거 같아요.


보통 연인들처럼 힘들다고 아프다고 도와달라고 하는 성격이 아니라, 그러기엔 그 사람 삶에

미안한일이라 보내주는게 맞다고 결론을 내렸죠. 잠깐 아프고 말겠지.

사랑한다는 이유로 내 허물까지 책임지길 바라는건 아닌거 같았고, 내 문제는 내가 해결하고

싶었죠. 이렇게 시간이 오래 걸릴줄 알았더라면 덜 모질게 굴걸 그랬는데 말이죠.


이직을 하고 전화번호도 바꾸고 오직 일만 하며 새롭게 살고 있었는데

그렇게 10년 가까이 다른 사람으로 살면서 우연히라도 마주치고 싶지 않았어요.

쓸데없이 추억이 올라와 감정이 말랑말랑 해지면 컨트롤이 안될 것 같은 이기심이 컸죠.


버스에서 내려 근처 공원에서 한참을 울었나봐요. 헤어지고 집으로 오던 그날처럼요.

오랜만에 울어버리고 나니 오히려 속시원했어요. 우리집안은 부처님을 믿어요.

석가탄신일이면 부처님을 뵈러 가니까요. 인간의 못된 심성으로 끓어버린 인연이

보통의 사람으로 살아가고 있는걸 확인 시켜주신거 같아요.


이제 정말 두 사람의 인연은 끝임을...

알고 있어요. 이제와서 그 사람 인생에 끼어들고 싶지 않아요.

내가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어 있을지 아니죠 아예 흔적조차 없는 사람일지라도 그 편이 나아요.

왜 헤어지자고 했는지 이유도 몰랐으면 해요. 진실은 나만 알고 있으니까요.

먼지같은 인연으로 바람에 날려버리고 자신의 삶을 잘 살고 있으니 응원하면 되죠.


그러니 부디 앞으로는 두번다시 마주치지 말았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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