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돌한 초6 여자아이
우리집은 3층짜리 주택건물 지하였다. 남들이 보기엔 풍족하지 않은 살림이였지만 그들 생각과 달리
부모님의 따뜻하고 큰 사랑으로 다복했던 시절이야기다.
그때 당시 백화점에 들어가는 옷을 직접 만드시는 하청업을 하고 계신 부모님 덕에 예쁘고 고급스러운
옷을 매일 바꿔가며 신발까지 풀 코디로 등교를 했다.
그래서 그런지 또래 여자아이들 눈에는 그저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가까이 하는 친구는 그다지 없었다
"지하에 살면서 옷은 왜 맨날 예쁜것만 입는거야! 진짜 재수없어!"
"야! 너 옷 아까워서 쉬는시간에 화장실도 안가냐!"
어쩌면 그때부터였나보다. 서로 같은 학년이고 더군다나 친구들끼리는 사이좋게 지내야 한다고 배웠는데
현실은 그러하지 못함에 오히려 유치해 보였다.
아, 내가 지하에 사는건 집주인 딸 만 아는 건데 - 이미 학교에 소문이 다 퍼졌나보다.
오히려 대꾸하지 않아서 그랬는지 남자 아이들도 짖궂었다.
그냥 학교를 빨리 졸업하고 싶었다.
취급하는 제품이 3학년정도 아동복이 맞지 않을 나이만큼
성장했으니 5학년이후로는 더 이상 백화점 옷을 입지 않았다.
이제 1년후엔 졸업이니 제발 부디 집주인 딸이랑은 같은반이 되지 않길 바랬다.
아...개학날 웃으며 인사는 집주인 딸은 악몽 그 자체였다.
그때 당시 '짱'이라고 하나 그리고 그 옆에 '꼬봉'이라고 붙어다니는 무리들이 있었다.
하필 조별과제도 많아서 의도치 않게 함께 그 무리들 중 한 친구 집에서 숙제를 하던날
기분 나쁘다며 엎드려 뻗쳐도 시켜서 했던 거 같다. (지금 생각해 보면 왜 그랬지?)
따지고 보면 집주인 딸이지 , 본인이 집주인은 아니지 않은가,
부모님이 아시면 속상할까 그냥 꾹 참고 다녔다.
그러던 어느날, 집 화장실이 고장나서 수리중에 3층으로 이용하러 간날 그 아이네 집은
호화스러움 그 자체 였다.
깔끔한 거실, 쇼파, 대형TV 없는게 없었고 신세계를 본 그날을 잊을 수 없었다.
스승의날 서프라이즈 준비를 하던 날, 우리집 눅룩한 장판이 깔린 거실에서 했다.
이것 저것 주문이 많아 수정하고 또 수정하길 반복하여 완성 후 내일 가져가기로 하고 헤어졌다.
다음날, 비가 세차게 내리고 셋이서 큰 박스를 걸어서 15분 학교까지 이동했다.
잦은 언성이 있었고 나도 한계가 극에 달했을 때 교실 도착해서 그 사건이 일어났다.
내가... 그 집주인 딸을 이긴다고 했다나... 웃으며 과제 준비하던 친구가 그렇게 이간질을 하고
그런 적 없다고 했지만 유치하게 편까지 갈라져 그 아이는 내게 온갖 소리를 지르며 반 친구들
앞에서 모욕을 선사했다.
평화주의자였던 나는 폭력을 싫어한다. 그런데 그 아이는 그말은 해서는 안되는 거였다.
"너 우리집 지하에 살잖아! 그런 주제에 니가 날 이긴다고?!"
.
"그래, 맞아.. 나 지하에 살지.. 근데 거기 너네 엄마가 우리돈 안해줘서 못나가는거야...
비가 오면 쓰레받기로 물을 퍼내야 하고, 천장에서는 언제 떨어질지 모르는 바퀴벌레 때문에
우리 아빠는 은행나뭇잎만 모아오셔. 너네 집보니까 가구도 쇼파도 좋아보이던데 부탁할께..
너네 엄마한테 잘 얘기해서 우리 이사 좀 가게 해줘!"
초등학교 6학년이여도 가족을 건드리는건 용서가 안되었다.
실제로 부모님이 전전긍긍 하시던 모습은 어렴풋이 기억에 남아있다.
그렇게 친구들 앞에서 잘난척 하길 즐기던 그 아이는 정작 본인 가족에 대해선 모르는 것 같아
가여웠다. 그 일이 있고 내게 더는 비아냥 거리는 무리들은 없었다.
그리고 그 아이는 이사갔고, 얼마뒤 새 물욕에 가득찬 아저씨가 집주인이 되었다.
지하에서 벗어나 1층으로 입성해 우리 식구들도 단란하게 화목했다.
그래도 수년을 한 건물에서 살았는데 보증금을 올려달라는 조건이 너무 터무니 없엇고,
부모님은 나를 데리고 집을 보러 다니며 제일 마음에 드는 곳을 고르라고 했다.
10층짜리 햇볕 좋은 아파트에 새 보금자리를 계약하고 오던 날,
집주인 아주머니께서 " 집이 마땅한 곳이 없을텐데- 잘 보고 왔니?" 라는 물음에
"네.. 여기보다 볕이 아주 잘드는 따뜻한 아파트로 갈거예요"
지금도 엄마는 내게 너무 어린애가 버릇없게 이야기 했다고 하지만,
가족만큼은 너무나 소중했던 꼬마가 철없는 어른에게 일침을 놓은거라 생각한다.
그리고, 난 집주인 딸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