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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꽃물들다 Sep 02. 2023

atmosphere?(분위기)  

강릉에서 추억을 입히다.

강릉 은 소비도시 이면서 아름다운 자연환경과 도시스러움이 공존하는 곳이었다. 병원이 있고 대학이 두 개나 있었고 방송국 법원이 있는 곳이지만 큰 쇼핑몰이 없었다 그 시절엔,  우리가 살던 아파트는 번화가에서 조금 벗어난 곳에 있었다. 경포대를 가려면 시내 번화가를 지나가야 한다. 주말에 경포대 오죽헌을 가려고 교동 시내를 막 지나갈 무렵 내 눈에 세련된 샾이 눈에 들어왔다. 남편한테 "잠깐만?" 맞은편 샾을 가리키며 유턴을 해서 샾 앞에 세워달라고 했다. "어리둥절"  그래도 샾 앞에 세워준다. 주인아주머니를 만나 계약을 하겠다고 했다. 앞만 보고 직진하는 "겁도 없고 도전적인 무모함을 어쩔 거냐고?" 남편은 그저 멍하고 지켜보고 있다.      


멀티샾 (신발, 가방, 액세서리) 모든 게 있는 샾으로 오픈을 했다. 유치원 자모회장을 맡고 있던 터라 고객은 유치원 학부모가 주 고객이었지만 교수 사택 아파트가 샾이 있던 뒤쪽에 자리하고 있어 교수 사모님, 주변학교 선생님들이 단골이 되었다. atmosphere (분위기) 샾 이름이다.     

"핫, 플레이스"로 자리 잡으면서 만남의 명소가 된다. 이곳에서 난 타지에서의 외로움과 따듯한 사람들이 모여  살아갈 날들은 알 수 없지만 그런  인연들을 만들고 싶었다. 건설 회사를 하는 ㅇㅇ엄마는 비서로 시작해 회사의 전무이사까지 올라갔지만 아들 둘은  또 다른 엄마와 아빠의 호적에 올라야 했다. 나 홀로 세대주로 오랫동안 살아낸 선하고 착한 사람이라 사회적 보편성에 난 의문을 품지 않았다. 만나면 나까지 마음이 따뜻해진다. ㅇㅇ대학 조소과 교수님은 서울에서 내려와 그곳에서 결혼을 했기에 외로움을 많이 타셨다. 우리 샾에 단골이 되면서 깊은 속 이야기까지 하는 가까운 사람이 되었다. 남편분이 지역에서 유명한 건축사 이셨고 남편 분은 어릴 적 소아마비로 다리 한쪽을 불편함으로 살아가시는 분이셨지만 사랑으로 극복하고 너무나 예쁜 집에서 그림같이 사시는 부부셨다. 버스회사와 주유소를 하는 집 며느리 ㅇㅇ엄마 시집살이가 엄하고 힘들게 하여도 내색 없이 도시스럽게 예쁜 사람이다. 서울 올라올 때마다 아이들을 돌봐주던 ㅇㅇ엄마 조용하면서 마음이 따뜻한 사람 아이들을 믿고 맡길 만큼 속이 깊은 사람이다. 조그마한 체구에 얼굴 또한 조막만 한 의사 사모님과 는 나이도 같았고 아이들도 또래라 친구가 되었다. 조그마한 체구에 어울리는 드레스는 샤넬풍의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면서 포인트가 있는 옷들이 어울린다. 원피스가 참 잘 어울렸다. 나를 만나 거듭났다며 무한 애정으로 집초대도 자주 하는 사이였다.      


약간 통통 하지만 하얀 얼굴이 고급스러운 선생님 한분은 아가씨였다. 그 시절엔 여자가 외제차를 끄는 게 눈에 띄는 시절이라 샾 앞에 고급차를 세우고 샾으로 들어오신다. 차 키를 손가락에 걸고 돌리신다. 이런 분은 자신을 드러내고 싶어 하는 경향이 있다. 주마다 들리시지만 쉽게 옷을 구매하진 않으신다. 교수님 인가보다 생각하고 교수님 호칭으로 불러 드렸다. 의사 친구 집에 저녁초대로 방문한 날이다. 초인종이 울렸다. “애들 피아노 선생님?” 하며 친구가 문을 열었다. “안녕하세요?” 어디서 듣던 목소리다. 들어오시다 나를 보고 놀란다. 나도 속으로 놀랐다 그 선생님이시다. 그 이후부터 샾에서 뵐 수가 없었다. 사업을 오래 하다 보면 예기치 않은 사람들과도 마주친다. 상처를 받지 않고 스킬로 넘겨야 할 때 난 과감히 잊어버리려 노력하면서 고객들의 단점을 들추지 않는다. 좋은 사람 들을 곁에 많이 두었던 비결은 내 안에 사람에 대한 긍정 에너지와 상처를 보듬어 주는 따뜻한 마음이 있었고 그 들이 처한 상황과 삶의 이야기 들을 마음으로 이해하려 노력했다. 낯선 곳에서 만들어진 공간이지만 만남이 있고 사랑과 우정이 따뜻함으로 내가 떠난 후에도 남아있는 사람들이 이 공간을 기억하며 추억하길 바랐다. 길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사는 동안 외로움을 버텨내게 해 준 친구들에게 지금도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에도 늘 변치 않는 사랑과 우정은 어느 곳에서든 피어난다. 많은 사람들이 내 안에 햇살처럼 자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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