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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묘해 Nov 27. 2022

익명성과 글쓰기. 그 경계선 가운데 어디쯤

익명성을 좋아합니다. 아주 많이...


한 지역이나 한 기관에서 어느 정도 지내고 나면 그리고 그 관계 속에서 사람들을 알게 되면 어느 순간 답답함을 느끼면서 아... 이제 여기도 떠날 때가 되었네... 라며 이사를 가든 인사발령 신청을 내든 어떻게든 멀리멀리 다른 곳으로 가려 애를 씁니다.

아무도 알지 못하는 곳에서 편안함과 후련함을 느끼며 다시 맞는 새로운 곳에서의 생활과 아침을 기대합니다.


지금 머물고 있는 기관도 아주 오랫동안 일하고 있는데 올해가 지나면 이번에는 꼭 어떻게 해서든 떠나려고 애를 쓰고 있습니다.

직장 동료들과 지인들은 '왜 자꾸 떠날 생각만 해? 아무도 모르는 낯선 곳에 가면 무섭지 않아? 외롭지 않아?' 참 많이도 물어보는데 관계 속에서 쉬이 지쳐버리는 저는 새로운 곳에서 휴식을 합니다.




글쓰기를 좋아합니다. 또한 아주 많이...

저의 모든 글에는 제가 있습니다.

참 신기하게도 제 글 안에는 묘해와 묘해와 또 묘해가 있습니다.

제 글을 읽다 보면 제가 어떠한 사람인지 어떻게 살아왔고 살아갈 것인지가 보인다고들 합니다.

익명성을 참으로 좋아하는데 아이러니하게도 글에는 온 힘을 다해 저를 내보이고 있습니다.


가끔 쓴 글들을 몰아서 다시 읽어보곤 하는데 흠칫, 흠칫 놀랄 때가 많습니다.

'왜 이렇게까지 솔직해? 아니 이거까지 쓸 필요가 있었어?' 라며 혼자 이불 킥도 하고...

익명성을 좋아하지만 가끔은 저를 보이고 싶을 때 그리고 저라는 사람도 여기 이렇게 살고 있어요.라고 손 흔들고 싶을 때 더 솔직해집니다.


저에게 글쓰기는 사람들과의 연결된 삶에서 주는 안락함과 안도감으로 다가와 저의 목마름을 채워줍니다.

그리고 글 속에서 사람들과 소통하며 공감을 얻고 제 글이 누군가에게 위로와 감동이 되었다는 말을 들었을 때 글을 쓰기를 잘했다고 생각합니다.

또 가끔은 저도 제 글에서 위로를 받기도 합니다.


글은 저를 치료하는 자가치료제 이기도 합니다.

저에게 일어난 일들과 제 주변에 펼쳐진 현상들을 조금은 객관적으로 많이는 주관적으로 바라보는 연습을 하도록 하고 그럼으로써 한층 더 성숙하고 견고한 사람이 될 수 있도록 해줍니다.


글을 쓴다는 것은 그리고 저와 또 다른 이에게 따뜻한 위로가 된다는 것은 참으로 행복한 일인 것 같습니다.

제 글은 엄청한 정보를 주지도 대단히 멋지고 훌륭한 미사여구를 담아내지도 못하지만 그리고 앞으로도 그러할 테지만 제가 할 수 있는 표현들, 감정들 그리고 느낌들을 소중히 한 글자씩 담아내어 솔직하게 써 내려가려 합니다.


자주 부끄럽고 가끔은 위로가 되더라도 처음 그 마음처럼 묘해 하나 그리고 또 다른 이 한 분만이라도 있으시다면 계속 이어나가 볼 생각입니다.

익명성과 솔직함을 담아낸 글이 그 경계선 중간 어디쯤인가에서 여전히 줄타기를 하겠지만

언제나 그러했다는 듯이 또 그렇게 이어나가 볼 생각입니다.


그 길에 당신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묘해가 걸어가는 길에 평행선이 되어

묘해 옆에 함께 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그 경계선 가운데 어디쯤

글. 그림 by 묘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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