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빠르게 실패하기'(존 크럼볼츠, 라이언 바비노 지음)
생각해 보라.
실수를 한다고 죽지는 않는다.
틀린 말을 하거나 어설픈 아이디어를
따라 한다고 해도 마찬가지다.
오히려 실패를 피하려는 삶이 당신을 구속한다.
나는 실패하지 않는 삶을 살았다.
운이 좋았다고 생각한 적도 있었고, 재주가 좋다고 생각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내가 실패가 없었다는 것은
실패를 두려워했기 때문이라는 것을 안다.
딱 고만큼의 삶만 살았다.
그러나 다시 생각해보면 나는 내 실패를 하지 않은 것이 아니라 그것을 인정하지 않았다.
아니, 인정할 줄을 몰랐다.
어제는 남편이 나에게 화를 냈다. (실패1)
"나 삐쳤어." 라고 말했지만, 그 사람이 그렇게 말했을 때에는 많이 서운하고 화가 난 것이라는 것을 안다.
다음주에 떠나는 우리 가족 여행 준비를 남편이 도맡아 하고 있는데,
아내인 내가 너무 나몰라라 했나보다.
여행지를 선정할 때부터 내가 생각한 곳이 아니었지만(실패2), 남편이 이것 저것 고려해보고 알아보고 결정한 것을 알기에 별 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냥 그 사람한테 모든 것을 밀어 버렸다.
남편 혼자 애쓰는 것이 미안해서 나도 좀 힘이 되어볼까 하고 참견하기도 했지만,
그야말로 참견하는 것처럼 되어버렸다. 그 사람의 툭 내 뱉는 말투에 나는 한 발 물러섰다.(실패3)
나는 그저 '당신이 알아서 다 해.'로 한 발 물러섰고, '네가 나를 이렇게 만든 거야.'하며 그를 탓했다.
내가 그런 자세로 있었다는 것을 남편이 화를 내고 나서야 깨달았다.
실패를 두려워하는 나는, 자동적으로 언쟁을 피한다.
이번 여행을 준비하면서는, 둘 사이 생각의 차이를 발견하는 일을 최대한 피하려다가
서로 간에 감정이 상하는 또 다른 실패로 돌아왔다.
여행을 준비하면서 알콩달콩, 어쩌면 여행 자체보다 더 설레며 대화할 수 있는 시간을
내가 많이 놓쳤구나 싶었다.(실패4) 내가 놓친 여려가지 기회들이 스쳤다. 생각해보니 이것도 실패다.
그리고 남편의 화를 풀어주는 것도 생각만큼 쉽지 않았다.
이런 저런 변명은 아무 소용 없다. 이 사람도 나도 머리로는 이해할 수 있지만,
우리 둘 모두에겐 그럴 수밖에 없었던 이유들이 가득하다.
화를 풀고 마음을 나누는 것에 실패했다.(실패5)
나는 남편에게 이렇게 고마운 것이 많은데 그 말이 잘 나오지 않는 것일까?(실패6)
그러고보면 항상 마음처럼 다 말하지 못하는 것도 실패라면 실패가 아닐까 싶다.
이 생각을 하고나서야 말했다.
"내가 이런 거 준비하면 나는 쉽게 결정하지 못하고 몇 날 며칠 반복되는 생각만 왔다갔다 하느라 머리 아플 것 같더라고. 어쨌든 당신 결정 따르겠다고 생각하고 또 믿는다는 이유로 그냥 당신한테 다 미뤄버렸어.
미안해. 그리고 너무 고마워. 항상 무슨 일이 있을 때마다 나 신경 안쓰게 해주려고 하는 거 알아."
이 말을 하는데 왜 그리 눈물이 나는지..
아마 전화통화가 아니었다면 또 말하지 못했을지도 모르겠다.
눈물 보이는 것도 나에겐 일종의 실패이기에.
"아이, 이런 때는 뭐라고 해야할지를 모르겠네. 좋아. 우리 그냥 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