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터 드러커 '프로페셔널의 조건'
나는 누군가에게 직업을 말할 때에는 OOO기업에 다닌다고 말한다. 지금은 잠시 휴직 중이긴 하지만, 벌써 20년째 OOO 기업에 다니고 있는 직장인이다. 그리고 20년 내내 '나는 여기에 머무를 사람이 아니다.'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 그리고 나는 그동안 내가 그러고 있으면서 얼마나 많은 삶의 기회들을 놓치고 '얻는 것 없는 보상'을 얻고 있었는지 안다. 그렇지만 나는 이 회사 밖에서 하고 싶은 것들이 넘친다는 이유로, 회사 밖으로 날아갈 꿈을 여.전.히 꾸고 있다.
'프로페셔널의 조건'이라는 책에서 피터 드러커는 이제 누군가에게 직업을 묻는다면, "무슨 은행에 다닙니다.", "땡땡 기업에 다녀요."라는 대답을 듣기보다는 "나는 금속 기술자입니다." "나는 소프트웨어 디자이너입니다."라는 대답을 들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더 이상 근로자들이 자신을 고용기관과 동일시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자신의 전문 분야와 자신을 동일시하고 있다.
그러나 나는 여전히 나의 직업을 OOO기업이라고 말한다. 그 회사 이름이 뭐라도 되는 듯, '나'라는 사람을 그나마 조금 낫게 포장해 준다 여긴다. 아마 지금 당장 퇴사를 하는 어설픈 용기를 낸다고 해도, 나는 분명 'OOO회사에서 얼마동안 근무했다가 퇴사했다'는 아무도 묻지 않은 부연설명을 덧붙일 것이다. 그런데도 나는 그 회사를 나가는 상상을 매일같이 한다. 일이 특별히 힘들어서도, 적성에 안 맞거나, 괴롭히는 사람이 있어서도 아니다. 업무량이 너무 많아서도 아니다. 그냥 회사에서 그저 그런 내 모습이 너무 싫은 탓이다.
나에게는 '저는 이 일을 합니다.' '저는 이 일을 20년 넘게 해 왔기 때문에 이 분야에 전문가예요.'라고 할만한 것이 없다. 그저 주어진 일을 회사에 하나의 부속품으로 성실히 일해왔을 뿐이다. 물론, 때때로 내가 하는 일이 가치가 없지 않다는 것도 알고 있고, 그 가치는 내가 만들기 나름이라는 것을 안다. 그러나 단지 회사를 위해 헌신하고 싶지 않다는 이유로 적당히 일하면서 여기까지 왔다. 그리고 '나는 여기에 머물 사람이 아닌 것'도 그 적당히에 한몫했다. 그리고 피터드러커의 이 말을 다시 듣는 순간 나는 회사를 그만두고 싶은 그럴듯한 이유를 또 하나 찾았다. 아니 찾은 줄 알았다.
나는 이 회사에서 그 어떤 분야에도 프로가 아니야.
나는 정말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찾아서 프로가 되고 싶어.
이 회사에서는 내가 하고 싶은 일이 없어.
(다음 날)
적어도 지금 하는 일에 전문가급은 되어 보고 생각해야겠구나.
퇴사하고 싶은 이유가 하나씩 생길 때마다 나는 무척 반갑다. 내 마음은 이미 정해져 있고 그럴듯한 이유와 기회를 엿보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 상황에서 내가 알고 있는 것은, 나는 이 상태대로라면 그냥 회사에 주욱 다닐 것이다. 불가피한 상황이 올 때까지. 아니면 '에라 모르겠다.'하고 멋지게 그만두고는 후회와 방황, 조급함 속에서 불안감을 잠재우는 데 온 힘을 쏟을지도 모른다. 두 경우 모두 마음의 평화를 찾는 것에 엄청난 에너지를 쓰는 것은 다르지 않다.
나는 지금 어느 쪽이든 다시 되돌리지 않을 '선택'을 하기 위한 '나만의 힘'을 기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