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면은 그런 것으로 깎이는 게 아니에요

by 필승작가

조용한 음악. 넓은 연회장. 반짝이는 옷차림들.
긴 드레스, 높은 하이힐. 그녀의 발이 먼저 항복을 알린다.
약혼자의 팔짱을 낀 채, 그의 걸음이 멈추자 그녀는 살짝 내려선다. 순간 낮아진 시선이 약혼자의 눈과 맞닿는다. 멋쩍은 숨, 얇은 미소. 그녀는 조용히 다시 하이힐 위로 선다.

남자는 곧장 직원을 불러 한마디 지시한다.
잠시 후, 슬리퍼가 그들 앞에 놓인다.
그녀의 놀란 눈빛을 지나, 그는 말없이 무릎을 굽힌다. 화려한 하이힐이 조심스레 벗겨지고, 폭신한 실내화가 발을 감싼다.

그녀가 낮게 묻는다.
“이런 자리에 슬리퍼는 예의가 아니라고 배웠어요. 당신 체면… 괜찮나요?”
그는 짧게 숨을 고르고, 담담히 답한다.
“남자의 체면은 그런 것으로 깎이는 게 아니에요. 어디서든 당신은, 당신이 편한 걸 하면 돼요.”




요즘 숏드라마 세상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다.

방금 소개한 장면은 그런 드라마 속 장면 중 한 장면이다.

그리고 내게 저 대사는 정말 멋졌다.

"남자의 체면은 당신이 슬리퍼를 신던지 아니던지, 거기에 달려있지 않다."

정확한 워딩은 아니겠지만 드라마 초반 남자의 이 대화에서

나는 이미 그를 신뢰하게 되었다.


남자의 체면이 거기에 달려있지 않다면, 어디에 달려있을까?

나의 자존심은 어디에 달려있는가? 자신감은?

내가 잘살고 못살고는 무엇에 달려있는가?

성공했고 안 했고는?

좋고 나쁘고는 또 어디에 달려있는가?


나의 결론은 아무것도..

'아무것도'이다.




#숏드라마 #한마디 #명대사 #경이로움

금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