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게 그렇게 중요해?

by 필승작가

지난 *랜드마크 포럼에서, 리더가 이런 말을 했다.

“나는 아내와 아이들이 어떤 삶을 살고자 하는지 명확히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들이 그런 삶을 사는 것을 나는 항상 지원하며, 견지하고 있어요.”


그 말에 가슴은 철렁했고 머리는 멍해졌다.

나는 분명 내 가족이 어떤 삶을 살고자 하는지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누가 묻는다면

나는 뭐라고 답할 수 있을까.


자신이 없다.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얻기 위해

여러 번 대화를 시도했지만

여전히 내 머리는 멍한 것이다.


우리 가족은 어떤 삶을 살고 싶을까.

그리고 나는 어떤 삶을 살고 싶은 사람일까.


그날,

또다시 그러나 새롭게,

마치 처음인 것처럼 남편에게 물었다.


“자기는 어떤 삶을 살고 싶어?”

“나는 조용한 곳에서 살고 싶어.”


질문에 답하기가 쉽지 않을 거라 예상은 했지만,

이런 대답이라니. 당황스러웠다.

아니 솔직히 말하자면, 성질이 났다.


‘어떻게 살고자 하느냐고 물었는데,

또 어디서 살고 싶은지를 말하는 거야?’

싶었다.


나는 결국 성질 한 움큼 쥐고 이렇게 말했다.

아니, 어디서 사는 게 그렇게 중요해?”


그 말을 내뱉는 순간,

울컥하는 감정이 밀려왔다.

화가 나서가 아니고, 얻어지는 것이 있었다.


그래, 그렇게 중요한 거구나.’

그 사람에게는 그게 정말 중요한 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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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결혼하고 줄곧 지금 집에서 살고 있다.

좁고 시끄럽고, 마당도 없다.

남편이 꿈꾸는 조용한 환경과는 거리가 멀다.


이 집은, 결혼을 망설이던 나를 위해

남편이 배려해준 공간이었다.

친정 가까이에서 살면 좋겠다는 내 마음을

남편이 먼저 들어준 것이다.


“5년 뒤에는 지방으로 갈까?”

우리는 이렇게 약속했지만, 5년은 금새 돌아왔고,

그리고 다시 또 5년이 흘렀다.


생각해보면

나는 그 약속을 약속이라 여기지 않았던 것 같다.

때로는 현실성 없는 남편의 말이 답답했고,

나와 다른 곳을 바라보는 그가 섭섭하기도 했으니까.


‘그냥 여느 남자들이 하는 집에 대한 흔한 로망’으로 여겼다. 나도 그런 로망이 있지만, 현실하고는 다른 얘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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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날,

‘당신에겐 그게 정말 중요하구나’를 얻는 순간을

나는 앞으로도 꽤나 오래 기억할 것 같다.

눈물이 핑 돌고, 코끝이 찡했다.


조용한 곳에서 사는 것이 그렇게 중요한 사람이,

나와 이곳에서 이렇게 오래 함께 하고 있는 것이댜.


이 사람이 이러고 있는게 이제야 보이다니,

나는 지금껏 남편의 말을 한번도 제대로 들은 적이 없구나.


미안했고, 고마웠다.



금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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