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 없는 다툼

by 필승작가

평화로운 휴일


남편 얘길 들어봐야지 해놓고,

우리는 거의 대화하지 않았다.

화가 나 있는 건 아니었지만

눈을 맞추지 않았고,

말도 아주 일상적인 것만 주고받았다.

화가 나지 않았다는 걸

최대한 드러내려는 듯이.


그런데 뭐가 문제였을까.


오늘도 시작은 역시 ‘나’였다


아침에 눈을 떴고, 바람이 시원했고,

우연히 들은 노래에 마음이 설렜다.

이 설렘을 표현하고 싶은데,

무표정한 그가 있었다.

무서웠다.

그가 무서운 게 아니라,

그에게 반응하게 되는 내 감정이 그랬다.


그래서 시선을 돌렸다.

무반응한 큰아들을 찔러보고,

기분에 따라 웃어주는 둘째,

그래도 내 마음 알아주는 막내에게

“엄마 이 노래가 너무 좋더라” 했다.


내가 정신 나간 사람처럼 보이든,

멋져 보이든, 귀찮게 느껴지든 상관없었다.

아들에게 삐친 척 ‘치이~’ 하기도 했지만

그건 사실 나에게 아무 영향도 주지 못했다.

나의 신남과 설렘은 요만큼도 변하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재미있었다.


그런데 어느 한쪽 마음이 허하다.

아이들과 웃다가도,

혼자 노래 흥얼거리면서도

외롭고 서글프다.


나만 그런 게 아닐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다.

요 며칠, 남편의 무뚝뚝함은 평소의 그가 아니었다.


이사 이야기를 꺼냈을 때, 그는 부동산에 연락해 보겠다고 했다.

나는 툴툴거리며 “그 동네부터 가서 보는 게 낫지 않아?”라고 했다.

그런데 막상 그가 “그럼 나가보자”라고 하니까,

“우리 아직 아무 대화도 안 했는데 갑자기 나가자고?” 하며 또 거절했다.

(하아, 나 정말 까다롭구나.)


사실 나는 기분 좋게 다니고 싶었다.

어떻게 하면 내가 좋아질지,

우리에게 뭐가 필요한지 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 이후로 우리는 서로에게 입을 닫았다.

화가 난 것도, 무관심한 것도 아닌데,

서로의 마음이 엇갈린 채

그냥 그렇게 조용해졌다.


‘그도 나와 똑같을지 모른다.’라는 생각에

내가 먼저 말해봐야지 했다가,

나만 예민하고, 나만 이런 감정일지 모른다는 생각에

먼저 다가가려던 마음이 멈췄다.

괜히 멀쩡한 사람 마음을 헤집고

심각하게 만들고 싶지 않았다.


(역설적이게도 "나만 이런 게 중요하지."라는 말에는

늘 상대에 대한 원망과 비난이 숨겨져 있다.)


이렇게 살다 보면 언젠가 편해지는 때가 오겠지.

스스로 다독이며 복수의 칼을 갈았다가,

결국 서러워졌다.

금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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