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세. 첫 번째 에이징 커브

보톡스보다 디톡스^^

by 루체

매일 새벽, 졸린 눈을 비비며 잠을 깨기 위해 세면대 앞에 선다. 문득 이마 한 중앙에 대문짝만하게 자리 잡은 주름이 보인다. 미간에도, 인상을 쓰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마치 무언가에 찍힌 듯한 주름이 박혀있다. '내 눈에만 보이는 거겠지' 하며 당혹감과 우려를 애써 감추었다.


그 우려가 상실감으로 바뀌는 데에는 긴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매일 만나는 직장 동료들, 한 달에 한번 가는 미용실 원장님, 종종 만나는 헬스장 대표 형님이 알려주는 보톡스와 시술 정보. 괜히 내가 예민한가 싶었는데 덕분에 도망칠 구석이 사라졌다.


"이게 언제부터 여기 있었지?", "아, 진짜 병원에 가봐야 하나, 상담만 받아볼까?" 하는 고뇌들과 함께, SNS 알고리즘이 알려주는 인간이 겪는 평균 3회의 에이징 커브에 대해 접하게 되었다.


스포츠에서 주로 쓰이던 에이징 커브라는 말이 이제는 내 이야기처럼 느껴진다. 노화는 선형적으로 진행되지 않고 3번의 큰 계단을 두드리며 찾아온다고 한다. 그 시기는 각각 30대 중반(약 34~36세), 60세 전후(약 58~62세), 70대 후반(약 75~80세)라고 한다. 올해 서른다섯. 이마 주름뿐만 아니라 좀처럼 회복이 되지 않는 발뒤꿈치 부상과 나날이 푸석해져 가는 피부의 탄력은 내가 첫 번째 계단 위에 서 있음을 상냥하게도 알려준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아직은 잘 모르겠지만, 시술(?)을 받고픈 마음은 없다. 그보다는, 주름을 보고도 "아유 열심히 살았네~" 하고 생각하며 그 흔적을 알아봐 주는 사람들로 주변을 채우고 싶다.

뒤꿈치 부상은 내가 평생 즐겨온, 가장 좋아하는 운동인 축구를 한 달이 넘도록 즐기지 못하게 하며 속상함을 주기도 하지만, '연간 3,000km 달리기'라는 꾸준한 목표를 세우게끔 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순간의 아름다움에서 세월의 깊이를, 폭발력 있는 임팩트에서 지속가능한 꾸준함을 배우게 되었다.

나에게 에이징 커브는 몸의 하락이 아니라 나를 대하는 태도의 전환점이다.


한동안 Anti-aging(안티에이징)이라는 단어가 유행하며 노화의 징후를 방지하거나 최소화하기 위한 시술, 식습관, 운동 등이 소개되었다. 안티라는 단어는 나에게 늘 어딘가 불편함을 주었다. 마치 나이가 적인 것 마냥, 주름은 제거대상이고 결함인 것 마냥 느껴졌다.


내가 선호하는 표현은 Well-aging(웰에이징)이다. 안티에이징과 마찬가지로 건강한 식습관, 운동과 수면처럼 그 방법에는 큰 차이가 없지만 추구하는 방향은 사뭇 다르다.

안티에이징은 나이를 적으로 만드는 반면, 웰에이징은 나이를 동료로 만든다.



물론 이전에 가졌던 피부와 관절, 운동 퍼포먼스를 잃어간다는 것이 아쉽지 않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다만 그런 아쉬움에 앞서 나이를 늦추고 싶다기보다는 나이에 맞는 속도로 살고 싶다.

중요한 건 커브가 아니라 커브를 마주하는 태도이다.


나는 시간을 거스르기보다, 시간과 같은 편에 서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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