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절기 시리즈 – 5. 청명(淸明)

하늘이 차츰 맑아지는 날

by 루체

이번 주말은 꼭 벚꽃이 가장 어여쁘게 만개하는 휴일이 될 듯 보였다. 많은 사람들의 설렘을 뒤로한 채 하늘은 무심하게도 금요일 밤부터 비를 뿌려댔다. 토요일 오후가 되자 비는 언제 그랬냐는 듯 금세 잦아들더니 바로 오늘 일요일, 자욱했던 새벽안개가 떠난 자리에는 비 대신 벚꽃이 흩날린다.


하늘이 차츰 맑아진다는 뜻을 가진 청명.

매번 느끼지만 절기는 늘 한 치의 오차도 없이 계절을 짚어낸다.



이리도 청명한 날씨를 뒤로 하고, 이번 주말의 나는 대부분의 시간을 일로 채웠다. 웬만해서는 주말에 일하는 법이 없지만 1년에 한두 번은 꼭 이런 날이 생긴다.

"하필 벚꽃이 제일 예쁜 이번 주말에 일이라니!!"라는 생각 대신, "1년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하는 일인데 벌써 이렇게 하게 되는 걸 보니 올해 일이 잘 풀리려나보다~" 하는 원영적 사고로 마음을 달래 본다.

그 덕인지, 짧게 쪼갠 시간 속 가족과의 식사, 티타임, 잠깐의 산책, 스는 봄바람, 무엇보다 그 시간 속에서의 여유가 더욱 또렷하게 느껴진다.


과거에는 청명에 날이 좋으면 그 해 농사가 풍년이 되고 어획량이 증가한다고 점쳤다고 한다. 또 농사력으로는 청명 무렵에 논밭의 흙을 고르는 가래질을 시작했다고 한다.

오늘 하루 종일 문서 작업에 파묻혀 있는 나를 보니 2026년형 도시농부가 여기 있나 싶다. 날씨가 좋은 정도를 넘어 쉬는 날까지 일하는 걸 보니 아무래도 올해 확실히 회사일이 잘 풀리려나보다^^



봄과 가을엔 억지로라도 산책을 더 자주 나가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아무래도 날씨가 좋은 계절이면 동네 놀이터, 산책로 어디에서든 뛰노는 아이들과 강아지들을 더 많이 볼 수 있다. 그 모습을 그저 바라보는 것은 그날 하루가 얼마나 고되었는지, 그즈음의 날들이 얼마나 심란했는지를 잠시나마 잊게 할 만큼 그 순간을 안온하게 만들어준다.


이렇듯 땅을 고르거나 씨를 뿌리는 작업 중에도 따스한 행복은 늘 우리 곁에 상존해 있다.

종종 우리는 열매를 맺고 수확하는 것만을 기다리며 달려가지만, 우리 주변에는 조금만 내려두고 잠시나마 마음 편히 바라본다면 비로소 느낄 수 있는 것들이 너무나도 많다.


오늘의 벚꽃은 늘 어딘가에 피어 있었고, 또 피어 있을 것이다.

작가의 이전글장래희망 : 덤블도어 할아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