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써 내려간 글의 가치

시간이 만들어 낸 문장들

by 서아

AI가 일상 속에서 흔히 활용되면서 사회 여러 분야에 크고 작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글을 쓸 때에도 어떤 주제에 대한 글을 써 달라고 한다면, 순식간에 그럴듯한 구조와 교훈을 달고 마침표를 찍는다. 결과물만 놓고 보면 잠시 위축되기도 한다.


그러나 사람이 쓰는 글은 창작물이다. 결과의 수준을 판단하기 전에, 글은 한 사람의 물리적인 시간이 필요한 작업이다. 그 시간 속에는 여러 고민과 고생이 함께 녹아있다.


나는 글을 앉아서 쓰기 시작하며 완성하기보다는, 평소 일상에서 계속 생각하고 떠오르는 관점을 메모해 뒀다가 글을 발행하는 날 보완해서 올리는 편이다. 또 거의 매일 카페에 앉아서 장문의 일기를 쓰며 생각들을 정렬하는 시간을 가진다. 글을 발행한 직후마다 이다음 글이 써질지 장담할 수도 없는 수준이다.


주제나 이미지를 메모해 둔 것은 많지만, 때를 조금만 지나도 당시 떠올랐던 감각이 금세 흩어져버린다. 그러다 어느 날 또 비슷한 생각이 스치면 조금 더 깊은 시선으로 글을 보완하기도 한다.


이와 같은 글을 쓰는 목적은 무엇인가. 각자의 삶 속에서 보고, 듣고 느낀 것들을 공유하고, 때로는 노래 가사로, 시, 에세이 등으로 전하는 ‘소통’의 형태가 아닌가. 그 속에서 공감하며 힘을 얻기도 하고, 또 새로운 시선들을 알게 되는 경로의 하나인 것이다.


삶을 말하는 글들은 정답을 앞당겨 듣더라도 나의 삶에서 그 타이밍이 맞지 않으면 금방 잊어버리기 쉽다. 그 말은 각자에게 흡수되는 언어의 온도가 매 순간 다르다는 것이다.


그래서 AI가 완성한 ‘잘 쓴’ 글들은 그런 삶의 경험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다. 결과물은 그럴듯해도, 그 데이터들은 누군가가 겪은 고생의 흔적들로 엮인 검은색 퍼즐 같은 것이다.


사람은 삶을 사는 동안 계속 부딪히고, 고민하고, 울고, 흔들리며 성장한다. 매 순간 정답이 무엇인가 갈등하고, 자책도 했다가, 다시 무릎을 털고 일어나 걸음을 옮기는 존재다. 누군가가 대신해 줄 수도 없고 스스로 발을 내딛고 나아가야 한다. 밤 길을 홀로 걸으며 떨어지는 눈물 아래로 써 내려간 글들은 아직도 내 마음에 쓸쓸하고 안타깝게 남아있지만, 이제는 그때의 마음을 안아줄 수 있는 것처럼.


나는 삶이 개인의 고유한 역사라고 생각한다. AI는 전 세계인의 역사를 데이터로 쌓고 있을지 몰라도, 내 역사는 나 자신이 제일 잘 알고 있어야 한다. 그 삶을 바탕으로 써 내려간 글들은 너무나 소중하고, 값지다.


우리의 삶, 고민, 마음으로 쓴 글들이 가진 가치를 기술이 임의로 규정할 수 없다. 그러니 그 가치를 판단하는 단위를 스스로 낮추지 않아야 한다.


한 줄씩 써 내려갈 때마다 담긴 당신의 정성과 땀, 애씀을 잊지 않는 날들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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