넓고도 얕은 행복

서로의 온도와 리듬이 맞아지는 순간

by 서아

오랜만에 찾아오는 행복은 자주 듣는 음악처럼 어느새 익숙해지고 편해진다. 크거나 작으나 상관없이, 봄의 입구에서 포근히 쌓인 눈이 녹듯, 금방 맨바닥이 드러난다. 결국 늘 걷던 길과 떠오르던 생각들을 나 홀로 다시 마주한다.


언제부턴가 행복은 일상적이고 사소한 곳으로 기우는 것 같다. 평일 낮에 내려오는 빛을 맞을 때, 취향에 맞는 커피의 첫 모금이나, 길 한편에 피어있는 손톱보다 작은 꽃들을 발견했을 때.


그런 장면들의 포근함은 혼자서도 경험할 수 있다. 평소에는 그 정도로도 잘 지내다가도 어느 날은 나의 행복을 공유할 수 있는 사람이 곁에 없다는 게 문득 꽤 서운하기도 하다. 곁에 가까이 있는 사람이 바라보는 따뜻함을 내 세계에 담고 싶다.


우리는 작은 사건이 주는 온기를 잊어버리기도 하면서, 타인의 시선도 그럴 것이라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물론 같은 사건의 의미를 해석하는 데는 개인차가 있다. 이런 시선의 불균형이 커질수록 마주한 이의 마음에 공허함이 자란다.


약 1년 반 전, 보건복지부에서 주관한 행사에 참여했었다. 그때 감사하게도 수상 목록에 올라 시상 자리에 참석할 수 있었다. 대학 졸업식 이후로 정말 오랜만에 받은 꽃다발이었고, 상을 받는 일이 떨리면서도 행복했다. 심사 결과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운도 따랐을 것이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는 달리는 차의 움직임과 함께 흔들리는 작은 정원에 더 취해있었던 것 같다.


자랑스러운 마음으로 집에 들어섰을 때, 엄마는 나를 보자마자 필요 없는 꽃다발을 왜 사 왔느냐며 따갑게 말을 했다. 그날은 부모님 결혼기념일이었고, 내가 꽃다발을 선물로 사 온 것이라 착각하셨던 것이었다.


그 순간 내 안에 있던 포근한 무언가가 빠져나가며 순식간에 시들어버린 듯한 기분이 들었다. 엄마의 말과 동시에 집안의 공기가 조금 무겁다는 것을 인지했다. 나도 자세한 상황을 설명하려는 의지를 놓아버렸다. 그때 행복이란 건 크기와 상관없이 정말 순식간에 사그라드는 것임을 또 한 번 느꼈다.


자신의 하루를 보내고 온 사람의 얼굴을 보자마자 날 선 감정으로 물벼락을 맞는 이 상황이 마음이 아팠다. 나에겐 이런 일이 오래전부터 반복되어 왔다. 하루를 조용히 살고 있다가, 집안의 공기가 압축되면 내 마음도 차갑게 쪼그라든다. 그 묵직한 공기는 완전히 적응되지 않는다.


이처럼 행복은 크기와 상관없이 마음의 온도와 리듬이 맞아야 생명이 연장되는 것이라 생각한다. 커다란 행복을 품을수록 꺼지는 빈자리가 더 크게 와닿고, 작은 행복을 잃었을 때는 이미 감정이 기본값보다 낮은 상태일 것이다.


우리의 행복은 언제, 어디서 오는 걸까. 그 온기는 내 마음에 스며드는 것인지, 다시 밖으로 흘러나가는 것인지 모르겠다. 나는 관계 속에서 함께하는 시간이 포근할수록 마음이 둥글어지는 사람이다. 그러나 세상에서 내 마음과도 같은 사람을 만나는 일이란 정말 어려운 일이다. 따뜻하고 고마운 지인들도 많이 만나왔지만 친밀하고도 편하게 소통할 수 있는 사람을 만나는 것이 내가 꿈꾸는 가장 큰 마음이다. 내 마음이 따뜻하길 바라는 것처럼, 마주한 사람에게도 그 따스함이 머무르길 바라는 관계.


행복은 미리 당길수록, 그리워할수록 공백의 자리가 더 크게 느껴진다. 잡으려 할수록 서운함은 점점 자라난다. 그렇기에 조용한 일상을 살아가다가 ‘톡’하고 느껴지는 작은 온기를 나누는 게 가능한 삶이라면, 그 자체가 이미 행복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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