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백한 유리잔, 살구빛 온기

by 서아

부드러운 결의 나무 테이블 위,

냉기가 스칠 듯한 깊은 파란색 유리잔.


아래에 깔린 그림자마저

투명하다.


가만히 시선을 두며

새벽 네 시의 공기를

현상하듯 불러온다.


짙은 향은

깊은 밤을 불러와

별이 알려주는 길을 잃게 할 뿐.


향 없는 투명한 액체로 채운다.


필요한 것은

치밀한 틈 사이의 투명함을

보는 정확함.


당신의 손이 품은 온도로

창백한 빛을 데울 때,


그 투명함 속에서

살구빛 장미 한 송이가

흐드러지듯 삶을 채우게 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