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도착하는 데는 시간이 필요하다

생각과 마음은 서로 다른 단위로 움직인다

by 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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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1월 '작년'과 '올해'라는 단어 사이의 거리감이 가장 좁게 느껴진다. 텍스트에서야 이미 1년의 차이가 나지만 마음은 그 간격을 늘 뒤늦게 따라간다. 연초의 시간은 새로 산 다이어리의 빳빳함처럼 늘 간질거리고 어색하다. 갈수록 매일의 속도는 빨라지고, 정신없이 달려오다 보니 어느새 또 1년을 리셋해야 하는 시점에 서 있게 된다.


어제 뜬 해가 오늘이라고 달라지지 않고, 서점에 들어서면 맡을 수 있는 건조한 종이의 향기가 내일이라고 축축해지지도 않는다. 그런 것을 보면, 해가 바뀐다는 건 보고 듣는다고 알게 되는 것이 아니라 마음이 준비될 시간이 필요한 일인지도 모른다. 생각이 데워지는 속도와 마음이 데워지는 온도는 애초에 단위부터 다르다. 생각은 내일과 미래를 향해 앞서 나가지만, 마음은 조금 천천히 가자며 내 옷깃이라도 붙잡는다. 그 익숙함에 대한 반동처럼, 생각이 더 앞질러 나가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시간이 흐른다는 감각이 피부에 제대로 와닿으려면 마음이 그 자리에 도착해 있어야 한다. 노트에 날짜를 적다 한 번씩 멈칫하는 순간, 지난해의 묵직한 무게가 스쳐 지나간다. 어떤 미련이라기보다는, 지나온 시간을 한번 더 정리하며 흘러 보내는 과정에 가깝다. 마음이 새해를 맞이하기 위해 피우는 촛불처럼, 그때는 스스로에게 "애를 많이 썼구나"라는 말을 여러 번 되뇌어야 비로소 온기가 퍼져 나간다.


요즘의 1년은 하루 단위보다 의미 단위로 크게 느껴진다. 매일의 일정은 빼곡히 채워지지만, '내가 어떤 사람이었는가'를 이야기하기에는 하루라는 시간은 너무 작은 단위이다. 어떤 마음으로 머물렀는지, 무엇을 바라보며 걸어왔는지 돌아보려면 최소한 한 단락 분량의 시간이 필요하다. 그 단락들이 쌓여 한 해의 의미를 만들고, 결국 내 삶의 방향성을 비춰주는 지표가 된다.


우리는 종종 '오늘만 버티자'는 생각으로 하루를 채운다. 그러다 보면 날짜는 정말 숫자에 불과해진다. 하루는 작고 시간은 금세 흐르지만, 그 안에서 제대로 살아있는 작은 마음 하나가 한 해를 만들어간다. 목표는 이루지 못할 수도 있다. 목표는 말 그대로 방향성이지, 모든 것을 달성해야만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니다.


지난해 말부터 나의 감정과 생각을 조금 더 정직하게 바라보려 노력하고 있다. 그 시간들로 인해 나는 성장하고 있고, 조금씩 더 좋은 마음으로 많은 이들과 함께하기를 바란다. 그래서 올해의 끝을 다시 돌아볼 때, 이 작은 마음이 스스로를 포근하게 안아줄 수 있기를 기대한다. 아마도 내년 초에도 여전히 간질거리는 낯섦은 있겠지만, 식지 않은 온기는 계속 남아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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