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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감, 당신에게 필요한 마지막 한 가지 소양

글을 못 써도 괜찮아:일생 단 한 번의 자서전 쓰기【제5강_#3】

by Lazist


지난 강의에서 우리는 RAW데이터로 할 수 있는 여러가지 것들을 살펴봤습니다. 사진을 복원하고, 영상을 만들고, 심지어 노래까지 만들었죠. 그런데 걱정이 됩니다. 여러분 중 누군가가 여전히 이런 생각을 떨쳐버리지 못했을 거 같아서요.


"나한테는 너무 어려운 얘기다."


그럴 수 있습니다. 그래서 현실적인 이야기를 좀 해보려고 합니다. 무엇을 익혀야 하고, 무엇은 그럴 필요가 없는지, 혼자 하기 어렵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그런 것들에 대해서 말이죠.



저도 여러분과 똑같습니다


고백할 게 있습니다. 이 강의를 진행하면서 몇 개의 유튜브 영상과 샘플 사진을 올렸습니다. AI를 활용해서 만든 것들이죠. 저도 처음으로 해본 게 많습니다.


저는 컴퓨터와 AI에 어느 정도 익숙하지만, 나머지는 여러분과 거의 같습니다. 기술이나 능력, 그 어떤 것도 여러분보다 많이 가진 게 없어요. 솔직히 말하면 눈도 나쁜 편이고, 일종의 직업병이 있어서 책상에 오래 앉아 있으면 허리가 아픕니다.



동영상 편집도 이번에 거의 처음 해봤습니다.

영상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은 AI가 생성한 가상의 인물들입니다. 가사만 제가 썼고 나머지는 AI가 했습니다.

AI에 가사를 줘서 노래를 만들었습니다. AI에게 가사를 줘서 동영상 콘티를 받았죠. 그걸 바탕으로 인물사진을 생성했고, 그 사진을 또 AI에게 줘서 10초 미만의 동영상을 여러 개 얻었습니다. 그걸 동영상 편집 프로그램으로 이어붙이고 자막을 단 결과가 위의 영상입니다.


속된 말 좀 쓰겠습니다.

‘삽질’ 또는 ‘노가다’라고 하죠? 이 영상은 그런 반복작업의 결과물입니다. 생각보다 시간이 오래 걸리진 않았습니다. 딱 반나절 걸리더군요. 어떤가요? 전문가만큼은 아니지만 그럭저럭 볼 만은 하지 않나요?


제가 할 수 있으면 여러분도 할 수 있습니다.

어렵다고 생각하지 마세요. 하나도 안 어렵습니다. 해보면 다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막상 시작하면 또 생각이 많아집니다.


‘역시 나는 안 되겠어.’


왜 안 될까요? 왜 못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을까요? 많은 차이가 있어서 그런 게 아닙니다. 아주 작은 차이 때문입니다. 지금부터 그걸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누구나 할 수 있지만, 나는 할 수 없었던 이유


자서전 쓰기 시작할 때 제가 했던 얘기 기억 나시나요?

그냥 쓰면 되는데 ‘나는 글을 못 쓰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게 가장 큰 문제라고요.


이 경우도 비슷합니다. 그냥 컴퓨터 앞에 앉아서 뭐라도 하면 되는데, ‘나는 컴퓨터를 못하는 사람, AI와 친하지 않은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대한민국에서 컴퓨터 못 하는 사람 없습니다. 글자는 아직 못 깨쳤어도 자판 두드리고 마우스 움직여서 지가 보고 싶은 유튜브 영상 보고, 게임 찾아서 하는 게 대한민국 아이들입니다. 그걸 어른이 왜 못하나요?

본인이 컴퓨터를 잘 못 한다는 생각이 드시면, 아래 세 가지만 죽어라 익히세요.


첫째, 타이핑 속도를 분당 200타 이상으로 올리세요. 최소한입니다.

둘째, 기본적인 작업 ‘복사하기(컨트롤+C)’, ‘오려내기(컨트롤+X)’, ‘붙이기(컨트롤+V)’, ‘파일탐색기 부르기(윈도우+E)’ 등을 마우스로 하지 말고 단축키로 하는 버릇을 들이세요.

셋째, 아래아한글이든 MS워드든 하나만 골라 기본적인 기능을 불편하게 쓰지 않을 정도로만 익히세요.


이것만으로 충분합니다. 만약 지금 이게 가능하다면 나머진 하나도 어려울 게 없는 상태인 겁니다.

컴퓨터를 사용하는 것은 TV를 켜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스위치가 어디에 있고, 리모컨이 어느 구석에 처박혀 있는지 몰라 TV를 켜는데 애를 먹고 있을 뿐인 거예요. 그것만 해결하면 저절로 TV에 익숙해지고, 채널 이리저리 돌려가며 얼마든지 TV 볼 수 있습니다.


여력이 된다면 휴대폰만 들여다보지 마시고, 집안 책상 위에 컴퓨터를 한 대 들이세요. 물론 제가 앞에서 말씀드린 모든 작업은 컴퓨터없이 휴대폰이나 태블릿으로 다 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그게 아닙니다. 휴대폰, 태블릿은 화면이 작습니다. 입력도 불편합니다.


모니터를 가능한 큰 것으로 두 대 이상 쓰세요. 노트북 컴퓨터를 쓰고 계시다면 추가로 모니터를 연결하세요.


모니터의 크기는 일할 때 쓰는 책상의 크기와 같습니다. 넓을수록 많은 걸 올려놓을 수 있고, 손 놀리기가 편합니다. 컴퓨터가 아무리 좋아도 모니터 뒷받침 안 되면 소용없습니다. 컴퓨터보다 모니터에 먼저 투자하세요. 모니터는 가능한 큰 것으로, 두 대 이상. 이거 엄청 중요합니다. 꼭 기억하세요.



AI는 시니어에게 더 유리합니다


모니터 글씨 큼지막하게 잘 보이고, 입력(타이핑) 문제없고 이제 남은 문제가 뭔까요?

AI인가요?

AI 좋다고는 하는데 나는 무슨 소리인지 당최 모르겠다.

혹시 그렇게 생각하고 계신가요?


AI는 사용자가 명령하는 대로 반응하는 기계입니다. 다시 말해 명령을 잘 주면 좋은 결과를 내는 기계죠. 명령을 뭘로 합니까? ‘말’로 합니다. 정확히는 ‘글’로 합니다.

물론 AI가 음성인식 잘 하고, 말로 명령을 내려도 됩니다. 그러나 현업에서 일할 때 한번 떠올려 보세요. 동료나 아랫사람한테 일 부탁할 때 말로 하셨습니까? 더러는 그런 경우도 있었겠지만, 보통은 서류와 문서로 하지 않았나요? 회사는 서류로 말하는 거잖아요. 아랫사람에게는 ‘말’로 일을 지시하더라도 윗사람에게는 항상 ‘글’을 통해 의견을 전달하고 결과를 보고하지 않으셨습니까?


일을 할 때 말보다 글로 의사소통을 하는 건 '일의 근거'를 남기기 위해서입니다. 하지만 중요한 목적이 하나 더 있죠. 말보다 글이 훨씬 더 ‘정확하기’ 때문입니다.


제가 사회 초년생 시절에 주변에 '컴퓨터' 못하는 부장님들이 정말 많았습니다. 이 분들은 저 같은 아랫사람에게 말로 일을 시켰습니다. 그러다가 임원에게 보고할 때는 다른 사람을 시켜 글(서류)을 작성하게 했죠. 그러면서 만날 이렇게 말하는 겁니다.

"나는 컴퓨터를 못한다. 타이핑이 느리다."

문제가 생기면 내가 언제 그랬냐며 말을 뒤집기 일쑤였고요.

정말 일하기 힘들었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누구보다도 빨리 언제 간다, 어디 간다 소리도 없이 사라져버렸습니다.

엑셀을 너무 믿지 마세요, 라고 말하며 전자계산기를 두드리는 상사는 이제 일터에 없습니다.

아무리 길게 잡아도 일주일만 파면 해결될 일을 쉽게 포기해버린 대가로는 너무 가혹한가요?


지금은 AI 시대입니다.

AI는 윗사람도 아니고, 아랫사람도 아닙니다. 그냥 도구죠. 말을 뒤집을 일도 없고, 책임을 떠넘길 일도 없습니다. 여러분이 글로 명령을 내리면 그대로 따릅니다. 정확하게 지시할수록 정확한 결과를 내놓죠.


여기서 중요한 포인트가 나옵니다. 여러분 중 상당수가 직장생활 하면서 '글로 일을 해오신 분'들일 겁니다. 보고서 쓰고, 기안서 올리고, 메모 남기는 일을 수십 년 해오셨겠죠. 그런데 그거 아시나요? 그게 바로 AI를 다루는 핵심능력이라는 것을요.


젊은 세대는 오히려 이 부분이 약합니다. 메신저로 대화하고, 이모티콘으로 감정 표현하는 데는 익숙하지만, 정확한 문서 작성 능력은 여러분만 못합니다. 무엇보다 그들은 누군가에게 지시를 내려본 경험 자체가 여러분보다 훨씬 적습니다. 적어도 여러분은 누군가와 함께 일해본 경험을 갖고 있는 사람들입니다. 협업을 할 때에는 어떤 점에 유의해야 하고, 또 어떻게 해야 생산성이 높아지는지 분명하게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AI는 주니어보다 시니어에게 훨씬 더 유리한 도구입니다.


여러분이 가진 '글로 정확하게 의사를 전달하는 능력', 그리고 ‘누군가와 협력과 분업을 해본 경험’ 그게 바로 AI 시대에 꼭 필요한 무기죠.


그러니까 좀 더 자신감을 가지셔도 됩니다. 그냥 막 시키세요. 그러다 보면 AI라는 놈이 어떻게 해야 말귀를 더 잘아듣고, 더 좋은 성과를 내는지 금방 체득하게 될 겁니다. 제 얘기 아닙니다. 소위 AI 전문가라는 사람들이 죄다 똑같이 하는 얘기에요.



그러니까 포기하지 마십시오


오늘 강의가 모두 마무리됩니다.

여기까지 따라오시면서 가장 많이 하셨던 질문이 뭔까요?


혹시 "나도 정말 할 수 있을까?" 이거였으려나요?


아직도 그렇게 생각하고 계신다면 제가 다시 대답해드리겠습니다.


“여러분은 할 수 있습니다. 아니 이미 하고 있습니다. 이 강의를 끝까지 따라오신 것만으로도 이미 충분히 해내고 계신 겁니다. 여기서 포기하면 너무 아깝습니다.”


지난날의 기억을 떠올리며 원고를 쓰고,

먼지 수북하게 쌓여 있던 옛날 자료를 꺼내 다듬고 정리하는 일.


귀찮고 수고스럽지만,

일생에 단 한 번만 하세요.


혼자 어려우면 가족들과, 친구들과 함께 하세요.

필요한 만큼만 가족과 지인과, 전문가의 도움을 받으세요.


글을 못 써도 괜찮고,

컴퓨터를 못 해도 괜찮고,

AI를 잘 다루지 못 해도 괜찮습니다.


곧 글을 잘 쓰게 되고,

컴퓨터도 잘 하게 되고

AI와도 친해질 겁니다.


당신의 이야기는 언제나 소중합니다.

여러분을 응원합니다.


끝까지 부족한 강의 함께 해주신 여러분,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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