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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W데이터로 할 수 있는 일들

글을 못 써도 괜찮아: 일생 단 한 번의 자서전 쓰기【제5강_#2】

by Lazist


지난 강의에서 우리는 RAW데이터를 확보하고 정리하는 방법을 배웠습니다. 지금 여러분 손에 무엇이 들려 있나요?


오래된 사진을 스캔한 이미지 파일(JPG), 비디오테이프를 변환한 영상 파일(MP4), 카세트테이프에서 옮긴 음성 파일(MP3), 그리고 여러분이 직접 쓴 자서전 원고(텍스트)까지. 크게 보면 이 네 가지 형태의 데이터일 겁니다. 사실상 개인 아카이브에서 이 범주를 벗어나는 소스는 거의 없다고 보셔도 됩니다.


놀라운 사실을 하나 알려드리겠습니다. 이 네 가지 소스만 있으면 여러분이 상상할 수 있는 거의 모든 콘텐츠를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어쩌면 상상을 훌쩍 뛰어넘을지도 모릅니다. 매일같이 AI 기술이 발전하고, 새로운 도구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럼 지금부터 여러분의 RAW데이터가 어떻게 변신할 수 있는지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오늘 강의는 구체적인 방법을 알려드리지 못합니다. 대체로 '이런 것들이 있다'는 식의 소개에만 집중합니다. 매일 새로운 도구가 나오고, ‘가능한 일’의 범위가 넓어지면서 글을 쓰는 순간 곧바로 낡은 얘기가 돼버리곤 합니다.


일단 제가 소개하는 것들을 살펴보시면서 내가 갖고 있는 RAW데이터로 할 수 있는 일들에 대한 아이디어를 떠올려보시기 바랍니다. 아이디어와 의지만 있으면 뭐든지 할 수 있습니다. 몰랐던 것은 배우면 되고, 빨리 할 수 없으면 천천히 하면 되고, 그래도 벅차면 딸아들, 손주의 도움을 얻으면 됩니다.



이미징 AI로 사진 다듬기


먼저 사진 쪽을 한 번 볼까요?


여기 아주 오래 전 옛날에 찍어 화질이 썩 좋지 않은 사진이 있습니다. 초점이 나갔고, 심지어 찢어진 부분까지 있습니다.

이럴 때 예전에는 포토샵이라는 프로그램으로 사진을 불러와 일일이 사람 손으로 몇날며칠 구석구석 닦고, 사라져버린 부분을 채워넣었습니다. 이런 작업을 보정 혹은 복원이라고 합니다. 기술도 필요하고 시간도 오래 걸렸습니다. 그만큼 전문가에게 의뢰하면 많은 비용을 받았죠. 오래 전이 아닙니다. 불과 얼마 전 일입니다.


그런데 지금은?

AI로 합니다. 구글의 ‘나노바나나(Nano Banana)’가 이런 작업을 특히 잘합니다. 사용법도 전혀 어렵지 않습니다.

우리가 원고 작성에 활용했던 LLM AI 중 하나인 ‘제미나이(Gemini)’ 기억하시나요? 제미나이 채팅창을 잘 보시면 플러스(+) 버튼이 있습니다. 그걸 누르면 파일을 첨부할 수 있는데 보정 혹은 복원이 필요한 사진을 올립니다. 플러스 버튼 옆을 보면 ‘도구’ 버튼이 있습니다. 그걸 누르고 ‘Imagen으로 이미지 생성’을 선택합니다.


이제 모든 준비가 끝났습니다. 이제 한 마디만 명령해주면 됩니다.

‘이 사진 보정해줘.’ 혹은 ‘이 사진 복원해줘.’



그러면 제미나이가 나노바나나를 이용해 작업을 시작합니다. 잠시 후 감쪽같이 수정된 사진을 내놓습니다. 원본사진 귀퉁이 손상된 부분 보이시나요? 저는 단지 ‘이미지 주름진 곳 없이 보정해줘’라고 한 마디 했을 뿐인데 주름져 있던 부분이 감쪽같이 사라졌습니다. 좀 더 상세하게 명령했다면 좀 더 나은 결과를 얻을 수도 있었겠죠.



여기서 좀 더 작업을 해보겠습니다.

저는 이 사진이 흑백인 게 굉장히 아쉽습니다. 컬러로 저 사진을 간직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런데 아쉬워할 필요가 없습니다. 하면 됩니다. 길게 명령할 필요도 없습니다. 저는 ‘이 사진 컬러로’라고 짧게 지시했습니다. 제미나이가 대답과 동시에 사진을 하나 더 내놓습니다.


“네, 이 사진을 컬러로 복원해드리겠습니다. 오래된 흑백/세피아 톤 사진에 자연스럽고 사실적인 색상을 입혀 생동감 있게 만들어 드리겠습니다.”



비밀 하나 알려드릴게요. 이 사진은 실제 사람을 찍은 사진이 아닙니다. AI로 제가 생성한 사진이죠. 언젠가 강의에 첨부했던 적이 있습니다. AI가 이렇게 무시무시합니다.

물론 여러분의 실제 사진으로도 같은 작업이 얼마든지 가능합니다. 이렇게 이미지를 보정, 복원, 가공해주는 이미징AI는 나노바나나 말고도 엄청 종류가 많습니다. 특성도 다 다르죠. 시간 날 때 찬찬히 알아보고 필요한 것을 선택해 사용하시면 됩니다.



더 많은 소스(RAW데이터) 획득하기


이번에는 좀 더 마법 같은 걸 보여드리겠습니다. ‘글록(grok.com)’이라는 AI서비스로 이동합니다. 회원가입을 해야 사용할 수 있습니다. 구글에 접속해 있는 상태라면 1~2분 만에 가입이 가능합니다.



옆에 ‘상상’이라는 메뉴가 보이실 겁니다. 그걸 선택하고 하단 채팅창에 클릭 모양 아이콘을 클릭, 사진을 첨부해보겠습니다. 글록이 곧바로 영상을 생성하기 시작합니다. 퍼센트 게이지가 다 차면 영상을 볼 수도 있고, 다운로드해서 개인의 컴퓨터에 저장할 수도 있습니다.



움직임 뿐 아니라 소리까지 나오는 완벽한 영상입니다. 만약 생성된 영상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영상 아래 채팅창에 원하는 내용을 입력해 줍니다. 그럼 다시 퍼센트 게이지가 올라가기 시작합니다. 새로운 영상이 만들어지고 있는 거죠.


주의하실 점이 하나 있습니다. 비슷한 기능을 가진 다른 AI들은 실제 사람을 찍은 사진을 영상으로 변환해주는 데 제약을 많이 둡니다. 악용될 우려가 크기 때문이죠. 그 사람이 전혀 하지 않은 행동을 실제 한 것처럼 만들어버리면 안 되니까요. 글록은 실제 인물 사진도 영상으로 변환해주지만, 반드시 본인이나 가족의 사진으로만 선의의 목적을 갖고 사용하셔야 합니다.


우리는 지금 사진 RAW데이터를 가공했고, 그것을 이용해 새로운 영상 RAW데이터를 획득했습니다.


조금만 더 가볼까요?

이번에는 음악을 한 번 만들어보죠. 제가 예전에 소개해드렸던 노래 <1942 | 1945> 기억하시죠?


여러분의 자서전 원고에서 한 문단을 골라 노랫말을 만들어 보세요. 직접 만드는 게 제일 좋지만 어렵게 느껴진다면 AI에게 문단을 주고 ‘노래 가사로 사용할 수 있도록 다듬어달라’고 명령하신 후 그 결과를 마음에 들게 고치셔도 됩니다.


‘SUNO(suno.com)’는 음원생성 AI로 이동합니다. 여기도 회원가입이 필요합니다. 글록과 같은 방법으로 가입합니다. 접속이 완료됐다면 왼쪽의 메뉴를 살펴봅니다. ‘Create’가 보이네요. 그걸 눌러봅니다.



‘리릭스(Lyrics)’, 스타일스(‘Styles)’와 같은 몇 개의 입력 칸이 나타납니다. 리릭스는 가사를 입력하는 칸이고, 스타일스는 곡의 분위기를 일러주는 칸입니다. 빠른 곳인지, 느린 곡인지, 남자가 부르는 노래인지, 여자가 부르는 노래인지 등 원하는 것을 입력하면 됩니다.

그런데 문제가 있습니다. SUNO는 한글 명령어를 잘 알아듣지 못합니다.

걱정은 없습니다. 이것마저 우리는 AI파트너에게 부탁할 거니까요.


우선 가사부터 맡겨볼까요? 어떤 문장을 샘플로 삼으면 좋을까요?

혹시 제가 1-1강에서 여러분께 드렸던 큰이모 얘기 기억하시나요? 6·25 때 제 어머니 손을 잡고 서해안 갯벌을 걸어 월남하셨던. 그 얘기를 활용해보겠습니다.

앞서 연재한 내용에서 관련내용을 그대로 복사해 아래 프롬프트와 함께 제미나이에 넣었습니다.


[예제 프롬프트 : 노래가사 만들고 태그 주기]


SUNIO를 이용해 노래를 만들려고 해. 다음의 문장을 가사로 만들어줘. 가사가 완성되면 구조에 맞춰 태그를 부여해줘.

우리 외가는 실향민 가족입니다. 큰이모님께서도 가족과 함께 남하해 이모부와 결혼하고 시장에서 장사를 하며 4남매를 키우셨습니다. 6·25전쟁 당시 열다섯 살이었던 이모는 다섯 살 제 어머니 손을 잡고 인천으로 피난을 오셨습니다.

···<중략>···

"서해안 갯벌을 걸었어. 신발이 벗겨질까봐 발가락에 힘을 꽉 주고... 그런데 네 엄마가 그 작은 목소리로 '언니, 발 아파' 하는 거야. 업어주고 싶었는데 내 몸도 간신히 지탱하고 있었거든."



요청한 대로 운율에 맞춰 가사를 만들고, 태그(Tag)까지 달린 가사를 만들어줍니다. 태그란 노래의 구조를 표시하는 것입니다. 어디가 도입부고, 어디가 후렴구인지 알려주는 거죠. 자세히는 묻지 마세요. 저도 잘 모릅니다. :-)


가사가 준비됐으니 이제 음원생성을 위한 프롬프트를 준비하겠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대로 SUNO는 한글을 잘 이해하지 못합니다. 그래서 '스타일스(Styles)' 칸에 들어갈 내용을 영어로 작성해야 합니다. 이대로 제미나이에게 주고 SUNO 스타일스 프롬프트를 얻어냅니다.


[예제 프롬프트: SUNO 스타일스 프롬프트 만들기]

위에서 만든 가사를 SUNO에 넣어 음원을 생성하려고 해. SUNO의 'Styles' 입력란에 들어갈 영문 태그를 만들어줘.


요청사항

1. 6·25 전쟁 시기 피난길의 애절함과 가족애를 담은 곡
2. 느린 템포의 발라드 스타일
3. 여성 보컬
4. 한국 전통 악기와 현대 악기의 조화
5. 영문 태그로만 작성, 쉼표로 구분


이제 우리가 할 일은 한 가지밖에 안 남았습니다. 리릭스(Lyrics) 칸에 가사를 복사해 붙여주고, 스타일 칸에 방금 얻은 프롬프트도 넣어줍니다. 그러면 그 아래 큼직한 'Create' 버튼이 활성화됩니다. 누릅니다. 조금 기다리면 노래를 만들어 오른쪽 리스트(Workspaces)에 출력해줍니다.


음원생성이 끝났습니다. 한 곡도 아니고 여러 곡을 만들어줍니다. 이 노래들을 차례로 들으며 마음에 드는 것을 고릅니다. 마음에 들지 않으면? 스타일 프롬프트를 직접 수정하거나, 새롭게 고치면서 원하는 게 나올 때까지 노래를 만들면 됩니다.


여기서 주의하실 점이 있습니다. SUNO는 유료이냐 무료이냐에 따라 생성 가능한 곡의 수와 노래 길이가 제한됩니다. 하지만 무료 수준에서도 충분히 긴 노래를 만들 수 있습니니다. 다만 무료 버전에서 생성한 음원의 저작권은 SUNO에 귀속되며, 판매나 영리 목적으로는 사용할 수 없습니다. 유료 버전이라면 저작권도 사용자가 가질 수 있습니다.



확장된 소스로 자서전 영역 확장하기


자, 우리는 자서전 원고를 갖고 있고, 노래도 갖고 있습니다. 원고를 더 활용하면 무수히 많은 가사와 노래를 원하는 만큼 만들어낼 수도 있겠죠.

뿐만이 아닙니다. 수없이 많은 이미지와 동영상 RAW데이터를 갖고 있으며 원하는 만큼 이를 가공해 완전히 새로운 소스를 만들어낼 수도 있습니다. 이걸 갖고 우리가 무얼 할 수 있을까요?


'책'보다 훨씬 더 재미있고 흥미로운 멀티미디어 자서전을 만들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이런 것들이 가능합니다.


노래를 더 만들어 일종의 온라인 음반을 만들 수 있습니다. 여기에 영상과 사진을 보태 뮤직비디오를 만들 수도 있죠. 이런 것들을 잘 배열하고 구조를 짜면 음원으로 된 자서전, 영상으로 된 자서전도 얼마든지 가능합니다.


우리에게는 유튜브라는 동영상 플랫폼이 있습니다. 여기서 수익창출을 하라는 말씀이 아닙니다. 여러분의 인생을 온전히 담고 있는 다양한 형태의 콘텐츠들을 유튜브와 같은 플랫폼에 올리고 가족, 지인들과 공유한다고 생각해보세요. 정말 멋지지 않겠습니까?


물론 제가 말씀드린 게 모두 가능해지려면 새롭게 배워야 할 것들이 적지 않습니다. 일례로 사진과 동영상이 결합된 자서전 뮤직비디오를 만들려면 동영상 편집프로그램을 익혀야 합니다. 이런 프로그램들은 최근 AI와 결합하면서 사용이 한결 쉬워졌지만, 여전히 적잖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서 배워야 합니다.


그런데 또 모르죠. 그런 것까지 원하는 대로 편집해서 뚝딱 만들어주는 AI서비스가 마치 하늘에서 떨어진 것처럼 어느 날 나타날지도요. 농담이 아닙니다. 오늘과 내일이 다릅니다. 무서울 정도로 빠르게 기술이 발전하고, 날마다 새로운 서비스가 나오고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간단합니다. 할 수 있는 걸 모두 해보는 겁니다. 내가 할 수는 없어도 남이 해놓은 것들은 볼 수 있고, 그것만으로도 언젠가 똑같은 걸 직접 만들 수 있는 가능성이 생기는 겁니다.


부지런히 원고를 써서 느린 속도라도 자서전 원고를 완성하고, 서랍이나 책장 깊숙한 곳에 잠들어 있던 사진과 영상을 끄집어내 가능한 많은 RAW데이터를 확보하세요. 그럼 언젠가 그것들을 멋지게 사용할 날이 오게 될 겁니다.


오늘도 고생 많으셨습니다. 다음 강의에서는 이 모든 것을 이루기 위해 현실적으로 어떻게 접근할지, 최소한의 것들을 갖추기 위해 어떻게 준비할지를 함께 고민해 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1. 이 강의는 주 2회(매주 월/목요일)을 기본으로 진행합니다. 1강당 평균 3회 분량입니다.

2. 댓글로 질문 받습니다. 짧게 즉답이 가능한 답변은 댓글로 드리고, 중요한 내용은 모아서 마지막 강의에서 Q&A로 진행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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