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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피터 Jul 31. 2022

Ep 8_1. 잘 모으는 비결

수집가의 길잡이 by 보이저 리키

수집욕은 본능적이다. 흥미의 대상과 관련된 활동에 많은 시간과 돈을 써도 아쉽지 않은 본인만의 ‘취향’에 의해 수집욕은 뒷받침된다. 취향에는 논리를 적용하기 쉽지 않다. 그저 ‘좋아하기 때문’이라는 게 의식적으로 설명 가능한 까닭의 전부가 되기도 한다. 그러므로 본인 나름의 형식과 체계를 세워가며 욕구를 가다듬을 때, 비로소 아름다운 컬렉션이 만들어진다.


선별은 수집의 첫걸음이다. 수집 즉 collecting이 무작정 비축하고 저장하는 행위, 즉 hoarding과 비교되는 부분이다. 예를 들어 수집 대상이 ‘우표’라고 생각하자. 다양한 우표를 모으다 보면 자신이 좀 더 선호하는 우표의 종류가 생길 것이다. 한국 우표 중에서도 문화재를 소재로 한 우표라든지, 교통수단을 묘사한 우표라든지 말이다. 그렇다면 그 분야에 더욱 시간과 돈을 들여서 수집한다. 더욱 특색 있고 애정 가는 본인만의 컬렉션이 만들어질 것이다.


수집품은 아름답게 정리해서 보관해야 한다. 무작정 책상에 늘어놓거나, 상자에 무분별하게 담아 서랍에 넣어두면 수집품의 보존에도 적절하지 않거니와 나중에 찾기도 어렵다. 예를 들어 동전을 모은다고 하면, 동전을 끼워 넣을 수 있는 적당한 앨범을 구매한다. 비슷한 종류의 동전은 같은 앨범에 보관하고, 한 앨범 내에서도 발행 연도 등을 기준으로 삼아 정렬하는 것이다. 이렇게 정리한 앨범들을 책장의 잘 보이는 위치에 꽂아서 보관한다.


잘 정리해 둔 수집품을 뒤로하고 새로운 수집품을 찾아서 컬렉션을 보완하는 일보다 중요한 것은 수집품을 꾸준히 꺼내서 감상하는 것이다. 돌을 모으러 산과 계곡을 누빈다고 생각해보자. 이따금 여태 모은 돌을 펼쳐두고 스탠드 조명 아래에서 감상한다. 여러 모양의 조약돌 사이에서 자신이 좋아하는 모양과 빛깔을 지닌 녀석을 주워서 기뻐했던 그 순간을 떠올리며, 단순히 수집품의 양적인 ‘축적’보다 수집품 하나하나에 담긴 감정과 아름다움이 중요함을 되새긴다.


나아가 수집품 그리고 관련 분야에 관한 공부는 수집 경험을 더욱 풍부하게 만들어 줄 수 있다. 수집품을 들여다보며 관찰한 특성들은 어떤 과정을 통해 이루어진 것인지, 그 과정에 적용된 공법이나 기술, 현상은 무엇인지, 또 해당 수집품과 같은 물건들을 모으는 풍습은 과거 어느 시대로 거슬러 올라가는지, 그리고 오늘날은 어떠한 사람들이 그 분야를 연구하며 최근의 동향은 어떠한지 등에 대해 호기심을 가져보는 것이다.


그리고 수집가는 항상 언젠가 수집품과 작별하게 될 수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수집품을 오직 나의 수중에 있어야만 빛나는 물건이 아닌, 여러 사람이 너도나도 아끼고 사랑할 수 있는 소중한 존재라고 생각해보자. 그렇다면 수집품이 나를 떠난다는 것은 아쉬울지는 몰라도 결코 슬픈 일은 아니다. 내가 애정을 쏟은 수집품은 다른 누구에게 행복을 선사해 줄 수 있다. 내가 누군가의 수집품을 이어받았듯 나의 수집품도 훗날 누군가의 수집품이 된다.


* Photograph @henry_graph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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