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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피터 Aug 09. 2022

Ep 8_2. 여정을 즐기며 모으는 소중함

발자국에 생각을 담아서 by 보이저 리키

무언가를 모으려면 찾아 나서야 한다. 때로는 직접 발품을 팔지 않고서는 수집하기 어려운 것도 있다. 비록 그 여정이 가장 효율적이지만은 않을 때가 더러 있지만, 그 자체가 소중한 경험이 되기도 한다. 과정에서 아름다움을 찾으면 결과도 더욱 값져진다. 정신적 가치가 물질을 소중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조금 헤매고 빙 돌아가더라도 발걸음이 오히려 가볍게 느껴진다면, 때로는 과정 자체가 새로운 흥미가 되고 아예 목적으로서 추구하게 된다. 그래서 내가 좋아하게 된 취미가 바로 ‘산책’이다. 운동 삼아 매일 같은 코스를 되밟으며 앞만 보는 채로 할당량을 채우기 위한 행위로써의 산책은 아니다. 의식하지 않고 휙휙 지나가는 일상의 틈새를 찾아 마음이 내키는 대로, 내키는 데까지 걷는다.

지도상으로는 격자로 죽죽 그어놓은 것 같은 번화가의 대로도 직접 따라서 걸어보면 언덕을 깎아 만들었는지 오르락내리락 경사가 있다. 원경과 근경의 건물이 어우러져 도시의 북적임 속 묘한 균형을 느낄 수 있는 의외의 골목길도 맞닥뜨리게 된다. 어제와 오늘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동네가 있는가 하면, 그 옆에서는 과거의 추억이 평평하게 새로 닦인 도로와 아파트 단지로 덮인 채, 행인들의 분주한 발걸음이 새로 깐 보도블록 위 흩뿌려진 흰모래를 휘젓는다.

산책을 좋아하다 보니 약속 장소까지 걸어갈 수 있으면 출발을 서둘러서라도 걸어가는 편이다. 시간이 더 걸리더라도, 여정이 더 뜻깊게 느껴지기에 괜찮다. 한 번은 약속 장소가 서울 이태원의 한 미술관이었는데, 10km 넘게 떨어진 집에서부터 장장 세 시간에 걸친 산책을 즐겼다. 발걸음을 따라 점점 다른 정취가 느껴지고 어느덧 다른 동네다. 시속 3km의 느릿한 발걸음으로 이태원동에 스며드니 새삼 색다른 풍경에 감각이 곤두세워졌다.

주변 세상에 대한 특별한 관심이 우리를 수집으로 이끈다. 스쳐 지나갈 법한 대상에서 의미를 찾고 소중하게 여겨 하나씩 간직해 나가다 보면 컬렉션이 만들어진다. 목적지가 아닌 과정에 불과하므로 그저 빨리 지나가야만 한다고 생각하며 바쁘게 남기고 지나간 발자국이 길거리를 닳게 하여 우리들의 흔적이 된다. 나는 그걸 마음에도 새기며 기억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 Photograph @henry_graph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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