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글에서 기록의 소중함을 느끼고 사진을 시작하게 되었다고 썼는데, 그렇다면 이번엔 찍은 사진을 어떻게 저장·공유하는지에 대한 글을 써보려 한다.
들어가기에 앞서 본문에서는 기록, 저장소를 의미하는 단어 아카이브(Archive)를 나는 사진을 촬영·저장·공유하는 전 과정을 포괄하는 의미로 사용할 것임을 참고 바란다.
사진을 배우는 과정에서 읽은 책 [데르센의 친절한 DSLR&미러리스 사진 촬영 교과서]에서는 실력 향상을 위해선 부지런히 찍어보고, 본인의 사진을 ‘자랑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라고 하였다. 예전에는 주로 블로그를 통해 사진들을 아카이브 하여 전시해왔지만, 최근에는 인스타그램(Instagram)이 지배적인 공간 아카이브 플랫폼이 되었다. (물론 고해상도 사진 업로드를 위해 블로그를 병행하기도 한다) 나 역시 출사 장소를 찾을 때, SNS 해시태그 검색을 통해 흔히 노출되는 인플루언서 사진가들의 이미지에 크게 영향을 받고 있다.
나도 많은 사람들이 나의 사진을 보았으면 하는 기대로 @henry_graphy를 개설하고, 찍는 대로 편집·공유하면서 피드를 꾸려나가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그저 나의 사진을 기록하고 보여주자는 생각에서 시작했지만, 마음에 드는 작가들과 친분을 맺고 사진이라는 관심사로 소통하는 과정에서 사진 실력 또한 많이 늘어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사진 실력이 느는 것과 인스타그램에서 많은 팔로워를 얻어 인플루언서가 되는 것은 또 다른 문제였다. 그래서 같은 사진 계정을 운영하지만 엄청난 팔로워 수를 보유하고 있는 계정들을 분석해보았다. 그들은 본인만의 확고한 카테고리 (여행, 맛집 소개, 인물 스냅 등)가 있으며, 썸네일 사진을 잘 이용하여 피드에 통일감을 주는 ‘보기 좋은 프로필’을 만들어 팔로워들을 불러 모은다는 것을 깨달았다. 돌아보니 내 계정은 그저 좋아하는 것들을 마구 모아둔 어릴 적 보물상자 같았다. 이대로라면 좋아하는 사진들은 점점 많이 쌓여가겠지만 ‘난잡한 프로필’이 될 것 같았다. (사실 이미 문제를 파악했을 때 즈음엔 난잡한 프로필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