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두 개밖에 안 써놓고, 벌써 Remind
브런치 작가 신청이 통과되고 두 개의 글을 썼다. 많은 사람들이 읽지는 않았지만 모르는 독자들이 내 글을 읽었다는 것 자체로 신기한 일이다. 브런치 방문자들의 입장에서 내 글들을 돌아봤는데 무엇보다도 "뜬금없다"라고 느껴졌다. 아무런 설명도 없이, 이 공간을 어떻게 꾸려갈지 계획도 없이 머릿속에 떠오르는 생각을 적었으니 충분히 그럴 만하다.
글을 쓰기로 결심한 데에는 마케터 이승희 님의 [기록의 쓸모]라는 책이 큰 영향을 줬다. 그동안 내 손으로 문서를 작성하거나 글을 쓸 때는 항상 well-made에 대한 강박이 컸다. 생각해보면 자기소개서나 지원서처럼 공식적으로 제출하고 합격을 위한 글을 쓰는 경우가 대부분이었기에 당연한 부분이기도 했다. 한 가지 깨달은 것은, 나만의 기록이나 생각을 담는 글을 써본 경험이 거의 없다는 것이었다.
[기록의 쓸모]는 기록의 퀄리티나 완성도에 집중하기보다는 기록 그 자체에 큰 의미를 부여한다. 하루가 지날 때마다 변하는 생각, 그 안에서 얻는 사소한 교훈, 그리고 꼭 교훈이 없더라도 '나'를 표현할 수 있다면 충분히 기록할만한 가치가 있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글을 쓰기로 마음먹었고 브런치를 선택했다. 솔직히 많이 어렵고 글을 쓸 때마다 긴장된다. 나의 글 실력이 부족한 걸 누구보다 잘 알기에 더욱 그렇다.
기록 그 자체의 가치에 공감해서 결심한 글쓰기인데 시작부터 나는 걱정뿐이었다. '내 글을 누군가 읽고 별로라고 생각하면 어떡하지?', '당장 아무 브런치만 들어가 봐도 나보다 나은 것 같은데...' 등의 생각이 머릿속을 가득 메웠다. 이런 부정적인 감정을 극복하기 위해 쓴 글이 앞선 두 개의 글이었다. 미래는 다가와봐야 아는 거고, 우선 뭐든 해보면 되지 않겠냐는 일종의 자기 암시였다.
글을 쓰다 보니 자연스레 나에 대해서 많이 쓰게 되었다. 굉장히 사소한 에피소드를 소개하는데 그 속에 담긴 이야기를 돌아볼 수 있었다. 그렇기에 꼭 누가 읽지 않더라도 이미 글을 쓰는 행위 자체가 나에게는 의미 있는 시간이라고 느껴진다. 브런치를 통해 얻고 싶은 것은 '번아웃 탈출'이다. 삶에서 처음, 그리고 생각보다 길게 느꼈던 번아웃을 극복하기 위해 그동안 해온 고민을 성실하게 담고자 한다. 또, 주변 사람들과 나눈 대화와 그 안에서 얻은 것들, 그리고 헤쳐나가는 모습을 기록하고 싶다. (아무것도 안 하는 건 이제 질렸다)
이순신 장군의 [난중일기]처럼 성웅의 기록이 될 수는 없을 것이다. 다만 나와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을 독자가 있다면 잠시나마 함께 힘을 낼 수 있는 약수터 정도의 공간을 만들고 싶다.
* Photograph @henry_graph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