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CEO가 신년사마다 "인재가 미래다"라고 외친다. 2003년 6월 한 명의 천재가 만 명을 먹여 살린다는 서초동 이건희 회장의 말은 이제 경영학의 경구(警句)가 되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기업 현장에서는 그 S급 인재들이 가장 먼저 짐을 싼다. 왜일까? 그들이 연봉이 적어서? 복지가 부족해서? 아니다. 그들은 '너무 일을 잘해서' 조직에 혹사 당하고 있다. 유능함의 대가는 '더 많은 업무'라는 형벌이다
조직에는 불편한 진실이 있다
팀장은 급하고 중요한 일이 생기면, 시간 여유가 있는 직원이 아니라 ‘가장 바쁜 에이스’를 찾는다. (하아.. 그렇다. 반성한다.) 일 못 하는 직원에게 맡겨서 두 번 고치고 서로 감정만 소모하느니, 이미 과부하가 걸렸지만 척하면 척하는 에이스에게 맡기는 게 편하기 때문이다.
경영학에서는 이를 '성과에 대한 처벌(Performance Punishment)'이라고 부른다. 무능한 직원은 '워라밸'을 보장받고, 유능한 직원은 '야근'을 보장받는다. 탁월한 능력과 책임감으로 어떻게든 해내는 그들에게, 조직은 보상 대신 더 무거운 짐을 얹어준다. 이것은 명백한 '착취 구조'다.
칼날과 창끝은 가장 먼저 닳아 없어진다
전쟁터에서 가장 먼저 이가 빠지는 곳은 손잡이가 아니라, 적의 심장을 찌르는 '칼날'이다. 가장 먼저 마모되는 곳은 자루가 아니라, 맨 앞에서 부딪치는 '창끝'이다. 핵심 인재는 조직의 칼날이자 창끝이다. 그들은 최전선에서 비즈니스 기회를 포착하고, 가장 어려운 경쟁사를 대처하며, 조직의 성과를 구체화 시킨다.
그렇기 때문에 가장 쉽게 상처받고, 가장 빨리 마모되며, 가장 먼저 번아웃(Burnout)이 온다.
듀크 대학교의 연구(Fu et al., 2021)에 따르면, 리더들은 성과가 높은 직원(High Performers)에게 무의식적으로 더 많은 업무를 할당하면서도, 그들의 고통에는 둔감한 경향이 있다. 리더들은 에이스를 '강철 같은 존재'로 착각하지만, 그들 역시 부러지기 쉬운 인간일 뿐이다. (다행이도 우리 팀에서 1년마다 평균 한 명씩 의원사직을 하지만, 그들은 우리 팀의 칼자루이다.)
이탈은 '비용'이 아니라 '경쟁력 상실'이다
번아웃이 온 핵심 인재의 선택지는 단순하다. 자신을 '갈아 넣는' 조직을 떠나, 자신의 가치를 '지켜주는' 곳으로 이동한다. 그들이 떠나면 조직은 단순히 직원 한 명을 잃는 게 아니다. 그가 가진 암묵지(Tacit Knowledge), 네트워크, 그리고 문제 해결 능력이 일거에 증발한다.
이것은 회계 장부에 기록되지 않는 막대한 '자본 손실'이다. 공장 기계가 고장 나면 수억 원을 들여 고치면서, 왜 그 기계를 돌리는 핵심 인재가 고장 나는 것은 '개인의 멘탈 문제'로 치부하는가?
아끼지 않으면 똥이 아니라 '남의 것'이 된다
경영진과 팀장들에게 고한다. "아끼면 똥 된다"는 말은 재물에나 쓰는 말이다. 인재는 아끼지 않으면 똥이 되는 게 아니라, '경쟁사의 칼끝'이 된다.
당신의 칼날이 무뎌지고 있는지 수시로 확인하라. 일을 잘한다고 더 시키지 말고, 일을 잘하니까 쉬게 해 줘라. 가장 날카로운 칼일수록 가장 섬세하게 관리해야 한다. 그것이 칼을 쥐고 있는 리더의 유일한 의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