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장을 괴롭히는 근본적인 질문이 있다. 조직을 맡았는데 조직관리는 어떻게 해야하나? 2009년부터 인사(HR)에 몸을 담고 있다. 교과서적 대답은 충분히 안다.
+ 직원들이 팀의 목적을 잘 이해하고, <회사는 무엇때문에 여러사람을 모아 OO팀을 만들었을까?>
+ 맡은 업무에 의미를 느끼며, <내가 하는 일로 인해서 회사의 고객은 만족할 수 있을까?>
+ 근무시간동안 집중력을 발휘하도록, <모르면 물어보고, 알면 더 효율적으로>
= 그 방법을 넌지시 알려주고 장애물은 확실히 없애주는 것!
내가 그런 팀장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바랄 것이 없겠다. 실망스럽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팀원 개인이 자신이 속한 조직의 가치를 이해하는 경우는 드물다. 일하고 퇴근하기도 바쁘다. 업무에 의미를 갖는 사람도 발견하기 어렵다. 대부분 업무의 의미는 월급날이다. 마지막으로 집중력은 언급하지 않겠다. 사내메신저의 상사 흉보기, 동료 험담이 얼마나 재미있나.
최근에 너무 일이 진척이 없는 팀원이 있었다. 이렇게 늦어질 이유가 없었기에 물어봤다. 물어보면 "맡은 일이 너무 많아서 못했어요."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혹시나 일이 과하지 않을까 걱정되서 근무시간을 조회했다. 40.X시간이었다. 야근이란 없었다. (이 친구 결국 무급육아휴직으로 회사에서 도망갔다.)
내가 맡은 팀원들은 13명이지만 조직관리를 잘하고 싶다. 고민하는 와중에 한 전무님이 나를 불렀다. 전무님은 휘하 팀장들 중 한명을 교체하고자 했다. 교체된 팀장은 자연스럽게 조직을 떠나야하는 상황이었다. 조심스럽게 전무님이 말씀하셨다. "어렵더라도 다른 팀장 자리를 찾아줄 수 있나?" 전사 조직운영 상 어려운 요청이었다. "수소문해보겠습니다. 장담 드리기는 어렵습니다." 조심스럽게 대답했다.
몇 분인지 모르겠지만 어색한 시간이 지났다. 전무님께서 말씀하셨다. 다른 누구보다 상황을 잘 알면서 요청했던 이유를 설명해주셨다. 그래도 우리 OO본부에서 팀장까지 했던 인재였다. 같이 일한 팀원들도 많다. 그런 팀장을 떠나게 할 때, 안 좋은 모습으로 보낼 수는 없다.
남은 팀원들이 조직을 어떻게 생각하겠는가.
처음 생각해보는 주제였다. 컨설팅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하다보니 들어오고 떠나고는 일상다반사였다. 특히 컨설팅 특성상 자발적, 비자발적으로 떠나는 사람들이 많았다. 떠남(이동/이직) 뒤에 남겨진 사람들의 감정은 중요하지 않았다. 그냥 떠난 것이다.
일반 기업에 몸을 담고 10년이 지났지만 같은 생각이었다. 팀장이기 전에도, 팀장이 된 후에도 직원들을 담담하게 떠나보냈다. 결론적으로 전무님의 요청에 응하지는 못했다. 하지만 전무님의 생각과 노력은 나에게 기억으로 남기고 싶은 가르침이었다. (그래서 지금 브런치에 쓰고 있다. 나에게 나의 생각을 남길 수 있는 이 공간이 너무 소중하다. 우리 아이들은 밤9시37분 현재 거실에서 뛰고있다.)
조직관리라는 단어에 치우쳐서 사람이라는 가치를 놓치면 안 된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 알아가고 상호작용하는 것이 조직이다. 인간관계의 본질 상 만남만큼 헤어짐도 중요한 것이다. 그리고 만남보다는 헤어짐을 조심히 다뤄야 한다.
함께했던 조직과 리더가 헤어짐을 끝까지 책임지려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그런 모습 보고있는 팀원들은 자신의 조직과 리더를 믿을 수 있다. 조직을 믿고 자신의 능력으로 인정하고 받고 싶어 하는 마음. 팀원들에게 그 마음 있어야 팀장이 조직을 '관리'할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