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버스를 타는 이름 모를 남자

"창밖의 위로"

by 미라니

오전 7시 42분.

그녀는 늘 그 시간에 버스를 탔다.

정확히 말하면,

그 사람이 타는 시간에 맞춰 그 정류장에서 기다렸다.


그 사람은 늘 같은 자리에 앉았다.

버스의 세 번째 창가 자리.

창문에 이마를 살짝 기대고,

창밖을 멍하니 바라보던 사람.

그녀는 그가 누구인지 몰랐다.

하지만,

어느 날부터인지 그 사람은 그녀의 하루를 결정짓는 리듬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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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한 관계는 아니었어요.”

그녀는 진이에게 그렇게 말했다.


“아무 말도 나눈 적 없고,

인사도, 눈길도 제대로 마주친 적 없어요.

그런데도...

그 사람이 있는 것만으로

내 하루가 조금 나아졌어요.”


그녀는 그를 사랑했는지도,

그저 동경했는지도 알 수 없었다.


“그냥...

그 사람이 거기 있어주는 것만으로 위로가 됐어요.

말하지 않아도,

아무것도 공유하지 않아도,

그 자리에 있어준다는 것.”


그 말이 진이에게 이상하게 아프게 다가왔다.

말이 없었기에 더 깊어진 감정.

어쩌면 그녀의 마음은 사랑보다 더 오래된 것이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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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그는 보이지 않았다.


그녀는 그날도 7시 42분에 맞춰 정류장에 나갔다.

하지만 버스에 그 사람은 없었다.

다음 날도, 그 다음 날도.


“그날 이후...

한 달이 지났어요.

나는 계속 같은 시간에 버스를 타요.

혹시 다시 돌아올까 봐.”


진이는 조심스레 물었다.

“혹시... 그분이 무슨 일이 생긴 건 아닐까요?”


그녀는 고개를 흔들었다.

“몰라요.

몰라서 더 괴롭고,

모르니까 더 놓을 수가 없어요.”


그녀는 은에게 작은 봉투 하나를 내밀었다.

안에는 종이 한 장이 있었다.


“언젠가 당신도 나를 기억할까요?

나는 당신의 창밖 풍경 중 하나였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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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은 재스민 차를 내렸다.

맑고 은은한 향.

하지만 차가운 마음속 깊이 잔잔히 스며드는 차.


“기억은,

때때로 우리가 만든 환상일 수도 있어요.”

은은 조용히 말했다.


“그 사람은 당신을 몰랐을지 몰라요.

하지만,

당신은 그 기억 안에서 진짜로 위로받았잖아요.”


그녀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요.

그 기억은,

아마 그 사람보다 내가 더 간직하고 싶었던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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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이는 묻고 싶었다.

그 감정은 사랑일까, 집착일까, 외로움이었을까.

하지만 끝내 묻지 않았다.

그건 아마 그녀도 알지 못하는 일이었을 테니까.


그녀는 그날 차를 다 마시지 못한 채,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젠...

그 사람을 떠나보내도 괜찮을 것 같아요.

기억은 내가 만든 거였으니까.”


진이는 그녀가 떠난 뒤,

잔에 남은 재스민 향을 오래도록 맡았다.

아무 일도 없었던 듯 지나친 인연이

누군가에게는

가장 찬란한 기억이 된다는 걸,

그제야 처음 실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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