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 앞에 나를 미워하던 여자

"거울이 없는 곳에서"

by 미라니

진이는 그녀를 처음 봤을 때,

그저 평범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단정한 코트, 묶은 머리, 거의 화장기 없는 얼굴.

이곳에 오는 다른 손님들과 마찬가지로

조용히, 아주 조용히 앉아 있을 뿐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자리에 앉자마자

진이에게 아주 묘한 말을 건넸다.


“여기선... 거울이 없네요.”


진이는 순간 멈칫했다.

카페에 거울이 없는 이유를,

스스로 생각해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녀는 조용히 웃으며 말을 이었다.


“좋네요.

계속 거울 속 나를 보지 않아도 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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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거울 공포증을 앓고 있었다.

정확히 말하면, 거울 앞의 자신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다.


“어릴 때부터 들었어요.

‘너는 얼굴이 전부야.’

‘예쁘니까 잘 살아야 해.’

‘그 얼굴이면 뭐든 할 수 있지.’”


처음엔 그것이 칭찬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 말들이 족쇄가 되었다.


“사랑을 해도,

일을 해도,

어떤 선택을 하든

‘내가 예쁘기 때문에 가능한 것’ 같았어요.”

사람들은 외모를 소비했고,

그녀는 그 안에서 인정받고 살아갔다.

하지만…

서서히 마음은 병들기 시작했다.


“어느 날부터는 거울이 무서웠어요.

하루에도 수십 번씩 내 얼굴을 확인하고,

주름을 찾고, 살이 쪘는지 확인했어요.

사진을 찍고 지우고 또 찍고…

자꾸만 내 얼굴이 아닌 것 같았어요.”


그녀는 숨을 고르며 말했다.


“그러다,

어느 날 거울을 깨뜨렸어요.”


그건 무의식적인 행동이었다.

누군가가 그녀를 사랑한다고 말하던 그 순간,

그녀는 그 말이 ‘얼굴을 사랑한다는 말’처럼 들렸고,

스스로를 부수듯 거울을 깨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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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을 지우고 싶어요.”

그녀는 은에게 말했다.


“사람들이 말하던

‘예쁘다’는 말들,

그걸 믿은 나 자신.

그걸로 살아온 시간들.”


은은 고개를 끄덕였고,

차를 내렸다.

국화차였다.

맑고 단정한 향, 하지만 오래도록 여운이 남는 맛.


“이 차는,

마음속 가장 오래된 거울을 닦아줍니다.”

은의 설명은 늘 은유적이었지만,

진이는 그 의미를 조금씩 알아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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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차를 한 모금 마시고,

창밖을 바라봤다.

유리에 비친 자신의 모습이 아주 희미하게 드러났다.

그녀는 그 모습에

이상하게도 고개를 돌리지 않았다.


“처음으로

내가 나를 조금 안아주고 싶네요.”


그녀의 눈가가 젖어들었다.

하지만 이번엔 눈물이

무너지듯 떨어지지 않았다.

천천히, 조용히

마음속 깊은 곳에서 흘러나오는 물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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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기억을 완전히 지운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자신이 거울을 깨뜨렸던 순간

그 행위에 담긴 고통을

조금은 덜어놓고 간 듯했다.


진이는 그날 밤 일기에 이렇게 적었다.


> “거울은 나를 비추는 게 아니라,

때로는 세상의 기대를 비추는 도구일지도 모른다.

그녀는 그 기대를 부수고,

이제 비로소 자신을 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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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뒤, 그녀는 다시 카페에 찾아왔다.

이번엔 머리를 풀고,

작은 귀걸이를 하고 있었다.


“오늘은… 거울을 봤어요.

긴 시간은 아니었지만,

예전처럼 미워하지는 않았어요.”


진이는 미소 지었다.

그녀의 얼굴은 예쁘다기보다는,

단단해 보였다.


그녀는 오늘도 국화차를 마시고 갔다.

진이는 그 잔을 치우며 생각했다.

거울을 미워했던 사람은,

이제 거울이 없는 이 카페에서

자신을 찾아가고 있는 중이라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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