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마지막으로 그곳을 떠난 날,
카페의 종소리가 오랫동안 귓가에 남았다.
문이 닫히는 소리조차 부드러웠다.
마치 “이제 괜찮다”는 말처럼 들렸다.
그날 이후로 나는 매일 아침 같은 길을 걷는다.
커피 향이 스며든 공기,
비가 내리지 않아도 늘 젖은 듯한 하늘,
그리고 어느 순간 떠오르는 그 사람의 미소.
은이 씨는 내게 말했다.
“기억은 버리는 게 아니라, 돌려보내는 거예요.”
그 말이 그날은 잘 이해되지 않았지만,
시간이 흘러 이제는 안다.
기억은 우리를 붙잡는 게 아니라,
우리가 다시 걸을 수 있도록 남겨주는 것이라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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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버리고 싶었던 건 기억이 아니었다.
그날 나를 울게 했던 그 목소리,
내가 안아주지 못한 그 아이,
그리고 그 아이를 외면했던 나 자신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그 아이는 여전히 내 안에서 웃고 있었다.
비 오는 날이면 내 귀에 속삭이듯 들렸다.
“괜찮아, 금방 지나갈 거야.”
그 목소리를 나는 이제 두렵지 않게 듣는다.
그건 내 안의 어린 나,
그리고 지금의 내가 서로를 안아주는 소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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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밤, 오랜만에 펜을 들었다.
그때의 나에게, 그리고 앞으로의 나에게 편지를 썼다.
“괜찮아, 진이야.
네가 잃어버린 건 사랑이 아니라,
사랑을 믿는 마음이었어.
이제 다시 마음을 시작해도 돼.”
글을 다 쓰고 나서 나는 조용히 웃었다.
눈물이 흐르지 않았다.
대신 따뜻한 공기가 폐 깊숙이 들어왔다.
아마 새벽이 오고 있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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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의 카페는 이제 내 기억 속에만 남아 있다.
하지만 그곳에서 마신 커피 향은 아직도 내 안에 있다.
그 향은 나를 다시 살아 있게 만든다.
그래서 나는 이 기록을 남긴다.
언젠가, 또 다른 누군가가
잊고 있던 마음을 되찾을 수 있기를 바라며.
이 글이 그 누군가에게
“괜찮아”라는 작은 빛이 되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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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 글을 쓰는 동안 창밖이 밝아오고 있다.
새벽빛이 책상 위를 천천히 덮는다.
이제 나는 이 글을 마지막 페이지에 남기고,
펜을 내려놓는다.
기억은 사라져도, 감정은 남는다.
감정이 남아 있는 한, 사람은 다시 시작할 수 있다.
이건 내가 카페에 남기고 온 마지막 기억이다.
그리고… 나의 첫 번째 평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