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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을 들여다보다 보면
가끔 이런 일이 있다.
화면 위에 비상경고등처럼
"배터리가 거의 없습니다. “
하는 안내 문자가 번쩍 떠오른다.
그 순간, 내 심장은 재난 영화 주인공처럼 '쿵!' 하고 바닥에 떨어진다.
"아니, 지금 딱히 급한 것도 없잖아. 방금까지 멍하니 천장만 찍었는데."
속으로 중얼거리면서도, 내 손은 이미 본능적으로 충전기를 찾아 헤매고 있다.
마치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찾듯이.
참, 웃픈 일이다.
이 불안감은 통장 잔액이 '치킨 한 마리 값'으로 아슬아슬할 때
느끼는 그 등골 서늘함과 너무나 닮았다.
휴대전화가 아니라, 내 정신 줄 전체가
딱 1% 남은 듯한 기분.
이 정도면 중독을 넘어선 전자 기기 숭배다.
어쩌면 스마트폰이 아니라, 내가 스마트폰을 스토킹 하는 건지도 모르겠다.
(물론 폰은 나에게 관심이 없겠지만.)
생각해 보면 이 철벽 같은 기계는 하루 종일
내 옆에 찰싹 붙어 다닌다.
주식 호가창을 살피는 ‘금융 비서’, 알림 문자를 받아 읽는 ‘개인 비서’로,
지인과 무료함을 달래는 ‘수다 비서’ 역할도 톡톡히 해낸다.
일 때문에 오는 메일도 챙겨야 하고, 등단 문예지 글도 수시로 훑어야 하고.
그리고 내 브런치에 어쭙잖은 글까지 써야 한다.
이렇게 많은 일을 묵묵히, 말없이, 잔소리 없이 처리해 주는
이 은인을 내가 어찌 멀리할 수 있겠나.
나는 스마트폰에 속으로 이렇게 말하곤 한다.
"넌, 참 현명하고 말이 없고 이상적인 비서다. 심지어 지각도 안 하잖아?"
사람이라면 이런 만능 비서가 어디 있을까.
물어보면 0.5초 만에 척척 알려주고,
배우고 싶다고 하면 끝없이 링크를 보내주는 인터넷 백과사전 스승님 아닌가.
세상이 실시간으로 바뀌는 요즘,
내가 어딘가 뒤처지지 않도록 뒤에서 조용히 등을 '톡톡' 떠밀어주는 존재.
그러니 잔량이 5%, 3%, 1%로 떨어질 때, 내가 불안하지 않을 수가 있는가!
스마트폰이 아니라, 내 생활의 등불이 '파지지직'하고 깜빡이는 것 같아서 말이다.
하지만 문득, 아주아주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혹시 내 마음의 배터리는 얼마나 남아 있을까?
아니, 혹시 충전 포트가 막힌 거 아냐? “
참 이상하다.
스마트폰에는 그렇게 과잉보호하면서,
정작 내 몸과 마음에는 나 몰라라 한다.
오늘은 충전기를 찾기 전에,
잠깐 재부팅과 휴식 모드부터 켜보기로 한다.
그렇게 마음의 여유가 조금씩이나 느릿느릿 차오르면,
스마트폰 잔량 1%에도 왠지 모르게
"어쩌라고, 나 지금 충전 중인데?" 하고
배짱부리며 견딜 수 있을 것 같다.
잔량이 부족할 때 비로소 보이는 것들도 있다.
100% 완벽한 상태에서는 절대 가질 수 없는,
허술함의 매력. 그리고 그 빈틈과 느림,
이것이야말로
나를 완벽한 사람은 아닐진 몰라도 사람답게 만든다는 걸,
나는 이제야 조금 알 것 같다.
(P.S) 아, 근데 지금 진짜 1%인데. 이 글 쓰다가 꺼지면 어쩌지? 충전기 꽂으러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