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범 원소주가 인기다. 지난 금요일엔가, 원소주 홈페이지에서 티케팅(?)을 시도했는데 처참하게 실패했다. 이래뵈도 아이돌 콘서트든, 대학교 때 수강신청이든 한번도 실패란 걸 해본 적이 없는 사람이다. 그런데 다른 것도 아니고 술 티케팅에 실패하다니. 그야말로 피케팅이었다.
원소주 인스타그램
원소주는 힙합가수 박재범이 양조장과 협업해 만든 증류식 소주다. 희석식 소주와 증류식 소주의 차이를 잘 모르는 사람이 있는데, 희석식 소주는 우리가 먹는 처음처럼, 참이슬 같이 주정에 물을 섞고 감미료를 넣은 술, 증류식 소주는 전통 방식으로 만든 소주를 뜻한다. 증류식 소주가 당연하게도(?) 고급진 맛이 난다.
힙합가수 박재범이 처음 술을 출시한다고 했을 때 모두 깜짝 놀랬다. 힙합가수가, 그것도 술을? 그것도 전통주를? 더구나 대기업이 아닌 농업회사법인을 차려 턱하니 내놓은 너무나 트렌디하고 힙한 소주. 충북 충주 고헌정의 도움까지 받아 옹기에 숙성하는 등 품질에도 신경썼다(충주 고헌정은 감압식, 강원 원주 모월은 하반기에 상압식으로 출시 예정). 가격도 1만4500원으로 상당히 합리적이다. 대중이 '궁금하다'하면서 충분히 지갑을 꺼낼 수 있을 정도의 가격대라서 마음에 들었다.
힙합가수 박재범의 이름값+소주의 좋은 품질+합리적인 가격=피케팅으로 이어질 수밖에. 거기다가 전통주는 온라인 판매가 된다는 장점도 있다. 원소주는 매일 오전 11시 원소주 홈페이지(https://wonsoju.com/)에서 판매하는데 1인 6병까지, 하루 2000병 제한이 있다. 보통 1~2분만에 마감이 된다.
엥 그런데, 오늘은 결제가 성공한 것이다. 웬 떡이야, 하면서 이리저리 봐도 정말 성공이었다. 주변 사람들과 함께 소소하게 기뻐하고 있었는데 오후에 다음과 같은 문자가 왔다.
자사몰 운영상으로 11시26분까지 결제가 되어서, 6만병 이상이 판매된 것. 그래서 내일(20일)부터는 당분간 원소주를 구매할 수 없다. 그리고 순차적으로 배송된다고 한다. 이게 바로 팬들이 바란다는 '회사의 실수(아이돌 앨범 등에 포토카드가 2장 들어 있는 등 회사가 실수해서 얻게 된 이득)'인가. 오늘 구매할까 말까, 아침만 해도 고민해었는데, 어쩌다보니 4월 막차를 타게 된 셈.
이번 품절 사태로 원소주 인기는 더 높아질 거 같다. 전통주라는 이미지보다는, 힙한 옷을 입고 '한정판 술'이라는 이미지가 커서 더 그런 거 같다. 전통주업계가 전통주->우리술로 바꾸기 위해서 부단히 노력했지만 쉽지 않았는데, 연예인의 영향력이 새삼 부럽기도 하다.
다행인 건 원소주 덕분에 전통주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증류식 소주라는 개념을 원소주 덕분에 처음 알았다는 사람들도 많다. 원소주에 대한 좋은 기억이 있는 소비자들은, 또 다른 증류식 소주에 도전해볼 수 있는 자신감도 생기고, 마음도 열린다. 그럼 지갑도 열리게 된다. 오늘 원소주 품절이 아쉬운 분들은 다른 증류식 소주에도 도전해보는 게 어떨까.
입문으로 괜찮은 깔끔한, 원소주와 도수가 비슷한 증류식 소주를 몇개 소개하며, 글을 마친다. 대부분 양조장이 도수 높은 증류식 소주가 있다. 참고로 증류식 소주는 도수가 높을 수록 향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