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인들은 왜 전통주를 덜 마실까
회사 후배가 이런 말을 했다.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전통주 시장을 보는 일반인의 솔직한 시선이다. 우리술, 즉 전통주는 주류업계에서 1% 미만의 점유율을 가지고 있다. 소주나 맥주를 마시는 비중에 비하면 한참 뒤쳐진다. 2010년도 이후부터 전통주 시장이 성장하고 있지만 누구나 마시는 국민술이 되기엔 갈 길이 멀다.
양조장에 가면 전통주가 왜 비싼지 이해된다. 술 빚는 데 정말 손이 많이 가고, 거의 대부분 국산 재료를 사용하고 있어서 원가가 높다. 특히 지역특산주가 되려면 그 지역에서 난 산물을 사용해야 하는데 이 말뜻은 곧 아무리 다른 지역 농산물이 싸더라도 사용할 수 없다는 말이다. (물론 대신 세금 절감 혜택이 주어진다.)
거기다가 향이 좋은 전통주들은 대부분 오랜 기간 저온 숙성을 시킨다. 100일간 숙성 시킨 술을 '100일주'라고 하는데 꼭 100일주로 홍보하지 않더라도 우리나라엔 공들여 만든 100일주가 참 많다. 저온 숙성을 시키려면 또 얼마나 많은 공력이 필요한가. 여기에 입국 대신 전통누룩을 사용한다거나, 항아리로 소량을 빚는다거나 등 이유로 원가가 높아진다.
전통주가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근 몇년 동안 이를 위한 노력이 업계에서 이뤄지고 있다. 예를 들어 농촌진흥청은 희석식 소주를 대체하려고 가격 경쟁력 있는 증류식 소주를 출시하고 있다. 2017년부터 시작한 '전통 증류 소주 대중화 프로젝트'가 바로 그것. 1만원대인 증류식 소주를 5000원대로 가격을 낮춰 판매하는 것이다. 선정된 양조장들은 병 디자인을 동일하게 지원하고 농촌진흥청이 개발한 생쌀발효법 등을 사용한다. 이러면 병값이 많이 들지 않고, 또 쌀을 씻지 않고도 발효할 수 있어서 노동력이 줄게 된다.
그런데 이 방법을 모든 양조장이 할 수는 없다. 결국 궁극적으론 전통주에 대한 이미지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 내가 후배에게 전통주가 상대적으로 비싼 이유에 대해서 구구절절 설명하자, 후배는 이런 과정이 홍보가 잘 되면 납득하고 구매할 거라고 답했다. 전통주를 생산하는 과정, 전통주에 얽힌 스토리, 전통주에 대한 맛과 향 등. 일반인들이 전통주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접하기에 아직도 창구가 부족하다는 의미다. 이 후배는 최근에 내가 쓴 기사를 보고 <면천두견주>를 구매했다. 진달래꽃과 어우러진 술 사진을 보고, 술에 얽힌 이야기를 기사를 통해 알았기 때문이다.
내가 기사 외에도 인스타그램 등을 통해 전통주 시음기를 올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몇 주간 인스타그램에 꾸준히 올린 전통주 시음 비교 피드는 반응이 꽤 좋다. 특히 막걸리를 비교한 피드가 오늘(11일) 기준 1만뷰 가까이 찍으며 반응이 좋았는데, 일반인들은 아직도 전통주하면 막걸리밖에 떠올리지 못한다. 막걸리를 사려고 해도 어딘가 비슷한 이미지 때문에 어떤 걸 골라야 할지 잘 모른다. 소수 유명한 전통주에만 소비력이 몰리는 이유기도 하다.
요즘 전통주는 막걸리, 증류소주, 청주 뿐만 아니라 와인, 진, 럼, 깔바도스 등 다양한 주종에 도전장을 꺼내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여러 기업들과 컬래버레이션 하면서 새로운 시도를 끊임없이 하고 있다. 청년 창업도 많이 늘어서 신박하고 재미있는 전통주도 많이 나온다.
"양주도 비싼데 전통주라고 저렴할 필요가 있나?" 맞는 말이다. 우리술은 여느 세계술 못지 않게 각각 매력이 있다. 하지만 전통주 업계에서만 "신기하다" "재미있다"라는 반응이 아닌 일반인이 이 신기하고 재미있는 전통주들을 많이 알았으면 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달은 전통주에 도전해보는 건 어떤지. 은근 고르는 재미도 쏠쏠하다. 사람들이 많이 마셔주는 만큼 앞으로 더 좋은, 더 멋진 우리술이 많이 나올 것이다.
*어떤 전통주부터 시작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면, 박준돌 기자의 기사, 술스타그램, 혹은 인스타그램 디엠(DM)이나 댓글로 물어보면 취향에 맞춰 친절하게 알려드리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