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멀리스트 그녀의 맏며느리가 결혼한 후 처음 맞은 설날이었다. 이 설날은 맏며느리가 결혼한 후 한 달이 채 되지 않았을 때였다. 맏며느리가 설날 음식을 하기 위해 그녀의 부엌에 들어갔디. 커다란 가마솥 두 개가 아궁이에 걸려 있었다. 부엌 한쪽에는 석유곤로가 있었다. 그녀가 석유곤로 앞으로 다가갔다. 잠시 망설이는 듯하더니 곧장 돌아섰다.
석유곤로를 사용해서 맏며느리에게 전을 부치라고 할까 생각해보았을 것이다. 그녀는 상견례 때 이미 들었다. 맏며느리가 음식을 해본 적이 없다는 말을. 석유곤로를 사용한다 해도 맏며느리가 음식을 제대로 만들어 낼 것 같지 않았을 것이다. 아까운 석유만 없앤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녀가 아궁이에 불쏘시개를 넣고 불을 지폈다. 불이 피어오르면서 매캐한 연기를 만들어냈다. 캑캑 기침이 나왔다. 그녀가 장작을 넣었다. 잠시 후 장작에 불이 붙고 활활 타올랐다. 그녀가 장작불을 키웠다 줄였다 조절을 해가면서 큰 가마솥에다 전을 부치고 생선을 구웠다. 그녀의 맏며느리는 옆에 서서 바라보기만 했다.
맏며느리가 왔지만 그녀 혼자서 모든 일을 다해야 했다. 아무것도 못하는 맏며느리를 탓하지 않았다.
도리어 그녀의 얼굴에는 불편한 부엌을 미안해하는 기색이 돌았다.
그곳의 풍습은 섣달 그믐날 밤에 제사를 지내고 설날 아침에는 떡국으로 간단한 제사를 지냈다. 그믐날 밤에 제사를 지낸 후 친척집에 제사 음식을 갖다 드릴 때였다. 그녀가 음식을 붉은 고무 다라이에 담았다. 그녀가 커다란 음식 다라이를 들어 머리에 이고 맏며느리를 따라오라고 했다.
이때는 그녀가 젊어서 그랬다고 해두자. 어느 날 물건 하나를 옮겨야 했다. 이제는 그 정도의 물건을 들 수 있을 만큼 살림에 이력이 붙은 맏며느리가 그 물건을 들려고 허리를 굽히는 순간. 팔순이 넘은 그녀. 허리가 구부정한 그녀가 "야야, 니는 못 든다."라며 맏며느리를 밀쳐내곤 얼른 들고 갔다.
미니멀리스트 그녀의 사랑은 미니멀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