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세히 보니 예쁘단 말
나태주 시인의 풀꽃을 읽은 사람들은 누구나 감탄한다. 나도 읽고 감탄했다. 지금도 감탄하고 있다. 그리고 감탄하고 싶어 하고 있다. 이 시를 감탄하며 읽은 사람이 많지만 얼마나 깊이 감탄했을까 생각해 본다. 숲체험을 진행할 때, 가끔 나태주 시인의 풀꽃을 읽으며 참여자들과 이야기를 나눈다. 그러면서 이 시를 감상하는 한 가지 방법을 알게 되었다.
우선 풀꽃 시를 감상하기 위해 산이나 들판으로 간다. 아니면 길가여도 좋다. 갈 때, 꼭 챙겨 가야 할 것이 하나 있다. 그건 루페다. 들판에 도착하면 먼저 나태주 시인의 풀꽃 시를 읽는다. 암송해도 좋다.
풀꽃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바라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이젠 산이나 들판 혹은 길가에 피어있는 풀꽃을 찾는다. 쇠별꽃, 별꽃, 봄맞이꽃, 냉이꽃, 광대나물, 뽀리뱅이, 괭이눈, 큰개불알꽃, 꽃마리, 꽃바지, 민들레, 쇠비름꽃 등을 루페로 관찰한다. 풀꽃은 작을수록 좋다. 루페를 통해 꽃을 바라보면, 작아서 잘 보이지 않던 꽃잎의 무늬가 보이고 노란 암술과 수술이 보인다.
대충 멀리서 바라보았을 때와 달라 누구라도 감탄을 하고 만다. "진짜 그렇네요!" "아이고, 요렇게 작은 데도 있을 건 다 있네!" "이렇게 예쁜 줄 진짜 몰랐어!" 풀꽃이 예뻐서 감탄하고 나태주 시인의 말이 정말이어서 감탄한다.
숲체험할 때, 풀꽃을 읽고 루페로 풀꽃을 들여다본 사람들은 한 말을 덧붙인다. "선생님, 감사합니다. 이렇게 예쁜 걸 보여주고 알게 해 주셔서."라고 내게 말한다. 내가 한 일은 말 몇 마디뿐인데.
작은 풀꽃을 직접 바라보지 않으면 '자세히 보면 예쁘겠지.' 정도일 것이다. '~겠지.'는 그럴 것이다란 말로 확신에 찬 말이 아니다. "진짜 그렇네요!"라는 말은 루페로 직접 작은 꽃을 바라보았기 때문에 할 수 있는 확신에 찬 말이고 감탄의 말이다. 나는 풀꽃이 자세히 보면 예쁘다는 것은 잘 안다. 수도 없이 자세히 보았기 때문이다.
숲해설가로 활동하면서 오래 보아왔지만, 오래 바라보아야 풀꽃이 사랑스럽다는 말은 조금 이해한다. 오래 바라본다는 말은 풀꽃이 피기까지 풀이 겪는 여러 가지 것을 바라보고 풀의 삶을 이해한다는 말이겠다. 그래서 꽃잎이 좀 망가져 있어도 그것이 대견하고 사랑스럽다는 말일 것이다. 강수진의 망가진 발을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다고 한 것처럼.
풀꽃 시를 읽고 나는 감탄했다. 하지만 시인의 '너도 그렇다.'라는 말에는 감탄이 일어나지 않는다. 그렇겠지라고 생각할 뿐이다. 누군가를 자세히 바라보고 오래 들여다본 경험이 없으니까. 나는 '그렇겠지.'라는 생각 에 머물러 있는 것이다. 언제 "네가 진짜 사랑스럽네!"라는 감탄의 말이 나도 모르게 내 입에서 튀어나올까. 내 입에서 네가 진짜 사랑스럽네라는 말이 튀어나오는 때, 비로소 '너도 그렇다.'는 시인의 말을 내가 이해한 것이리라. 나는 이해하고 싶다. 너도 그렇다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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