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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할수 Apr 30. 2024

[100-57] 고명재 시인의 색을 다 뺀 무지개

마음은 싱잉볼이다

일 년 전쯤, 딸이 고명재 시인과 함께 시를 읽는 모임에 가자고 했다. 작은 서점인지 출판사인지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고명재 시인과 열 명이 채 안 되는 사람들이 모여서 고명재 시인의 시를 읽고 고명재 시인의 이야기를 들었다. 나는 이때 처음 고명재 시인을 알게 되었다. 


그날 고명재 시인이  좋은 질문을 한 사람에겐 시집을 선물한다고 시를 읽고 질문을 써내라고 했다. 내가 낸 질문이 뽑혀 '우리가 키스할 때 눈을 감는 건' 시집을 받았다. 오늘은 이 시집을 꺼내 읽었다. 


다음은 수육이란 제목의 시 일부분이다.

색을 무지개를 툭툭 썰어서 간장에 찍은 씹어 삼킨다.  죽은 사람에 관해서는 입을 다물 것, 입 속에서 일곱 색이 번들거린다.


참여자들이 이야기할 기회가 있었다. 나는 이 구절에 대해 이야기했다.  하얀 지방과 붉은 살점이 층을 이루는 삼겹살을 삶으면 색깔이 빠져 허연 수육이 된다. 이 수육을 색을 뺀 무지개로 비유한 것이 놀라웠다. 또 색을 다 뺀 무지개를 씹어 삼키는 데 입 안에 일곱 색이 번들거린다는 말이 내 마음을 딩, 쳤다. 


시는 싱잉볼 연주 스틱이고  내 마음은 싱잉볼이다. 내가 생각하지 못한 언어들이 연주 스틱이 되어 싱잉볼 내 마음의 가장자리를 딩, 친다. 마음이 떨리고 울린다.  파장이 되어 마음 전체로 번진다. 내 마음의 떨림과 파장이 싱잉볼 연주 스틱이 되어 옆 사람의 마음을 둥, 친다. 


이런 순간 우리는 함께  따뜻한 물에 들어앉은 것 같다. 몸과 마음으로 전해져 오는 평온함과 기쁨과 안락함  때로는 눈물로 우리는 하나가 되는 경험을 한다. 며칠이 지나도 괜히 기분이 좋고 발걸음이 가볍게 느껴진다. 보약이 따로 없다. 시가 내겐 보약이다. 시란  보약, 자주 마셔야겠다. 재탕 삼탕 우려 마셔도  효력이 줄어들지 않는 보약, 시를 쓰는 시인이 있어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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