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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할수 May 11. 2024

[100-67] 한글교실에서

이달부터 복지관에서 한글교실 수업을 하게 되었다. 한글교실 수업하시던 선생님이 아파서 그만두면서 내가 하게 되었다. 담당 복지사 선생님이 교육생들의 한글 수준이 중급 정도라고 했다. 그래서 나는 일기 쓰기도 하고 글쓰기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교육생은 모두 20명 정도인데 모두 노년의 여성들이다. 교육부에서 발간한 지혜의 나무 12를 교재로 사용하고 있었다. 처음 몇 번은 탐색의 시간이다. 교육생의 수준을 알아야 교육생들의 수준에 맞는 수업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교육생들은 받아쓰기를 많이 해주기를 원했다. 


먼저 수업하기 전에 간단한 운동을 한다. 그다음엔  모두 다 꽃이야 노래를 부르고 수업을 시작하기로 했다. 그리고 수업이 끝난 뒤에도 운동을 한다. 간단한 운동을 하면 학습 효과가 더 좋고 건강도 챙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교재를 같이 읽고 뒤, 받아쓰기를 했다.


나는 교재 중에서 어려운 낱말을 불러주었다. 근데 교육생 중 여러 명이 교재를 보고 쓰고 있었다. 이건 받아쓰기가 아니라 보고 베끼는 것이다. 나는 받아쓰기인데 왜 보고 쓰느냐고 물었다. 머리가 나빠서 안 보면 쓸 수 없다고 대답했다. 나는 턱 숨이 막혔다. 


이들이 중급인 이유는 한글 초급반에서 기초를 배우고 올라온 사람들이라서 중급이었던 것이다. 지금 당장 일기 쓰기나 글쓰기는 할 수 없는 일이었다. 나는 돌아다니며 한 사람 한 사람이 어떻게 하는지 또 노트를 살펴보았다. 노트를 들여다보는 순간 공부법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내가 앞에서 전체적으로 설명한 것을 그대로 한 교육생이 없었다. 


나는 한 사람 한 사람에게 다가가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 설명해 주었다. 내가 이렇게 하자 교육생들의 저항이 느껴졌다. 많이 기다려야 하기 때문이었다. 앞에서 설명해 주기를 원했고 지난번 선생님처럼 해주기를 원했다.


그중에 실력이 조금 나은 사람들이 더 답답하게 느끼는 것 같았다. 수준을 좀 낮춰서 했기 때문이었다. 이들이 교육생 중에서 조금 실력이 나는 사람이 말했다. 받아쓰기를 못하겠으면 지난번 선생님이 교재를 보고 쓰라고 했다며 자신들에게 맞춰서 수업을 해주기 원했다. 나는 그럴 없다. 모든 교육생들이 한글을 더 잘 학습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두 번째 시간이었다. 수업을 한 시간 쯤하고 나자, 또 그중에 조금 실력이 나은 사람 두 명이 너무 쉬운 걸 한다며 불평을 했다. 그러자 대부분 교육생이 이구동성으로 말했다. "선생님 하고 싶은 대로 하세요. 우린 선생님이 하라고 하는 대로 할게요." 교육생들이 내 수업 방식이 그들이 한글 학습하는데 도움이 된 것을 조금 이해한 모양이다. 


나는 교육생들의 실력이 차이가 나기 때문에 어쩔 없다고 말했다. 그래서 어려운 것과 쉬운 것을 적절히 섞어서 할 것이고 가능한 재미있게 모든 교육생이 효율적으로 배울 있도록 애쓰겠다고도 했다. 대부분의 교육생들이 한꺼번에 말했다. "선생님 하고 싶은 대로 하세요. 우린 하라는 대로 할게요."  나는 교육생들이 내 수업 방식을 믿어주는 것  같아서 조금 뿌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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