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 100독에 도전한 이유 두 가지다. 첫째 책을 읽고 난 후 그 책 내용을 기억하지 못한다. 그래서 기억하는 법을 배우기 위해서다. 둘째는 나는 기록하는 것을 매우 싫어한다. 기록하는 방법을 배우고 기록하는 습관을 들이기 위해서다.
책을 읽고 내용을 기억하는 일과 독서 노트와 카드를 작성하는 일은 내게 매우 중요한 일이다. 이는 앞으로 글을 쓰면서 살기로 했기 때문에 이 능력은 내게 필수적인 것이다.
김익한 교수는 책을 읽을 때, 그 책의 모든 것을 알려고 하지 마라고 했다. 이보다는 책을 읽고 자기 서사를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이 말은 이해가 된다. 하지만 책을 읽고 나면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하니 독서 카드를 과연 쓸 수 있을 것 같지 않다. 게다가 나는 노트에 적는 일을 매우 싫어한다. 컴퓨터가 없었다는 나는 작년에 낸 숲이 내게 걸어온 말들(설렘)과 이달에 나올 '나의 중년은 청춘보다 아름답다(공동집필, 바른 북스)를 쓰지 못했을 것이다.
책을 읽고 기억하려면 중간중간 음음하며 고개를 들고 생각하라는 것이었다. 이것을 생각이음이라고 했다. 그래서 책을 어느 정도 읽고 기억에 남는 것을 독서 노트에 적어라고 했다. 책을 다 읽고 난 다음에 독서 노트에서 세 가지를 골라서 각 카테고리마다 세 가지를 적어라고 했다. 이때 책을 보지 말고 적고 자기의 생각을 한 단어씩 적어라고 했다. 말로는 매우 쉽다.
하지만 김교수님의 줌 강의를 들을 때, 나는 못해 낼 것 같은 생각이 자꾸 들었다. 그러면서 너무 힘든 일이니까 내가 하던 방식으로 그냥 해버릴까라는 생각도 했다. 줌 모임이 끝나고 나서도 계속 내용을 하나도 기억하지 못하던 내가 책을 읽고 기억하고 그것을 적을 수 없을 것 같았다. 마음속에서 '힘들게 뭐 하러 그래. 그냥 하던 대로 해버려.'라는 소리가 자꾸 들려왔다.
이때 한 생각이 떠올랐다. 작년부터 노인들에게 한글을 가르치고 있다. 한글교실에는 두 부류의 교육생이 있다. 한 부류는 내가 가르쳐 준 학습 방법에 따라 공부하는 사람이고 한 부류는 자신이 하던 방식대로 하는 사람이다. 자신이 공부하던 방식대로 하는 사람보다 내가 가르쳐 준 공부 방법에 따르는 교육생이 한글 능력이 더 빨리 향상되었다.
이 생각에 마음을 돌려먹었다. "마, 어쨌든 김교수님 방식대로 해보자. 안 되면 말고."라고. '안 되면 말고'라고 했지만 실상은 무척 기대를 하고 있다. 책을 읽고 그 내용을 기록할 수 있게 되기를. 도전 100독을 하면서 하루에 1 개의 글을 쓰는 목표를 세웠다. 10 개월 후 한 계단 오른 나를 만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