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 때문에 지구가 망하고 있는 걸까?
문과 남자의 과학 공부(유시민)를 읽고
사람들은 탄소 때문에 기후 위기가 왔다고 한다. 기후 위기가 닥친 것은 탄소 때문이 아니라 사람들이 탄소를 사용하는 방법이 기후 위기를 불러오는 방법이었기 때문이다. 기후 위기가 온 것은 사람 때문이다. 나는 유시민 작가의 다음 말에 동조한다.
탄소는 잘못이 없다. 지구에서 탄소가 차지하는 비중은 예전 그대로다. 호모 사피엔스가 탄소를 악당 취급하는 것은 살인범이 칼을 비난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문과 남자의 과학 공부/유시민/돌베개
나무는 대기 중에 있는 탄소를 흡수한다. 약 1만 리터의 공기 중에는 약 2 그램의 탄소가 존재한다. 약 100년 된 느티나무의 몸무게는 약 5톤에 달하는데 그중 2.5톤이 탄소로 구성되어 있다. 공기에서 이 많은 탄소를 흡수하기 위해 무려 125억 톤이란 공기를 흡수해야만 필요한 탄소를 얻을 수 있다.
나는 매일 숲으로 출근한다/ 남효창/ 청림출판
20 년 전 수목원에서 봉사를 시작할 때 나는 매일 숲으로 출근한다를 읽었다. 이후 지구 온난화가 한창 이슈이던 시절, 사람들은 탄소가 기후 온난화의 주범이라고 했다. 숲해설을 할 때 나는 탄소가 지구온난화의 주범이 아니라 사람이라고 말하기 위해서 나무가 탄소통조림이란 말을 자주 사용하였다. 탄소가 나무 몸무게의 절반이니, 나무를 탄소통조림이라고 해도 아니라고는 못할 것이다.
기후온난화는 지구가 점점 따뜻해지는 것을 말한다. 그런데 지구가 점점 따뜻해지면서 겨울이 아닌 계절에 폭설이 내리기도 하고 겨울에 홍수가 나는 것 같은 이상한 기후 현상이 나타났다. 사람들은 이를 이상기후라고 명명했다. 그런데 이 이상기후 현상이 더 자주 더 심게 나타났다. 사람들은 위기를 느꼈다. 이때부터 사람들은 기후를 이상하게 여기는 것이 아니라 위기로 느끼기 시작했다. 그래서 기후위기란 말이 생겨난 것이다.
아들이 네 살쯤 되었을 때 일이다. 하루는 집안이 너무나 조용하였다. 뭔가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아들이 놀고 있는 방문을 열어보았다. 아니나 다를까? 아들이 문을 닫고 조용하게 큰 일을 벌이고 있었다. 집에 지인이 선물한 커다란 미국산 베이비파우더가 있었다. 아들이 이 베이비파우더를 신나게 뿌리고 있었다. 방바닥은 물론 장난감과 그림책 위 모두 하얀 눈이 내린 듯 했다. 아들 머리카락과 얼굴과 손과 입은 옷 위에도 허연 가루가 범벅이 되어있었다. 방바닥에는 아들 발자국이 어지럽게 찍혀 있었고 양말도 허옇게 변해 있었다. 아들은 엄마가 보면 하지 말라고 할까 문을 닫고 소리까지 죽여서 베이비파우더를 공중에 뿌리며 혼축제를 벌였던 것이다.
아들이 베이비파우더를 사용법에 따라 사용하지 않은 결과는 방바닥엔 베이비파우더로 난장판이 되었다. 아들은 엉망진창이 되었다. 책과 장난감과 방바닥과 옷과 아들의 얼굴과 손은 털고 청소하고 빨고 목욕하시키니 원상 복구가 거의 다 됐다. 아들이 베이비파우더를 다 뿌려버려서 다시 사야 했지만, 이는 비싼 것이 아니라 먹고사는데 타격을 주진 않았다.
지구는 탄소통조림, 나무를 다시 밀봉하여 땅속 깊이 묻어놓았다. 다시 말하면 탄소통조림을 다시 진공포장한 것이다. 자연은 이렇게도 꼼꼼하게 탄소를 지구 속 깊이 감춰 놓았다. 그런 탄소를, 인간이 개발이란 명목을 대고 파헤친 것이다. 기후위기가 닥친 것은 사람들이 석유와 석탄을 사용하면서 아들이 베이비파우더를 흩뿌리듯, 탄소를 공중에 흩뿌려서다. 결코 탄소 때문이 아니다. 사람들이 지구 환경에 알맞은 사용법으로 사용했다면 기후위기가 급격하게 닥쳐 오진 않았을 것이다.
방안에 뿌려진 베이비파우더는 양이 그리 많지 않다. 그래서 내가 잠깐 한 수고로 원래대로 복구되었다. 새로 산 베이비파우더는 아들이 의자에 올라가도 손이 닿지 않은 높은 곳에 올려두었다. 아들은 다시는 베이비파우더를 뿌려댈 수 없었다. 이로서 베이비파우드로 인해 방안이 난장판이 되는 일과 아들이 엉망이 되는 일은 다시 일어나지 않았다.
이상기후는 이렇게 단순하게 회복할 수 없다. 베이비파우더 일은 아들 한 명뿐이었만, 기후위기와 관련 있는 사람은 80억 명이나 된다. 우리 집에서 벌어진 일은 베이비파우더 하나뿐이었지만, 80억 명이 사용하는 물건은 가지도 많고 수량도 많다. 이 둘을 비교하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80억 명이 사용하는 갖가지 물건을 생산하는 공장도 많은데, 이 많은 공장이 탄소를 공중에 흩뿌린다. 공장에서 만든 물건을 소비자에게 실어 나르는 자동차와 선박과 비행기도 탄소를 흩뿌린다. 80억 명이 먹어대는 소와 돼지도 방귀를 뀌면서 탄소를 흩뿌린다. 사람이 뿌려댄 탄소 때문에 세계 곳곳에 때 아닌 폭설과 장맛비가 내린다 해도 사람들은 탄소 뿌리는 일을 멈추지 않는다.
남극 빙하가 녹고 있다는 소식 혹은 해수면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와도, 가까운 일본의 대형 산불소식은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것이나 마찬가진데도, 해수면 상승으로 바닷가에 거대한 장벽을 세워야 한다고 해도, 남극 지방엔 해저에 장벽을 세워 난류가 유입하지 못하게 해야 한다고도 해도, 빙하가 녹으면서 빙하 속에 잠들어 있던 고대 병원체가 살아나 사람들이 대량으로 죽어가는 이야기가 현실이 될지도 모른다고 해도, 강 건너 불 구경하듯, 방관하고 있다.
며칠 전 트럼프와 젤렌스키의 회담을 지켜보면서 요즘 우리나라 돌아가는 것을 보면서 목마른 사람이 샘을 판다는 속담이 이젠 맞지 않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뉴스에 나오는 사람들이 지구가 어떻게 돼 가는지 모를 리 없다. 그런데 샘을 안 파니까 이런 생각이 든 것이다.
다시 생각해 보니, 요즘에도 목마른 사람이 여전히 샘을 파는 세상이다. 어린 자녀를 가진 서민들이 환경운동에 더 열성적이다. 이들은 자녀들이 지구에 살면서 받을 고통을 덜어주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뉴스에 나와서 떠들고 있는 사람들은 왜 지구가 망해가는데도 왜 샘을 파려고 하지 않을까 생각해 보았다. 번쩍 한 단어가 머릿속에 떠올랐다. 그 단어는 티켓이다. 그들은 우주선에 제일 먼저 올라탈 티켓을 손에 쥔 자들이다. 머지않아 화성이나 다른 행성에 가서 살 날이 올 건데. 그 티켓으로 우주선 타고 다른 행성으로 이사 가면 그뿐인데. 왜 샘을 파는 수고를 하겠는가.
그들은 그날까지 지구가 간당간당 버텨주기만 하면 된다. 지구는 잠시 머무는 곳이니까. 추우면 난방기 팡팡 돌리고 더우면 에어컨 핑핑 돌리면 되니까. 그 티켓이 주는 혜택은 이것 말고도 많고 많다는 데 나는 알지 못한다.
지구가 하루 아침에 폭발해 사라지는 건 나는 상관없다. 하지만 환경이 파괴되면서 오는 부작용으로 고통을 겪는 게 싫다. 어떤 살아있는 생명체건 이런 고통을 받지 않고 살 수 있기를 바란다. 근데 이 샘은 혼자서 혹은 몇 명이서 팔 수 있는 샘이 아니다. 티켓을 손에 쥔 자들이 모두 나서면 샘을 팔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희망을 가지고 물어본데이. 니들은 우리가 인 비나? 티켓이 없는 나와 나처럼 티켓이 없이 살아있는 생명체들은 다 우짜마 좋켔노? 지구와 같이 시름시름 앓다가 죽어가는데도 니 못 본 척 할끼가? 니 어릴 땐 평판 참 좋았다 아이가. 제발 이쪼그로 고개 좀 돌리바라. 사실 그 티켓 우리 거라는 거 니도 안다 아이가.
(그래서 희망을 가지고 물어본다. 너희들은 우리가 안 보이나? 티켓이 없는 나와 나처럼 티켓이 없이 살아가는 생명체들은 다 어쩌면 좋겠니? 지구와 같이 시름시름 앓다가 죽어가는데도 넌 못 본 척 할거야? 너 어릴 때 범생이었잖아. 제발 이쪽으로 고개 좀 돌려봐라. 사실 그 티켓 우리 것이라는 것 너도 알고 있잖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