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한글반 교육생들이 많이 결석했다. 교육생도 나도 마음이 안정이 되지 않아 어수선하고 불안정하다. 그래서일까? 다른 날보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많이 했다. 이 이야기는 다음 기회로 미룬다. 지난주 아흔이 넘은 교육생이 몸살이라며 결석했다. 며칠 쉬고 지난 금요일에 나왔다. 얼굴이 핼쑥했다. 몸살이 다 낫지 않은 것 같았다. 이럴 때는 더 쉬면 좋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날 이후 4 일 동안 내리 연휴가 지나갔다. 몸살이라면 다 나았을 텐데 오늘 나오지 않았다.
늘 맨 뒷자리에 앉는 교육생이 결석했다. 지난 금요일 수업 중 이 교육생의 휴대폰이 울렸다. 전화를 받은 이 교육생의 얼굴이 사색이 되었다. 아주 가까운 누군가 큰 사고를 당했거나 죽은 것처럼. 교육생은 허둥지둥 가방을 사기 시작했다. 나는 교육생에게 다가갔다. 교육생은 후딱 일어났다. 아무 말없이 뒷문을 여는 교육생의 어깨를 토닥여주었다. 잠깐 고개를 돌리더니 그냥 쑥 나갔다.
한 교육생은 노인 일자리를 하게 되었다며 이 달부터 나오지 않는다. 오늘 결석한 또 다른 교육생은 치매 증상이 조금 있다고 한다. 이 교육생이 안 나오면 걱정을 한다. 혹시 다른 곳에 가서 헤매는 건 아닌지. 치매 때문인지 알 수는 없지만, 받아쓰기 능력이 좀 떨어졌다. 오늘 결석한 한 교육생은 시외에서 대구까지 한글 배우러 온다. 아침에 버스 하나를 놓치면 그날은 복지관에 오지 못한다. 다음 버스는 오후에 있기 때문이다. 이 교육생은 버스를 놓치는 경우는 거의 없고 아프거나 누가 왔거나 행사가 있어서 못 나오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한 교육생은 이젠 그만 나오고 싶다고 말했다. 그 이유는 공부가 늘지 않아서라고 한다. 이 교육생은 귀가 잘 들리지 않는다. 그래서 받아쓰기 힘들다. 컨디션이 좋은 날엔 척척 받아쓰지만, 그렇지 않은 날엔 영 하지 못한다. 옆에서 큰 소리로 불러도 알아듣지 못한다. 나는 받아쓰기를 하기보다 많이 읽는 편이 낫다고 생각하지만, 교육생들이 받아쓰기하기를 원하기 때문에 하지 않을 수 없다. 모두가 한 마음으로 이 교육생에게 안 나오면 글을 잊어버린다고. 나와서 공부하면 치매도 예방되니까, 운동 삼아 놀이 삼아 계속 나와야 한다고 설득을 해서 다시 등록을 했다.
한 교육생은 조퇴를 했다. 올봄부터 자주 조퇴를 해왔다. 이 교육생의 딸은 무속인이다. 딸이 일하는 데 도와주러 간다고 한다. 한 교육생은 친구들과 놀러 가기 때문에 금요일에 못 나온다고 하고 한 교육생은 토요일 이사해서 금요일에 못 오겠다고 한다. 이사를 앞둔 이 교육생은 받아쓰기를 다른 날보다 못했다. 내가 왜 이렇게 못 하는지 하며 한탄한다. 나는 말했다. 마음이 콩밭에 있어서 그렇다고 했더니, 얼른 인정한다. 새벽에 배추 세 포기 절여 놓고 왔는데, 너무 절여질까 산경 쓰인다고 한다. 이사하려니 버릴 게 많아서도 신경 쓰인다고 한다.
교육생이 적으니 아무래도 분위기가 썰렁하다. 교육생들도 기분이 이런 지 오늘은 빨리 끝내자고 한다. 한 글자라도 더 배우고 싶은 교육생들이 말이다. 그래서 5분 일찍 끝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