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계 체조 용어와 친해지기
어느 날부터 아인이는 알 수 없는 말들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내가 아는 어휘(?)라고는 앞 구르기, 뒷구르기, 카트휠 정도인데...
에어리얼을 하고 싶다나 라운드오프를 성공했다나
백턱, 프론턱을 하려면 이러이러한 동작을 연습해야 한다나
핸드 스프링, 백핸드 스프링...
이런 용어들은 아인이가 찾아본 여러 영상들을 통해서 꿰었다!
미국이나 캐나다 쪽에는 짐내스틱을 취미 운동으로 하는 아이들이 많고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다.
아이들도 영상을 찍어 올리기도 하고,
엄마와 딸, 아빠와 딸, 자매들이 함께 하는 영상을 전문적으로 올리는 크리에이터들이 많다.
아인이도 쌍둥이 자매가 올리는 영상을 한동안 즐겨 보곤 했다.
아인이에게 친숙한 단어들과 표현이지만
앞 구르기도 힘든 엄마에게 그 이상의 동작들은 다 비슷한 고난도 동작들일 뿐이었다.
하지만 언제까지 "이게 무슨 동작 이름이야?"라고
자꾸 물어보기도 미안해서
몇 개 찾아본 것을 소개하자면 다음과 같다.
1. 라운드오프
엄마: 라운드오프가 카트휠 아냐?
아인: 아냐 엄마. 발 모양이 달라. 이것 봐.
차이를 직접 보여 줄 수 있는 딸이 있으니 참 좋다. 바로 차이를 알 수 있으니까.
우리말로는 옆돌기라고 하는 카트휠(cartwheel)의 다음 단계이다.
옆돌기는 수레바퀴 모양으로 몸을 한 바퀴 돌려 착지하는 동작인데 한 발씩 떼서 한 발씩 착지한다.
라운드오프는 측전이라고 하는데, 옆돌기 자세에서 반바퀴를 돌면서 양발을 모아 착지하는 동작이고
체조에서 제일 기본으로 배우는 자세이다.
아인이가 하는 동작들 중 가장 처음 배운 것이다.
처음에는 옆으로 서서 옆으로 도는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수업에서 정확한 방향을 배우게 되었다.
앞을 바라보고 시작해서 옆으로 돌고, 마무리는 뒤를 바라보며 한다.
다리는 곧게 뻗고 옆을 볼 때 최대한 몸을 1자로 만들어야 한다.
2. 에어리얼
옆돌기는 두 손을 짚고 한다면
에어리얼은 말 그대로 공중에서 도는 것이다.
에어리얼도 세 가지로 나뉜다고 한다. side, front, back. 위의 그림은 사이드 에어리얼.
아인: 엄마~ 에어리얼 카트휠이라고 말하지 않아.
사이드 에어리얼이라고 해! 그리고 난 팔을 구부리고 하는 거로 배웠어.
엄마: 그래? 팔 모양은
연습을 할 때 대형 트램펄린 위에서 하는데
선생님의 도움을 받으면서 연습을 한다.
아인이는 맨바닥에서는 한 손만 짚고 하는 것까지는 할 줄 안다.
3. 핸드스프링
=물구나무+브리지
"엄마, 그림이 좀 이상해.
설명이 좀 부족한 그림이야."
경험자와 관람자의 차이다. 전체적인 그림으로는 모양이 나온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프런트 핸드스프링은 물구나무와 브리지 자세를 빠르게 이어서 하는 기술이다.
백핸드 스프링은 브리지를 먼저 만들고 물구나무를 이어서 하는 것이고.
"엄마, 이건 라운드오프 백핸드 할 때 첫 자세야.
백핸드는 차렷자세에서 시작하는 거야."
??????
라운드오프를 하고 하서 이어서 백핸드를 할 때 이렇게 시작을 하니까
백핸드 스프링은
1. 팔을 앞으로 하거나 위로 들고 똑바로 서서 준비하고
2. 무릎을 구부리고 팔을 뒤로 당겼다가
3. 뛰면서 뒤로 젖힌다는 거야.
(사진이 있으면 딱 좋은데~)
1년을 한 지금, 핸드스프링은 가뿐하게 할 수 있어서 뿌듯해한다.
백핸드는 연습 중이다. 일정한 각도로 뒤로 젖히며 뛰어야 해서 무섭다고 한다.
브리지를 할 때 선생님의 도움을 받아 연습 중이다.
4. 프런트턱, 앞공중돌기
'턱'이라고 부르는 공중돌기 동작은
다리를 펴고 도는 에어리얼과 달리 무릎을 굽히고 돈다.
이 역시 앞공중돌기와 뒷공중돌기가 있다.
그림에서처럼 뛰어올라서 공중에서 한 바퀴 돌아야 하므로 트램펄린에서 연습을 한다.
지난주, 아인이는 작은 트램펄린에서 집중 연습을 해서 잘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소통을 하려고 보니
참 어렵다. 우리말을 써도 전문 용어 몇 개가 섞여 있다고 해서 외국어처럼 들리니.
반대로 몇 개 알게 되니 마치 그 세계의 전문가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기분이다.
재미있는 것은
아인이도 경험자로서 경험한 만큼만 알고 있고
그 너머의 세계는 아직 미지의 세계이다.
선수들이 위의 동작들을 어떻게 응용하고 연결시킬 수 있는지는 익혀가면서 알게 된다.
대화의 소재로 용어를 각자의 언어로 정의해 보는 것은 의미 있는 작업이다.
한 세계가 다른 세계를 만나는 접점이 되니까.
핸드스프링을 할 줄 안다는 게
얼마나 큰 사건이고
감격적인 일인지 이제 감이 조~금 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