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학교의 우수한 시스템은 인정하지만,
한편으로는 안타깝다.
입학하면서부터 하루에 6, 7시간을 보내는 학교에서
제대로 체력을 키울 수 있는 시간과 활동이 없기 때문이다.
체육 시간도 있고, 쉬는 시간도 있고, 점심시간에 남는 시간도 있지만....
체육 활동을 하는 게 아니라 체육 활동에 대해서 배우는 것 같다.
아인이가 다니는 학교에는 학생이 많아서
격주로 정해진 요일에 운동장에 나갈 수 있다.
아이들은 쉬는 시간과 점심시간에 나갈 수 있는데
위험한 장난을 치거나 문제를 일으키면 벌칙으로 그마저도 못 나가게 될 때가 있다.
아이들은 너무나도 아쉬워한다.
체육 시간에는 신체 활동을 하기는 하지만,
이따금씩 해주는 얘기를 들어보면
근력이나 심폐지구력을 증진하는 운동이 될 만한 활동이 아니라
발야구나 게임 같은 활동을 했다.
활동량이 아무리 생각해도 충분하지 않다.
낮 시간의 대부분을 학교에서 보내는 아이들이
1시간도 숨차게 뛰거나 땀 흘리며 신체를 움직여 볼 시간이 없다니.
이런 활동들은 평소에 쓰는 근육 패턴을 벗어난 동작들이지만 체력을 키울 수 있는 최고의 방법이다.
또한 협응력을 높일 수 있는 활동도 필요하다.
아인이 초등학교에서는 10년 전쯤까지 고학년 체육 시간에 뜀틀을 했다고 한다.
그런데 잘못 떨어지는 바람에 다치는 학생이 사고가 일어나고 난 후 그만 없애 버렸다고 한다.
요즘 아이들은 철봉에 매달려 볼 기회도 없고 신체를 다루는 법을 익힐 시간이 없다.
더구나 사계절 날씨를 온전히 느끼면서 신체 활동을 해 보는 경험은 더더욱 낯설다.
참 안타깝다.
어렸을 때 내가 경험한 프랑스 학교에서는, 수업 시간 외에는 아이들은 무조건 밖에 있었다.
날이 춥든 덥든, 비가 오든 바람이 불든,
20분 쉬는 시간과 두 시간 점심시간에는 (밥 먹는 시간 빼고) 운동장에 있어야 했다.
날씨를 개의치 않았고 비가 오든 해가 나든 일상과 계획이 흔들리지 않았다.
그래서 날씨의 변화에 맞춰 가며 놀았고, 변덕스러운 날씨를 피하고 싶으면 처마 밑에서 옹기종기 모여 이야기꽃을 피우기도 했다.
날씨는 불평의 대상이 아니었고, 안전을 위협하지 않는 한 문제가 되지 않았다.
첫째와 둘째 아이가 초등학교 다닐 때 미국에서 2년을 살 기회가 있었다.
여러 가지 문화 충격이 있었지만, 학교 교육과 일상 속에서 가장 놀랍게 여겼던 것은 바로
생활 속에서 운동이 차지하는 비중이었다.
등교 시간부터 하교 시간까지 매일 쉬는 시간에
미국 서부 LA 쪽에 살았기 때문에 여름에는 정말 더웠다. 그런데도 학교에서는 주기적으로 아이들에게 1.6km 미터 달리기(mile run)를 시켰고, 40도가 넘어도 축구나 농구 같은 야외 운동을 취소하지 않았다. 아이들은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라 헉헉거리면서도 뛰었고, 코치나 부모들도 당연하게 여겼다.
한국 엄마로서 나는 가혹하다고 여겼고 한국 엄마답게, 또는 한국엄마답지 않게 조용히 지켜봤다.
시간이 지나면서 아이들은 더위를 이기는 법을 익혔고, 더위를 겁내지 않았다.
무엇보다 체력이 정말 좋아졌다.
운동에 관련된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있다. 미국에 처음 갔을 때 큰아이 선생님이 작성해 오라고 주신 조사지에, 신체 활동 관련 질문이 있었는데 '한 번에 얼마나 오랫동안 운동을 할 수 있는가'라는 지구력 endurance을 묻는 질문에 큰아이는 '4시간'이라고 써 갔다. 선생님은 적잖이 놀라셔서 아이를 불러 확인을 하셨다. 큰아이는 가장 길었던 체육 수업 시간을 적었고, 선생님은 그만큼 오랫동안 달리기 같은 운동을 할 줄 안다고 잘못 받아들였던 것이었다. 그 당시 큰아이가 오래 달리기를 했다면 몇 분 정도밖에 못했을 것이다.
한국에서라면? 아인이 학교에서라면?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그렇게 했다면, 아마도 학교로 전화가 빗발쳤을 것이다.
"날이 이렇게 더운데..."
"날이 이렇게 추운데..."
"비가 오는데... 공기가 나쁜데..."
그래도 아인이 언니와 오빠는 운동을 좋아해서 최대한 운동할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하지만 움직이기를 좋아하지 않았다면? 사교육도 있지만 선택의 폭이 무척 좁다.
태권도, 축구, 줄넘기, 배드민턴...
수영은 외부에서.
줄넘기는 혼자 할 수 있지만, 축구나 배드민턴처럼 팀이나 상대가 필요한 종목은
하고 싶을 때
그마저도 그렇게 강도 높은 운동 시간이 아니다.
학원 다니는 아이들이 친구들을 만날 수 있는 일종의 사교장이다.
아인이도 1학년 때부터 하던 생활체육이 있었다.
비용 대비, 터무니없이 운동량이 적고 강도가 터무니없이 약했다.
운동이란 게 효과가 있으려면 신체의 한계를 건드려 줘야 하는 게 아닌가!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것을 알면서도 어쩔 수 없이 '친구들 만나러' 다녔다.
3학년이 되어서야 학업(!)을 선택하는 아이들이 그만두면서 함께 그만두게 되었고
체조를 본격적으로 배우게 되었다.
엄마의 생각
음미체는 반드시 몸으로 익혀야 한다.
음미체에 대해서도 알아야 하지만 활동을 대신해서는 안 된다.
할 때는 제대로 해야 한다.
예술과 체육 모두 몸과 마음으로 잘 느낄 수 있고
그 가치를 이해할 수 있는 선생님한테 배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