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오후, 야단을 좀 쳤다.
사실 아이의 행동이 문제라기보다 일련의 행동들을 보고 든 생각들 때문에 내가 답답해서였다.
아인이는 학원을 거의 안 다닌다. 아이들을 몇 시간씩 앉혀 놓고 '주입'하는 공부 방식을 따르게 하는 것이 답답하다. 무엇보다도 공부란 배움에 대한 태도를 익히는 것이지, 선행 학습을 하는 게 아니라는 생각이다. 초등학생이라면, 정리하는 복습이면 충분하다고 여유를 부리고 있다.
이렇게 여유를 부리다가 아인이 언니 오빠 때도 몰아서 따라잡느라고 고생했지만...
그렇다고 책가방 던져 놓고 TV 보고 간식 먹으면서 쉬다가 친구한테 전화해서 놀이터에서 놀자고 약속을 하는 모습을 보니, 참고 있던 불만이 쏟아져 나왔다.
(하교 후 시간 관리하는 법 또한 찬찬히 알려주면 되는데...)
통화한 친구는 마침 숙제를 하고 있었다. 할 일 하는 친구를 불러내서 놀자고 하는 아이가 우리 집 아이라는 생각이 드니 그 집 엄마 보기도 민망하고, 화가 치밀어 올랐다.
오늘 아침에 허둥지둥 보고서를 써낸 것이 생각나서 더 언성을 높였다.
친구랑 잠시 놀고 들어오더니 애교 섞인 말투로 살살 말을 걸어왔다.
어른이 어른스럽지 못해 창피한 순간이었다.
어른보다 어른스러운 아이의 여유로운 태도를 보며 반성을 했다.
아인이는 후다닥후다닥 정리를 하더니,
가방도 정리하고, 피아노 연습도 하고, 독서 기록을 하느라 조용했다.
고요함도 잠시.
거실에서는 쿵쿵 소리가 계속 났다. 일부러 뛰지 않아도 착지나 돌기 연습을 하면 상당히 많이 울린다.
바닥에서부터 벽을 타고 퍼져서 온 집안에서 진동이 느껴진다.
30분 정도 쿵쾅거리더니 엄마를 부른다.
"엄마~!
엄마!
엄마!!
와 봐, 빨리,
내가 새로 안무를 짰어. 황서현 언니랑 신솔이 언니 안무를 합쳐서 나만의 안무를 짰는데 볼래?"
그러더니 시작 포즈를 취하고 경기 시작을 알리는 휘슬 소리를 냈다.
이렇게 저렇게 구상해서 순서 외우고 연습해서 보여주는 과정이 재미있어서 찍으려고 했더니
카메라를 의식하고 잠재 시청자를 의식했다.
틀리면 멈추고 다시.
동작이 마음에 안 들면 다시.
땀을 뻘뻘 흘리면서
찍고 또 찍었다.
급기야 레오타드로 옷까지 갈아입고...
시작할 때 손동작은 황서현 선수 안무에서 따온 것이고
마지막으로 두 손을 모아 들어 올리는 동작은 신솔이 선수 안무에 꼭 나오는 것이라고 설명해 줬다.
아하. 그렇구나.
이런 것도 다 설명을 들으면서 보니 더 재미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