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함께 이야기를 나누면서 브레인스토밍을 해서 개요를 짜는 법을 알려주면서 몇 문단으로 구성된 글을 써 보는 연습을 하기로 했다.
아인이는 시간이 오래 걸리니 못마땅해했지만
살살 달래 가며 아인이의 이야기를 들어가며 메모를 하고 얼개를 짰다.
나는 문단을 구성하는 법, 서론-본론(주장 1, 2, 3)-결론이라는 형식을 갖춘 글이 목표였다.
아인이와 '내가 잘하는 것은 체조'라는 이야기를 풀어가다 보니
어떻게 잘하게 되었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체조를 잘하는 것에 대해 쓰려고 했는데
아인이가 배워가는 과정에서 적용하는 '잘하는 방법'에는 공통점이 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되어 흥미로웠다.
아인이가 자기는 '체조'를 잘한다고 생각했는데
사실 '잘하는 법'을 알고 있었고, 잘 실천하고 있었다.
아인이의 잘하는 법
1. 흥미가 있거나 관심이 가는 것을 정확하게 안다.
2. 틈나는 대로 연습에 연습을 거듭한다.
3. 더 잘할 수 있는 방법을 궁리한다.
4. 적용해 보며 또 연습하다.
5. 잘한다는 자신감이 있다.
최근의 예로는
작년 3학년 때 리코더를 학교에서 배우는데 작은 악보집을 받았다. 선생님은 한 곡당 10번 연습을 하라고 동그라미를 그려 놓으셨지만, 아인이는 10번의 10번도 넘게 불었다. 처음에는 손가락도 잘 안 돌아가고 구멍 막기도 힘들어했지만, 두세 달만에 샵과 플랫이 달린 음도 불 줄 알았고, 한 옥타브 위까지 소리를 낼 수 있었다.
지난 3월, 월말에 학급에서 공기놀이 대회를 한다고 해서 어쩔 수 없이 공기놀이를 시작했다. 처음에는 위로 똑바로 던지는 것조차 어려워했고 던진 것을 받는 것도 여러 번 시도한 끝에 성공하곤 했다. 불과 보름 만에 손놀림이 빠르고 정확해져서 반에서 제일 잘하는 친구를 이겼다고 좋아했다.
4월에 선생님이 서울에 있는 25개 구 이름과 위치를 외우는 백지 시험을 본다며 다음날까지 다 외워 오라는 숙제를 내셨다. 하루 만에 외우라니...... 뭔가 사연은 있겠다 싶었다. 아인이는 처음에 그 많은 구를 외우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눈물을 보였다. 그래도 살고 있는 구와 할아버지댁이 있는 곳, 아는 장소들의 위치를 알려주면서 순서와 위치를 하나씩 맞혀보며 써봤다. 저녁에 10장 정도 써 보더니, 다음날 학교 가기 전에 두 번 더 써보고 가겠다고 했다. 결국은 해냈기에, 다른 반 친구들하고 얘기할 때 "외우는 거 어렵지 않아!"라고 하는 말을 들으면 슬쩍 웃음이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