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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휴작가 박혜진 Jul 19. 2024

29. 관계 안에서 자신을 지키기

이기적이 아닌 이지적으로 사는 법_ 나의 꿈 그리기



학년이 올라가면서, 나이가 들어가면서 사회관계가 복잡해진다. 학교 안팎에서 모든 인간관계가 촘촘해지면서 모래를 뿌린 듯 마찰이 생길 때도 있고, 기름칠을 한 듯 부드럽게 이어질 때도 있다.

나이와 환경, 같은 사람이라도 시간이 지나면서 관계는 유기체인 양 끊임없이 변화한다. 


아인이는 관찰력이 좋은 편이다. 그리고 감정에 대한 표현을 섬세하게 잘한다. 엄마보다. 

그럼에도 밖에서는 쉽사리 마음을 드러내지 않고 두루두루 잘 지내려고 노력한다. 노력이 과해지면 압력이 올라가는 법. 못마땅한 상황이나 불평을 털어놓을 대상으로 엄마가 만만하다. 


엄마가 피곤할 때는 들어주기 힘들 때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참 다행스럽다는 생각도 든다. 마음에 담아두지 않고 언어로 표현을 하다 보면, 머릿속에서 엉켜서 맴돌던 여러 생각과 감정들이 정리가 되는 경우가 많다. 무엇보다 압력이 떨어져서 한결 편해진다는 장점이 있다. 

  

십 대가 되면서 사춘기에 접어들어서 그런가, 점점 관계가 복잡 미묘해진다. 좋아하는 사람도 생기고, 좋아하고 싶지만 다가가기 힘든 사람도 생긴다. 내적 갈등도 심해지고, 관계 속 갈등도 괴롭게 할 때가 있다. 엄마의 섣부른 조언이 더 문제를 키울 수도 있고, 의도보다 가볍게 넘기면, 아인이는 자신의 고민의 크기를 엄마가 알아주지 못한다며 서운해한다. 



이렇게 서운하다는 것까지 참 잘도 표현한다!

나도 그럴 수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싶다. 엄마이기 이전에 딸이기도 했고, 이름 석 자로 불리는 사람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두루두루 잘 지내는 것이 좋다고 강조하는 집안 분위기 때문일까. 아인이는 친구들하고는 대체로 잘 지내는 편이다. 어른들한테 인사도 수줍은 듯하기는 하지만, 보이지 않는 '선'을 뚜렷하게 마음속에 그어 놓고 대한다. 그럼에도 나와는 달리, '욱하는' 성격이 있다. 평소에 친하게 지내는 친구들하고 허물없이 지내다가도 무리한 요구를 한다 싶으면 딱 잘라 거절한다. 엄마가 봤을 때는 매몰차다 싶을 정도로. 


나중에 물어보면, 너무 스트레스를 받았다며 하고 싶은 말을 했다고 했다. 지금은 부탁을 들어줄고 없다고, 다른 것을 하고 있다고.   

오호~~ 

이렇게 똑 부러지게 말을 할 줄 알다니!



나도 여전히 거절이 어렵다. 어떻게든 상대방에게 맞춰 보려고 하느라 때로는 나의 필요를 뒤로 할 때가 많다. 특히 가족에게는. 그러다 보니 휴식이 필요한 순간을 놓칠 때가 생기고, 그럴 때는 아쉽다 못해 억울해진다. 

거절이 어려운 이유는 상대와 잘 지내고 싶어서이다. 

자신을 잘 챙길 수 있을 때 상대와도 잘 지낼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하고 있으면 된다. 


거절은 

어떠한 부탁에 대한 'NO'인 동시에 다른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한 'YES'이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조금은 '이기적'일 필요가 있다. 


이기적이라는 표현이 적절하지는 않다.

내가 원하는 게 뭔지 정확하게 알고, 표현하는 것이 이기적인 게 아니라 이지적인 것이다!


상대의 마음까지 배려할 수 있으면 이타적이 되는 순간이겠지만, 

이지적인 마음으로 이기적이라는 시선을 견딜 줄 알아야 이타적인 마음이 깃든다. 



아인이와 했던 대화의 핵심은 이러했다. 

상대의 생각에서 비롯된 평가에 좌지우지되지 않아도 된다. 

네가 원하는 삶이 있잖아. 

선수로서 생활을 마치면, 지도자가 되겠다는 꿈, 

꿈나무 재단을 만들어서 육성하겠다는 꿈. 

그 꿈을 그리면서 오늘도 잘 보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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