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으로 체조를 시작한 지 두 달도 안 된 아이라서 대회 출전은 꿈도 꾸지 않았다. 전학을 결정하면서 지도자 선생님은 열심히 준비하면 내년 4월에 대회 참가할 수 있을 거라고 했고, 그때에도 순위 안에 드는 것보다는 참가에 의의를 두는 것이라고 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6월 마지막 주 훈련을 하면서 선생님이 대회 참가 얘기를 아인이한테 했다고 들떠서 얘기를 했다. 기술도 제대로 배운 게 없고, 평균대는 이제 조금씩 익히고 있는데, 대회라니. 마루 종목은 안무도 있어야 한다고 했는데,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기간 동안 얼마나 준비가 될지 알 수 없었다.
선생님은 네 가지 종목 중 최대 두 개, 즉 철봉과 도마를 염두에 두고 있다고 했고, 마루는 얼마 전에 그만둔 아이가 했던 안무를 연습해 보기로 했다. 이번 대회는 철저하게 참가에 의의를 둔다고 했다. 내년에 본격적으로 대회에 출전하기 전에 어떤 분위기인지 맛보는 것도 괜찮겠다는 판단에서였다. 대회장에 선수로 서 보는 것만으로도 많이 배우게 된다고 하니 엄마로서는 믿는 수밖에 없었다.
아인이는 한 마디로 흥분하기 일보직전이었다. 작년부터 꿈에 그리던 대회 참가가 현실이 되니 얼마나 좋아하던지! 인사만 해도 좋다고 하면서, 작은 동작 하나라도 깔끔하게 하는 게 중요하다며 재잘거렸다.
신경이 쓰인다. 7월부터는 네 시간 훈련에 돌입했다. 몸 풀기 운동을 하고 나면 한 시간에 한 종목 꼴로 연습을 한다고 했다. 적응하는 한 달 동안은 세 시간을 했기 때문에 돌아가면서 배우지 못한 종목이 매일 있어서 불만이었다.
각자 연습해야 하는 기술이 있었고, 아인이는 틈틈이 3학년 아이들이 연습하는 마루 안무를 보면서 익혔나 보다. 집에 와서는 "엄마! 나 3학년 안무를 다 외웠어. 보여 줄게!" 하더니 곧잘 해낸다. 몇 가지 동작은 아직 완전히 습득하지 못한 기술도 있었고 말로 하나씩 설명해 주었다.
1학년부터 3학년이 저학년, 4학년부터 6학년이 고학년으로 분류한다. 4학년부터는 아이에게 어울리는 음악과 안무를 짜서 연습을 하는데, 저학년은 학년마다 정해진 기술로 구성된 안무를 외워서 하면 된다.
안무를 다 외웠다며 뿌듯해하며 보여주더니 돌연 검색을 하기 시작했다.
3학년 마루 안무를 검색하니, 경쟁(?) 학교 출신 아이들 영상이 떴다. 처음에는 "와 왜 이렇게 잘해!"라며 감탄을 하며 깜짝 놀라더니 이내 자기비판이 이어졌다.
마루 종목 다 못해 장하다 장해 백핸드, 차오르기, 샤링, 도모이도립, 교차 점프, 립 점프 사이드.... 3학년도 하는 사이드를 4학년이 못해 어이없어 ... 누구는 앞풀턴도 하는데, 백핸드도 못하고 옆에서 짜증 나게 하는 사람도 있고 (사이가 안 좋은 또래가 있다) . . .
자랑으로 시작했다가 엉엉 울면서 끝났다.
이렇게 울고 있으면 나는 그냥 둔다. 감정을 표현하고 정리할 시간이 필요하니까.
안타깝고 위로해 주고 싶고 격려해 주고 싶지만, 그 순간에 올라오는 애도를 잘 흘려보낼 시간도 필요하다.
함께 하며 기다린다.
대한체조협회 사이트에 들어가 보면 체조 종목이 기계체조, 리듬체조, 에어로빅, 트램펄린, 생활체조와 파쿠르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대회 일정을 찾아보면 이 종목들 대회 일정이 한꺼번에 나와 있어서 처음 보는 나로서는 익숙하지 않아서 한참 들여다보게 된다.
초등학교 체조부 선수들 대회는 8월이면 끝난다. 앞으로 남은 대회는 7월에 있는 교보생명컵 꿈나무대회와 8월에 있는 문화체육관광부장관기 대회가 있다.
7월 20일에 있는 대회는 문체부장관배 지역 예선전인 셈이다. 서울에 있는 다섯 개 학교에서 7명만이 전국대회 출전권을 획득하게 된다고 한다. 우리 학교에는 4학년 한 명이 유력한 후보이다. 아인이가 좋아하는 친구라서 그 아이가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도록, 8월 대회에 나갈 수 있도록 응원하고 있다.
아인이는 교보생명컵 대회에도 나가지 않는다. 오로지 서울컵에 집중하고 있다.
그것만으로도 벅차고 떨린다.
7월 말에 다른 아이들이 제천으로 향할 때 우리는 강원도 동해바다로 갈 것이다. 경기 이틀 전인 수요일부터 현지 적응 훈련을 할 수 있어서 참가하는 선수들과 코치는 그곳으로 떠난다. 그렇게 되면 학교에서 하는 연습이 없다.
함께 가서 응원을 하는 게 마땅하겠지만, 우리 가족은, 어쩌면 당분간 마지막이 될지 모르는, 여름휴가차 동해안으로 가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