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나도 꿈이 있었어요 - 어린 나의 꿈
초등학생 때 나는 별다른 꿈이 없었다.
다들 장래 희망을 얘기하면 선생님이 하고 싶다는 친구도 있었고, 간호사가 되고 싶다는 친구도 있었고, 군인이 되고 싶다는 친구도 있었다.
나는 하고 싶은 게 없었다. 그래서 자신이 하고 싶은 게 있다는 친구들이 부러웠다.
그래서 장래 희망을 적어야 할 땐, 친구들의 장래 희망들 중 제일 멋져 보이는 직업을 말하곤 했다.
내 생각으로 장래 희망에 직업을 적게 되는 순간도 있었다.
그날은 친구들 없이 혼자 등교를 하고 있었다.
평소에 보이지 않았던 경찰차가 내 옆에 섰다.
'내가 뭐 잘못했나...'
"학교 가니?"
"네"
"경찰차 타볼래?"
"오 네 감사합니다."
내 인생 처음으로 경찰차를 타 보았다.
처음 타 본 경찰차는 너무 신기했다.
안에서 안 열리는 자동차라니!
운동장 한가운데로 들어간 경찰차를 보고 친구들이 저마다 이야기하고 있었다.
"아저씨. 문 어떻게 열어요?"
"아 열어줄게"
"감사합니다."
경찰차에서 내린 내 모습에 친구들이 모여들었다.
친구들이 부러워한다는 생각에 기세등등해졌다.
하지만 내 추측과는 다르게 내 친구가 한 말은
"야 너 뭐 잘못했어???"였다.
나는 푸하하하 웃으면서
"아니 경찰관님이 태워주셨어!"
그날 내가 느낀 묘한 감정 때문에 경찰이라는 직업이 나에게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이 경험으로 경찰이라는 작은 씨앗이 내 마음에 심어지는 순간이 되었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이 작은 씨앗에 물 주는 순간은 학교에서 장래 희망을 쓰라고 했을 때뿐이었다.
그렇게 초등학교를 지나 중학교를 가서도, 내 꿈은 흐릿했다.
이 씨앗을 잘 가꿔야겠다고 마음먹게 된 순간이 있었다.
고등학교 1학년 수학 시간이었다.
진도도 다 나가고, 겨울방학만 기다리고 있던 때였다.
교실은 따뜻하고 선생님의 목소리는 ASMR처럼 잠을 불러왔다.
"선생님... 너무 졸려요"하는 친구의 목소리에 잠이 확 깼다.
선생님도 이대로 수업을 진행하는 것은 무리라고 생각하셨는지,
앞자리에 앉은 친구들에게
"너희는 무슨 일 하고 싶어?"라고 질문을 하셨다.
질문은 돌고 돌아 나에게까지 왔다.
"저는 경찰이요." 아 그래?라는 대답이 나올 줄 알았는데 선생님의 대답은 의외였다.
"진짜 잘 어울린다. 너 경찰 하면 너무 잘할 것 같아. 진짜 경찰 했으면 좋겠다!"
주변 친구들도 하나같이 말했다.
"진짜 잘 어울려"
"잘할 것 같아"
"제복이 잘 어울릴 것 같아!!"
나는 그동안 특징이 뚜렷하지 않아 별명도 없었다.
이런 나한테 잘 어울리는 게 있다니.
이날이 나의 씨앗을 단단한 나무로 키우겠다고 다짐한 날이다.
사실 나는, 그 말 한마디를 기다려 왔다. 누군가 너도 할 수 있다고, 너 잘한다고 칭찬의 말을 해주길 바란 것이다. 그 한마디가 나에게 확신을 안겨주었다.
스쳐 지나가는 말일지라도, 어떤 사람에겐 꿈이 될 수 있는 것이다.
그 믿음을 주는 사람이 타인이 아니라 자기 스스로에게서 나온다면 그 힘은 더 커진다.
그때의 나는 나를 응원해 주는 말을 통해 비로소 나를 응원하기 시작했다.
나도 할 수 있다고, 꿈을 꾸기로 마음먹은 이상 이룰 수 있다고 응원했다.
그러나 서른이 된 지금은, 믿음을 주는 말이 오히려 사라지고 있다.
“너무 늦었어.”
“지금 와서 무슨 도전을 해.”
가장 아픈 사실은, 그 말들이 이제 다른 사람이 아니라 내 마음속에서 나온다는 것이다.
어린 시절, 스스로를 응원하지 못했던 나는 지금도 도전을 앞에 두면 먼저 두려움을 떠올린다.
손에 잡고 있는 것이 많지 않기 때문에 이것을 놓치면 내 손에 아무것도 없겠지? 하는 막연한 두려움이 나에게 계속 말을 건다.
“지금도 그렇게 나쁘지 않잖아?”
“이 정도면 괜찮지 않아?”
나는 지금, 내 마음속에서 자욱한 연기처럼 올라오는 두려움과 싸우며 끊임없이 충분히 할 수 있다는 응원을 하며 나의 작은 씨앗을 키우는 중이다.
서른의 나는, 타인의 칭찬이 아닌 스스로를 믿고 응원하며 자신을 좀 더 사랑하는 방법을 연구할 것이다.
또 다른 나의 작은 씨앗이 단단한 나무로 클 수 있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