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부 종합전형은 대입 꼼수전형이 아니다.

by 한동훈

현재 우리나라 대입 전형에서는 수시모집이 79%, 정시모집이 21% 일 정도로 수시모집으로 대학을 진학하는 비율이 많다.(물론 서울 소재 상위 15개 대학은 58-41 비율이다.) 하지만 이런 상황을 두고 일부 학부모나 특정 계층은 불공정하다고 이야기한다.


수능이라는 순전히 실력위주의 변별 가능한 객관식 시험이 있는데 이를 통해 대학 진학을 시키지 않고 학교 내신 전형인 수시모집으로 대학을 보내는 것은 불공정하고 정시에 불리한 꼼수 전형이라는 뜻이다.


아쉽게도 우리나라 대학은 서울권을 예로 들면 스카이-서성한-중경외시-건동홍숙-국숭세단이라 불릴 정도로 대학의 서열화가 공고해져 있다. 이는 2-30년간 크게 바뀌지 않았던 순위로 오늘날에도 여전히 큰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수험생이라면 누구든지 입학 성적이 우수한 명문대학교로 입학하고 싶어한다. 그러다보니 이를 합격하기 위한 우리나라 학생들의 경쟁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과열되어 있다. 이 때문에 학생들의 학업 스트레스도 상당할 뿐만 아니라 수능 변별력 대비를 위해 학업의 상당부분을 사교육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럼 과연 수능위주의 입시전형, 즉 정시는 공정한 것인가?


얼핏 봤을때는 그렇게 보일 수 있다. 이는 100% 객관식이라는 수능 시험의 특수성 때문이다. 즉 모든 문제가 정답과 오답이 명확히 구분되어 있고, 수능점수의 높고 낮음 차이로만 대입의 합격여부가 좌우되기 때문에 특별한 오류도 논쟁도 불러 일으키지 않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수능은 과연 그 대학 학과에 적합한 인재를 뽑는 시험인 것일까? 만약 501점 학생이 499점 학생보다 2점이 높아서 특정 대학 학과에 합격했다고 치자. 하지만 그 501점 학생이 과연 그 학과에 더 적합한 학생이라고 말할 근거가 수능 점수 외에 대체 무엇이 있을까?한편으로 그 501점과 499점의 차이가 더 학구적인 환경에서 얼만큼 고가의 사교육을 더 받았는가 유무의 차이라면 그 타당성은 더욱 떨어질 수 밖에 없다.


오히려 그 학과에서는 단순한 수능점수보다는 전공에 대한 열정과 탐구력, 성실성, 앞으로의 적극적인 학업태도를 갖춘 학생이 더 필요할 수도 있다. 그리고 이런 모습은 학생의 학교생활을 정리한 학교생활기록부에서 드러나지 단순한 수능성적으로는 드러나지 않는다. 그런면에서 학생의 적극적이고 성실한 학교생활을 토대로 뽑는 대입전형인 학생부 종합전형은 여전히 유효하다.


우리나라 교육은 공교육과 사교육으로 양분되어 있다. 그러나 공교육이 수업은 부차적이다 할 정도로 각종 행정업무에 생활지도까지 포함해 너무나도 광범위한 영역에서 아이들을 지도해야 하는 입장이라면 사교육은 오로지 수업과 입시, 가르침에만 집중할 수 있다. 그렇기에 교과나 입시상담에 대한 전문성은 사교육이 더 나을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대입전형 전체를 순전히 정시로만 하면 어떻게 될까? 아마 대다수 학생들의 발걸음이 학교로 향하는 것이 아니고, 일타강사가 있는 학원으로 향하거나 개인이 부족한 과목을 보충하기 위해 온라인강의를 듣는답시고 집으로 향할 것이다. 자퇴를 하는 학생 상당수가 이유로 정시준비를 위해 시간확보를 위해서라는 현실이 이를 방증한다.


이것이야말로 심각한 공교육 붕괴를 초래하는 것이고 고등학교에서의 학교생활 자체가 아무 의미가 없도록 만드는 것이다.


이런 현실을 막기 위해서라도 학교 생활의 성실성, 적극성, 전공적합성을 평가하는 학생부 종합전형은 계속 운영되어야 하고 오히려 확대가 필요하다.


실제 우리사회가 필요한 인재는 단순히 국영수 문제풀이에만 특화된 인재만 필요한 것도 아니다. 회사 입장에서만 보더라도 다양한 성향의 각계 각층의 사람들이 많은 것이 오히려 더 좋다. 전체적으로 조직에 성실한 사람, 프로젝트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활동력이 왕성한 사람, 리더십이 있는 사람, 전공분야에 열정적인 사람 등 조직이 필요한 인재는 꼭 한가지 유형이 아닌 것이다.


실제 사람은 자기가 경험한 것에 근거하여 세상을 바라보고 경험했던대로 그 행동을 미래에도 계속 반복한다.


이렇게 본다면 학창시절에 성실하고 적극적으로 생활한 학생(비록 그것이 점수따기를 위한 목적이었다 할지라도)일수록 사회나 조직에서도 똑같이 평소 습관대로 행동하고 움직일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사회에서 많이 필요로 하는 인재도 바로 이런 유형의 학생들이다.


한편으로 학종이라 해서 성적이 터무니없는 학생들 을 뽑지도 않는데 우수 명문대학 합격생일수록 평균내신이 1~2등급에 수렴한다. 즉 반에서도 1-3등 하는 학생들이고 이 학생들은 대학에서 요구하는 충분한 학업수준과 역량도 가지고 있다.


물론 학종은 지난 조민 사태에서 보듯 그 문제점을 드러냈다. 하지만 교육부에서도 이를 개선, 보완하여 학교활동이나 교과수업에 더욱 충실케 하고 대외활동이나 논문보고서 등은 허용치 않도록 개선책을 발표했다. 중요한 것은 학생부 종합전형을 보완 개선해나가는 것이지 폐지가 아닌 것이다.


미래사회일수록 개인 혼자보다 서로간의 협업성 소통능력 프로젝트를 적극적으로 추진할수 있는 능력이 요구된다. 내가 찾은 대입전형에서는 학종만큼 이런 능력을 잘 파악할 수 있는 전형은 아직 보지 못했다. 아직도 학종이 유효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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